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9.21

인숙만필

by 라문숙


책장을 넘기면서 지금 읽고 있는 책 말고 다른 책이 읽고 싶어 지는 때가 종종 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좋은데 이렇게 좋은 책을 쓴 저자가 언급하는 또 다른 책은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지는 거다. 최근에 그렇게 읽고 싶은 책 한 권이 생겼었다. 최윤정의 '입 안에 고인 침묵'을 읽다가 '인숙만필'이란 책을 알게 되었고 곧 서점에 갔으나 품절, 온라인 서점에서 찾으니 절판이었다.



이삼일 지난 후에 고종석의 '문장'을 넘기는데 같은 이름이 또 나왔다. 황인숙. 시인이다. 그녀의 수필집이 '인숙만필'이다. 그렇다면 이건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고종석의 '문장'을 읽던 때는 마침 일본에 있을 때라 한 밤중에 아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책 사 달라고. 돌아오니 식탁 위에 놓여 있더라. 주방에서 읽다가 그 자리에 두거나 엎어두기를 하루에도 몇 번씩 했더니 표지에는 고춧가루 흔적이 남고 책장 중간중간은 물에 젖었다가 마른 흔적이 남았다. 중고책이라 처음 내 손에 들어올 때부터 빛이 바랜 느낌이 들어서 편했을까. 이제는 고춧가루에 양념자국이 여기저기 남았으니 말 그대로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