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6일인데 하루에 한 장씩 뜯어내는 내 책상 위의 일력은 22일이다. 한 번에 네 장을 뜯어내자니 순식간에 며칠이 휘리릭 지나간다. 날아가버린 시간 동안 나는 비행기를 탔고 이국의 골목을 누비다가 추위와 배고픔을 핑계 삼아 오렌지빛 불빛이 따스한 카페를 찾아들곤 했다.
사람과 물건과 불빛으로 은성한 도시에서 잠시 집을 잊기도 했건만 지난밤 늦게 공항 대합실에서 만난 엄마는 그동안 만두를 빚고 말린 고사리를 삶아내고 도라지 껍질을 벗겼다. 그 옆에서 나박김치가 구슬같은 거품을 만들며 익어가고 식혜가 보글보글 끓었으리라.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건너온 바퀴 달린 가방과 엄마가 보자기로 묶은 스티로폼 상자와 장바구니를 들고 집에 들어서니 나는 내가 일본에 다녀온 건지 엄마를 만난 건지 다 그만 꿈만 같네.
설날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