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은 중국 명나라 말기에 문인 홍자성의 어록으로 전집과 후집으로 이뤄졌습니다. 전집은 주로 벼슬한 다음, 사람들과 사귀고 직무를 처리하며 임기응변하는 길을 말하며, 후집은 주로 은퇴 후에 산림에 한거하는 즐거움을 전합니다. 총 356조의 단문, 대구를 많이 쓴 간결한 미문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쉽게 읽힐 수 있는 어록체 형태로 운문의 효과가 있어 생동감이 있습니다.
명나라는 황제의 권력이 높은 반면 지식인은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저자는 세상을 교화하려고 하기보다는 정신에서 멀어져 현실세계를 떠나 학문을 논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지식인의 행태를 비판하고 경계합니다. 처세 방법을 제시하는 것은 정치상황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채근'은 송나라 왕신민의 소학에서 따온 것입니다. 채근이란 나무뿌리를 먹듯 담담하고 평범하게 세상사를 마주할 수만 있다면 누구나 자기 삶을 오롯하게 지켜갈 수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사상적으로는 유교가 중심이며, 불교와 도교도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신수양서, 처세 지침서, 동양적 인간학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자신을 수양하여 현실 상황에 가장 적합하고 원만하게 행동하라'는 주제로 수렴됩니다.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아는 만큼 이해되는 멋진 문장들이 가득합니다. 균형과 조화, 절제와 끈기, 수양과 실천, 비움과 채움,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였습니다. 읽을수록 담백해지며, 일상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읽는 동안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 부족함은 배움과 수양으로 채워야 함을 느꼈습니다. 시대를 초월한 고전은 주로 본질에 집중합니다. 마음 근육을 키우고 삶의 지혜를 얻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밑줄 그은 문장
귀에 거슬리는 충고더라도 항상 들을 줄 알고, 마음에 맞지 않는 일이더라도 항상 간직한다면, 이것으로 덕을 증진시키고 행동을 닦는 숫돌은 될 것이다.(전집 5)
군자는 한가할 때 긴장을 놓지 말아야 하고, 분주할 때 여유 있는 정취를 지녀야 한다.(전집 8)
좁은 길에서는 한 걸음 양보하여 다른 사람을 먼저 가게 하고, 맛있는 음식은 조금 덜어 다른 사람들에게 맛보게 하라. 이것이 세상 살아가는 가장 편안하고 즐거운 방법 중의 하나이다.(전집 13)
다른 사람의 잘못을 비판할 때는 지나치게 엄격하게 하지 말고, 그가 그 책망을 감수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전집 23)
깨끗함은 항상 더러움에서 나오고, 밝음은 늘 어두움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전집 24)
사람이 항상 일이 난 후에 뉘우칠 것을 생각하여 일에 착수할 때의 어리석음과 혼미함을 물리친다면, 본성이 안정되어 행동이 바르지 않으니 없을 것이다.(전집 26)
남을 도울 때 상대방이 은덕에 감격하기를 바라지 말라. 원망 듣지 않는 것이 은덕인 셈이니까.(전집 28)
낮은 곳에 거처한 뒤에야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의 위태로움을 알 것이요, 어두운 곳에 있는 뒤에야 밝은 곳을 향함이 지나치게 드러난다는 것을 알 것이다.(전집 32)
욕망에 관한 일은 그 이로움을 즐겨 잠시라도 손을 대서는 안 되니, 한 번 손을 대고 나면 곧장 만길 구렁텅이로 빠져들게 된다.(전집 40)
책을 읽으면서 시문을 읊조리는 데 흥취를 두면 결국 마음속 깊이 느끼지 못하게 된다.(전집 44)
선량한 사람을 대할 때는 너그러워야 하고, 못된 사람을 대할 때는 엄격해야 하며, 평범한 사람을 대할 때는 너그러움과 엄격함을 아울러 지녀야 한다.(전집 50)
학문을 연마하면서도 실천을 중시하지 않으면 공허한 빈말이 될 뿐이고 업적을 세우고도 은덕 베풀 것을 생각지 않으면 눈앞에서 잠깐 피었다 시들어 버리는 꽃이 될 뿐이다.(전집 56)
의심과 믿음을 참작하여 살핀 끝에 이룬 지식이야말로 진정으로 참된 앎이다.(전집 74)
사람에게 허물 많은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니, 잘못을 고칠 줄 모르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다. (전집 77)
옛말에 "사람을 보려면 그 인생의 후반부를 보라"라고 한 것은 진실로 명언이다.(전집 92)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 불우한 처지에서는 주위의 모든 것이 나를 단련시키는 좋은 침과 약이 되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지조와 품행이 닦여진다.(전집 99)
최고의 문장은 남다른 기교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쓰고자 하는 내용에 꼭 알맞게 할 뿐이며, 최고의 인품은 남다른 특이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인간 본연의 모습 그대로일 뿐이다.(전집 102)
군자는 가득 찼을 때 기울 것을 근심하여 더욱 조심하고 경계한다.(전집 109)
작은 일도 소홀히 하지 않고, 남들이 모른다고 해서 속이거나 숨기지 않으며, 실의에 빠져서도 낙담하지 않아야 진정한 영웅이다.(전집 114)
남의 잘못은 마땅히 너그럽게 용서해야 하나, 자신의 허물은 용서해서는 안 된다.(전집 166)
바쁜 와중에도 여유를 가지려면 모름지기 먼저 여유 있을 때 의지할 근거를 찾아 두어야 하고, 소란스러운 와중에도 고요함을 유지하려면 모름지기 먼저 고요할 때 중심을 세우고 있어야 한다.(전집 182)
날이 저물어 감에 안개와 노을이 오히려 눈부시도록 아름답고, 한 해가 저물어 감에 잘 읽은 밀감이 더욱 향기롭다.(전집 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