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한 포기에 생각 하나

여름의 취미생활

by 라문숙

풀 뽑기는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 온 후 새로 생긴 취미생활이다. 마당에 빨래 널러 나갔다가 발 밑에 잡초가 보이면 그대로 주저앉아 풀을 뽑기 시작한다. 금세 한 움큼의 잡초가 왼손에 들려 있다. 봄에 이른 새싹이 나오는 시기에 화단 쪽을 보면 잡초들이 봄꽃 중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앵초보다 더 빨리 작은 싹을 내고 있다. 어린 싹은 잘 뽑힌다. 보드랍고 연하고 순해서 흙이 말랑한 시기에는 콩나물 시루에서 콩나물을 뽑아내듯 쏙쏙 잘 빠진다. 하긴 처음에는 새로 나온 싹이 잡초인지 꽃인지 가려낼 재간이 없어서 귀한 양귀비나 데이지의 새싹을 뽑아 던지고 잡초를 애지중지 기른 적도 있었다. 지금도 잡초를 골라내는 실력이 그다지 늘지는 않았지만 잔디를 닮은 잡초, 잔디와 유사하게 생겼지만 나중에는 잔디보다 잘 자라서 눈에 뜨이는 잡초를 제법 어릴 때부터 골라낼 줄 아는 이력을 갖추었다.


나이 마흔 즈음에는 겨울을 들여다보며 정수리 쪽에서 흰머리를 뽑았다. 머리카락 한 올이 빠질 때마다 시름과 우울이 뽑혀 나가는 것 같아서 그날 보인 흰머리를 다 뽑아내고 나면 마음까지 개운해지곤 하더니 이제는 흰머리 대신 잡초를 뽑는 것이 복잡한 심사를 달래기에는 최고다. 생각 없이 나가서 한 주먹의 잡초를 뽑아내고 들어오는 날은 그저 그냥 평화로운 날이고 한 손으로 잡기에 버거울 만큼 뽑아서 숲으로 던진 후에도 계속 앉아서 잡초를 찾는 날은 마음이 편치 않은 날이다. 때로는 바구니를 옆에 끼고 풀 뽑아야지 마음을 먹는 날도 있다. 속이 시끄러워 어떤 일에도 집중하기 어려운 날이다. 화단의 마른 가지, 누렇게 변해버린 이파리들과 마당 가장자리에 돋아난 잡초들을 공략해서 바구니를 채우다 보면 어느새 엉킨 실타래의 끝을 찾아내서 가지런히 감는 것처럼 마음이, 가슴이, 머리가 정리가 된다. 풀을 뽑을 마당이 있어서 정신이 점점 건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