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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산책] 책 속 문장을 유영합니다.

책 유영 속 닻 내린 문장, '내로남불' 하지 않으려면

by 모티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몇 가지 요소들을 기준으로 사람의 높낮이를 매기고 귀천을 따지는 것이 우리의 속물적 문화다.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를 발견하면서 자신의 귀중함을 깨닫고 서로의 존엄을 북돋아주는 관계가 절실하다." <모멸감 119쪽 >

스위스의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은 사람의 마음은 의식과 무의식으로 이루어지며 여기서 그림자와 같은 페르소나는 무의식의 열등한 인격이며 자아의 어두운 면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사회적 인격(페르소나)이라는 가면을 쓴 채 살기에 다양한 상황을 겪어보면서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간다. 주위 평판도 고려하면서 마음 거리를 유지한다. 얼굴과 눈빛, 옷과 헤어 스타일, 체형은 상대의 단편적인 정보들을 전해준다. 대화를 하면 어느 정도 성격과 품성이 파악된다. 말과 행동에는 삶이 녹아 있어 숨기려 해도 어느 순간 나타나기 마련이다. 물론 의식적으로 말을 하지 않거나 신중한 성격은 "속을 모르겠다"며 파악하기 쉽지 않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는 최소 3개월 정도 기간을 두며 관찰하는 편이다. 다양한 모습이 부대끼며 고운 정, 미운 정이 쌓이면서 아는 만큼 이해의 폭도 커지게 되어서다. 쉽게 판단할수록 실수하기가 쉽다. 경험상 빨리 가까워질수록 상대의 단점도 잘 보이고 기대와 달리 실망할 경우도 있었다. 먼저 다가섰다가 어떤 계기로 거리를 두는 것이 관계에 서툰 사람들의 모습이다. 다른 사람에게 먼저 전해 듣는 경우는 선입견이 생길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관계는 상대적이며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에 변화무쌍한 날씨처럼 예측불허인 경우가 많다.


보이는 것 이상을 알기 위해서는 정서적인 교감을 통해서 가능하다. 대화로 관심사도 알아가고 업무 외적인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상대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다. 때론, 상처를 받았던 아픔이 브레이크가 되어 움츠리기도 하지만 대부분 노력과 이해에 따라 관계 밀도가 달라진다. 상대에 대한 이해는 인내의 과정이다. 다소 불편함도 감내해야 하는 애씀의 산물이다.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며 개성을 존중할 때 건강한 관계가 형성된다. 주의해야 할 것은 상대를 쉽게 생각하며 함부로 대하는 행동이다. 마음으로 낮추어 보거나 상대를 하찮게 여기는 것이다. 상대방을 비하하고 깔아뭉갬으로써 수치심운 유발하는 행위는 모멸감을 준다. 직위나 나이가 마치 모든 것의 척도인양 착각하는 사람들은 위계와 부딪히기 싫어 어쩔 수 없이 머리를 숙이고 있다는 것을 간과하는지도 모른다.


나이, 경험, 계급에 따라 하대한다면 꼰대라는 소리를 듣는다. 먼저 나를 돌아보며 문제는 없는지 살핀다면 꼬인 관계 실타래가 마법처럼 풀릴지도 모른다. '내로남불'은 자신에게 관대하고 타인에게 엄격한 연약한 인간 본성과 나는 잘하는데 타인이 잘못했다는 책임전가에 익숙한 우리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매일 성찰하며 마음공부에 부지런하는 이유다.

"얘야, 마치 내 가슴속에서 두 마리의 늑대가 싸우고 있는 것 같구나. 한 마리는 복수심이 가득 차있고. 화가 나 있고, 폭력적인 놈이고, 다른 한 마리는 사랑과 동정의 마음을 갖고 있단다." 손자가 물었다. "어떤 늑대가 할아버지 가슴속에서 이기게 될까요?"
할아버지가 대답했다. "내가 먹이를 주는 놈이지."
<모멸감, 291쪽>
3초 간격으로 고개를 돌리다 뽀뽀하는 작품이다. 만든 사람이 관계 고수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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