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마음을 담아 하루를 살고 마음이 담긴 하루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by 라문숙

어느 날 문득 드는 생각들이 있습니다. 그건 집을 에워싼 산벚나무에서 벚꽃잎이 하늘하늘 떨어져 내리던 봄날이나 수돗가에서 손빨래를 하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바라본 마당에 오후의 노란 햇살이 빛나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에 불쑥 찾아옵니다. 아무런 걱정도 근심도 없이 단지 따스한 햇볕과 살랑이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마음을 한껏 풀어놓아도 되는 건지, 꽃잎을 건너 다니며 봄날을 희롱하는 벌과 나비가 된 것처럼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좋아서 그게 현실인지 꿈인지 의심스럽기까지 할 때 문득 드는 생각들입니다. 지금 나는 이렇게 즐겁고 편안하지만 지금 이 모습이 내가 진정 원하던 삶의 모습인지 문득 궁금해지는 것이지요.

이렇게 살고 싶었나?

아주 오래된 옛날 내가 그리던 내 모습이 이거였나?

아니라면 왜 변한 거지?
원했던 모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즐겁게 웃고 떠들 수 있는 거야?

그렇다면 도대체 나는 누구지?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은 무엇일까?

나는 그만 번잡하고 은성한 거리에서 손가락을 입에 물고 엄마를 찾는 아이의 심정이 되고 맙니다. 그래서 어느 날부터 생각하기를 그만 두었습니다.





남편과 아이와 나, 세 식구의 단출한 살림입니다. 그렇지만 그것도 힘에 겨웠던 이유는 집에서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출근한 남편과 학교에 간 아이를 기다리는 그 일들이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나는 적어도 집에서 살림하는 것보다는 더 나은, 보다 더 의미 있는 무엇인가를 하고 싶고, 또 할 수도 있고, 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생각으로 살다 보니 살림이 좋을 리가 없었고 하루하루가 힘에 겨웠습니다. 마음이 파도처럼 요동을 쳐도 겉으로 보이는 하루하루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평화로워졌습니다. 전업주부라는 역할은 그럭저럭 소화해낼 수 있었지만 그와 비례해서 마음 속의 허전함과 상실감도 조금씩 자라났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설령 내가 마음에 안 들어도 지금 이 모습대로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멀리 보지 않고 바로 눈 앞에 보이는 것, 지금 이 순간, 오늘 저녁 식탁, 주말에 떠날 나들이, 며칠 후 있을 명절이나 제사에 집중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설령 내가 마음에 안 들어도 지금 이 모습대로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멀리 보지 않고 바로 눈 앞에 보이는 것, 지금 이 순간, 오늘 저녁 식탁, 주말에 떠날 나들이, 며칠 후 있을 명절이나 제사에 집중했습니다.

문득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 때면 애써 외면했습니다. 깊고 어두운 우물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그 경험은 축축하고 서러웠는데 그럴 때마다 의식적으로 일거리를 만들었습니다. 생각을 안 해도 되는 작고 소소한 일들에 열중했으며 굳이 할 필요도 없는 일들을 찾아 스스로를 바쁘게 만들어 끊임없이 움직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차츰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마치 타인을 보듯이 볼 수 있는 용기가 조금씩 생겨났습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건 많은 부분 포기가 따르는 것이지만 어쩐지 홀가분해진 듯 자유로운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동안 블로그에 올린 이야기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그 속에서 자신의 모습이 보입니다.

무엇이 하고 싶은지, 제대로 살고 있는지, 내가 누구인지 전혀 모른다고 생각했고, 의식하지 않으려고 애쓰며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비록 조각난 모습이어도 ‘나’라고 생각되는 사람이 언뜻언뜻 보입니다. 어쩌면 그렇게 조각조각 흩어진 일상 속에 미처 깨닫지 못한 내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도 오늘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그저 그런 일상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을 속속들이 찾아보면 나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할 때 웃고 기뻐하며, 어느 때 속상하고 우울한지 알 수 있을까요? 그 조각들을 찬찬히 잇다 보면 잊고 살았던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하고 싶은 게 뭔지 알 수 있을까요?

여전히 자신을 속속들이 완벽하게 알지 못합니다.

아마 그렇게 되면 스스로를 좋아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면 그동안 외면하려 애썼던 자신과 화해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살아가는 게 조금은 더 가쁜해지고 자유로워지겠지요. 자신을 지금보다 더 사랑할 수 있으면 세상도 그만큼 더 사랑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마음에서 입니다. 가끔 지난 블로그를 다시 보다 보면 남의 이야기를 읽고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그 속의 사람이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고 싶은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매일 아침마다 내 자신에게 인사를 하기로 했어요. 내가 안녕한지, 내가 잘 살고 있는지, 매일 내 마음에게 인사를 합니다. 매일 맞이하는 아침에게 인사하고 매일 열리는 세상에게 인사합니다. 그러면 내 마음이, 하루가, 세상이, 웃으며 내게 다가옵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