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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정문선 Oct 30. 2020

[일상 관찰] 숲길에서 '온정'을 배우다.

아파보았으니 덜 아프길 바라는 마음

#1 아픈 만큼 여물어가는 삶

많이 지친 때가 있었다. 입맛이 없고 의욕도 없었다. 일을 해내는 속도가 현저히 줄어들고 모든 게 귀찮았다. 무엇이 문제일까? 어디서부터 어그러진 것일까?


내면의 소리와 몸의 신호들을 무시했다. 살아왔던 삶이 부정되면서 통째로 흔들렸다. 잠 못 이루는 날이 쌓여갔다. 어깨와 뒷 목은 뻐근하고 등은 점점 굳어갔다. 시든 꽃처럼 활기가 사라지고 있었다. 찡찡한 얼굴 날씨에 주변 사람들도 걱정하는 눈치였다. 타인의 시선이 차츰 두려워졌다. 깊은 한숨이 는 만큼 자존감은 줄어들었다. 소모적인 하루를 버텨내다가 한계에 이른 것이다. 임계점이 넘은 페이스에 몸이 더 이상은 못 참겠다며 총파업을 선언하였다. 나를 몰아붙이며 다그쳤던 것에 대한 혹독한 부메랑이었다.


붙잡아주던 버팀목들이 하나둘 무너지자 머릿속은 복잡하고 혼란스러웠다. 훌훌 털고 다시 예전처럼 아무 일 없듯이 일어설 자신이 없었다. 무엇보다 가족에게 큰 부담을 주는 것 같아 많이 미안했다. '내가 이 정도밖에 되지 않구나' 어떻게 살아야 할까? 시간이 약일까 아니면..... 다른 길을 택할까?


선배가 끌어 주며 함께 걸었던 '특별한 길'

#2 내게 은인이 되어준 선배의 향기


직장 선배가 있었다. 내가 힘든 시기에 묵묵히 함께 '특별한 길'을 걸어 주었다. 내 얘기를 들어주며 마음을 다독여 주었다. 그렇게 몇 번 선배와 길을 걸었다. 억눌렀던 감정들을 쏟아내고 나서야 가슴속에 맺혔던 응어리가 하나둘씩 떨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차츰 회복되어 갈 즈음 선배에게 물었다.

"선배가 제게 신경 써주며 잘해주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조용히 걷던 선배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말했다.

"내가 힘들 때마다 혼자 이 길을 걸으면서 참 많이도 울었네. 먼저 아파보았으니까. 자네는 덜 아팠으면 해서. 나중에 힘들어하는 후배가 있다면 그때 자네가 손을 잡아주소."


내가 일어서도록 도움을 준 선배는 지금 어떻게 지낼까?

몇 년이 지나도 '선배의 온정'은 그대로 남아있다. 선배 덕분에 그 이후 후배들의 손을 잡아 주었다. 사랑받은 사람은 사랑을 주면서 제대로 사랑의 깊이를 알게 된다.


누군가의 길이 되는 삶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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