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국수 유감
길 위에서 보내는 하루에는 '먹기'라는 고민 혹은 즐거움이 따라 붙는다. 마땅한 도시락을 준비하지도 못한데다가 주렴을 걷고 들어간 식당이 이미 만원이라 다시 나와야 했던 오늘의 점심은 예정에 없던 막국수였다. 검색하고 찾아간 국수집은 맛집으로 소문난 곳인 만큼 사람은 많고, 종업원들은 지쳐서 무표정했는데 내 앞에 놓인 막국수는 어울리지 않게 달콤해서 뻔뻔스럽게도 술술 잘 넘어갔다. 계산하고 나오다가 가게 앞에 길게 늘어선 이들에게 한 마디 하고 싶은 걸 참느라고 입을 굳게 다물고, 땅만 바라보며 걷기.
"막국수가 달아요. 어느 정도인가 하면 말이죠. 지금 내가 먹고 있는 게 막국수인 걸 잊게 할 만큼 달아요. 그래서 자칫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잘 살고 있는지 잊을 수도 있어요. 어쩌면 행복감으로 온몸이 간질간질한 착각에 빠져들지도 몰라요. 그러니 조심하셔요. 그건 가짜예요. 순간의 눈속임 같은 거랍니다."
지금은 안성.
오후 3시가 조금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