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가 있는 풍경
가을로 접어들면 마당은 하루가 다르게 허전해집니다.
그래서 장난처럼 코스모스 씨앗을 뿌렸습니다.
개양귀비가 스러지고 캄파눌라도 사라진 곳, 시든 작약 잎과 가지가 베어지고 향달맞이가 뽑혀나가서 허전해진 땅에 코스모스 씨앗을 뿌린 건 늦여름의 어느 날이었어요. 놀랍게도 이삼일 지나자 싹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장대비가 내려 어린 싹은 쓰러지고 빗불에 쓸려나가고 그러기를 서너 번 한 후에야 순하게 가을이 왔습니다. 지금 코스모스는 하늘을 봅니다. 스스로 대견해하는 듯 하늘하늘 춤을 춥니다.
주전자에 물을 담아 길가에 심어져 있던 코스모스 모종에 물을 주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요. 그때 그건 당번이 할 일이었지요. 무더운 오후에 물주전자를 들고 먼지 나는 길가에서 물을 주던 어린 날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상하게도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났던 풍경은 기억나지 않고 물 주던 일만 기억에 남아아 해마다 가을과 함께 찾아옵니다.
남아 있는 머루 이파리들은 아직 초록이지만 힘이 빠져서 아련해 보이고
오늘 오미자가 도착한다고 해서 헹구어 놓은 항아리는 햇볕을 쬐며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