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청춘이 너무 슬프다-4
명치 윗부분의 통증이 또 시작되었다. 이제는 셀 수도 없이 그리고 방심할 틈도 없이 자주 통증이 온다. 처음에는 편의점 도시락을 먹은게 체한건 줄 알았다. 알약으로 된 소화제, 액상으로 된 소화제, 이것저것 다 먹어봤는데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통증이 올 때마다 세 번 정도 약을 사먹어 보았는데도 아무런 효과가 없자 그 뒤로는 통증이 와도 약국을 가지 않는다. 병원에서도 그 원인을 모른다고 하니 이제 그냥 그러려니 한다. 뭐 좀 더 아프다 말겠지.
오늘은 한달만에 온 회사의 연락에 면접을 보러 집을 나섰다. 사실 기다렸던 곳의 연락은 아니다. 내가 기다렸던 곳은 아마 내 자기소개서나 포트폴리오를 보기도 전에 이력서에 적힌 학교와 텅 비어있는 경력란을 보고 일치감치 내 이름을 줄로 그었을것이다. 분명하다. 기다렸던 곳은 아니었으나 한달만에 연락을 준 회사를 마다할수 없었다. 절박했다.
그 곳은 사원이 7명뿐이 되지 않는 작은 회사였다. 거기다 막상 찾아간 회사는 방이 두개 화장실이 하나 달린 오피스텔 7층에 위치하고있었다. 하지만 가릴데가 아니었다. 여기서도 날 채용해줄지 말지 모른다.
-안녕하세요 면접보러온 전소영입니다.
-아, 어서와요. 사무실 찾기 힘들었죠. 저기 저 방에 들어가서 기다리세요. 면접자가 한명 더 오면 면접 시작할게요.
그렇다. 역시나 그랬다. 주거형 오피스텔에 위치한 이 작은 회사에도 지원자가 넘쳐났고 경쟁은 마찬가지로 치열했다. 덜컥 겁이 났다. '이번에도 안되면 어쩌지, 한달만에 온 연락인데' 그러더니 손이 차가워지고 뭔가에 달달달 떨리기 시작했다. 떨림을 숨기려하니 더 떨려오기 시작했다.
'달칵' 문이 열리고 키가 큰 내 또래의 여자아이가 들어왔다. 내가 가져온 포트폴리오보다도 훨씬 더 다양하고 많아보이는 양의 포트폴리오와 함께. 처음 오피스텔의 문을 열어준 면접관분은 자신이 팀장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는 바로 면접을 시작했다. 어떤 인사도 없이 바로.
-작은 회사지만 각자 자기소개 한번씩 해주시겠어요? 전소영씨부터.
달달달 떨리는 손을 숨기느라 죄 없는 무릎을 꽉 움켜쥐었다.
-안녕하세요 26살 전소영입니다.
무슨 말을 했는지 마침표 하나조차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늘상 준비해왔던, 어느새 입에 붙어버린 낯익은 자기소개를 달달달 외고, 여느곳과 다를 바 없던 질문들에 주렁주렁 꼬리를 달다가 끝이 났을 것이다. 내 오른편에 앉아있던 키가 큰 여자아이는 나보다도 더 이러한 상황이 익숙하다는 듯 눈 하나 깜빡하지않고 줄줄줄 대사를 외듯 면접을 이어갔다.
-네 그럼 내일 오후 6시 전까지 합격자에 한해 유선상으로 결과를 알리겠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두 분 다.
가벼운 목례를 하고는 그 ‘팀장’이라 불리는 사람은 방을 나섰다. 마치 무슨 벼슬이라도 단 사람마냥 뻣뻣한 목과 내리깐 눈을 하고는.
그렇게 면접을 마치고 나오고 어느덧 저녁 여덞시가 넘어가는 그때에, 여느때와 다름없이 나의 작은 방과 가까운곳에 있는 편의점에 들어가, 유통기한이 몇시간 남지 않아 그마저도 몇백원을 손에 더 쥘 수 있는 차가운 도시락을 집어들었다.
삑- 하는 소리에 연 지갑에는 서슬퍼렇게 귀퉁이가 찢어진 천원짜리 서-어장이 나를 보고있다.
돈까스라 불리는 눅눅하고 차가운 고깃덩어리를 입에 넣는순간. 아- 또 다시 명치 어디쯔음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나는 안다. 그 화장실 하나 딸린 사무실을 나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내 오른쪽에 앉아있던 키가 큰 여자애 혹은 그보다 입에 더 닳도록 ‘자기를 소개할 수 있는 누군가’가 합격전화에 날뛰며 행복해했을거라는 사실을. 그리고 이 명치 어쯔음에서 느껴지는 통증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