이번 봄이 조금 심심하더라도 그럭저럭 지내볼 생각이다. 이번 봄은 아마 틀림없이 심심할것이다. 적어도 4월까지는. 나는 계속해서 멀미가 날 정도로 심심하고 바쁠 것이고, 내 주변 사람들 모두 각자의 일들에 바쁠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지난 이직기간때도 몸소 느꼈던 것을 다시 한번 느끼니 새삼 서글프다. 결국 힘들고 쓸쓸한 순간은 혼자일 수밖에 없나 싶은 생각뿐이니 말이다. 친구들과 만나 죽은 시간들을 되살리고 웹툰이나 드라마들을 몰아보며 비어있는 시간들을 채우려해도 순간일뿐, 혼자가 되는 시간은 언제나 속상하고 외롭다. 아마도 이번 봄이 그렇게 슥- 오지 않았던 것 처럼 나를 스쳐지나갈 것 같은 예감에 슬픈느낌이다.
퇴사를 하고 두번의 좋은 꿈을 꿨다. 꿈을 꾸고 일어난 두번의 아침은 기분좋은 느낌으로 가득했다. 당장이라도 날아갈듯 좋은 일이 기대치 못한 순간에 ‘짠’하고 눈 앞에 나타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왠걸. 꿈을 잘못 해석한건지, 아니면 잘못 기억한건지. 좋은일은 커녕 기분나쁜 일들의 연속이었다. 좌절스러운 불합격의 소식들만 나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뜻밖의 연락이 왔다. 내가 가진 경력보다 더 많은 경력의 고경력자를 뽑는 공고에 지원을 했었는데 덜컥 연락이 온것이다. 뭐라도 잡아야지 하고 잡았던 동아줄이 황금 동아줄이었던 것이다. 서류통과 후 과제제출이 1차 면접을 대신했다. 주어진 일주일동안 밤낮으로 열중해 과제를 작업했고 제출일 하루 전날 제출을 했다. 그리고 나서 한번 더 좋은 꿈을 꿨다. 아까 말한 두번의 꿈 중 두번째 꿈 말이다. 그리고 몇일 뒤 채용공고로 잔뜩 쌓여있던 메일 무더기에서 메일을 발견했다. ‘귀하의 능력은 높이 평가하였으나…'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아무에게나 안겨 모든걸 쏟아내듯 그렇게 펑펑 울고만싶었다. 그간의 구직활동중 나도 모르게 쌓여있던 좌절과 우울을 버텨오던 자아가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새삼스러웠다. 불합격 통보가 이번 처음이 아니었다. 숱하게 받아온 불합격 통지들 중 하나였을 그 메일이 뭐라고, 왈칵 쏟아지는 눈물을 막아낼 도리가 없었다. 그냥 그런거다. 그동안 괜찮다 괜찮다 넘겼던 불합격의 순간들이 썩 괜찮지 않았던 것이다. 그게 이번달 초다. 그렇게 와르르 무너져내린 자아가 쉽사리 회복되질 않는다. 내일 모레가 바로 5월의 시작이다.
우울함과 무기력함이 찾아올 때마다, 불합격의 통지를 받을때마다 자꾸만 그 금같았던 두번의 꿈이 생각난다. 누런 똥에 발이 빠져 똥범벅이 됐었는데, 똥이 잔뜩 묻은 핑크색 아기돼지를 품에 들어안았는데. 왜 자꾸 현실은 진짜 ‘똥’같은 일들만 일어나는 것일까. 애꿎은 꿈만 탓하기에 바쁘다. 꿈 덕좀 볼랬더니, 똥꿈을 꿨다고 현실도 다 똥같은 일들만 일어난다. 그래도 혹시모르니 오늘 밤 똥통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꿈을 꾸길 기대해본다. 이렇게 나의 2019년 봄이 지나가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