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지친 때가 있었다. 입맛이 없고 의욕도 없었다. 일을 해내는 속도가 현저히 줄어들고 모든 게 귀찮았다. 무엇이 문제일까? 어디서부터 어그러진 것일까?
내면의 소리와 몸의 신호들을 무시했다. 살아왔던 삶이 부정되면서 통째로 흔들렸다. 잠 못 이루는 날이 쌓여갔다. 어깨와 뒷 목은 뻐근하고 등은 점점 굳어갔다. 시든 꽃처럼 활기가 사라지고 있었다. 찡찡한얼굴날씨에 주변 사람들도 걱정하는 눈치였다. 타인의시선이 차츰 두려워졌다. 깊은 한숨이 느는 만큼자존감은 줄어들었다. 소모적인 하루를 버텨내다가 한계에 이른 것이다. 임계점이 넘은 페이스에몸이 더 이상은 못 참겠다며 총파업을선언하였다. 나를 몰아붙이며 다그쳤던 것에 대한 혹독한 부메랑이었다.
붙잡아주던 버팀목들이 하나둘 무너지자머릿속은 복잡하고 혼란스러웠다. 훌훌 털고 다시 예전처럼 아무 일 없듯이 일어설 자신이 없었다. 무엇보다 가족에게 큰 부담을 주는 것 같아 많이 미안했다. '내가 이 정도밖에 되지 않구나' 어떻게 살아야 할까? 시간이 약일까 아니면..... 다른 길을 택할까?
선배가 끌어 주며 함께 걸었던 '특별한 길'
#2 내게 은인이 되어준 선배의 향기
직장 선배가 있었다.내가 힘든 시기에 묵묵히 함께 '특별한 길'을 걸어 주었다.내 얘기를 들어주며 마음을 다독여 주었다.그렇게 몇 번 선배와그 길을 걸었다.억눌렀던 감정들을 쏟아내고 나서야 가슴속에 맺혔던 응어리가 하나둘씩 떨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차츰 회복되어 갈 즈음 선배에게 물었다.
"선배가 제게 신경 써주며 잘해주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조용히 걷던 선배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말했다.
"내가 힘들 때마다 혼자 이 길을 걸으면서 참 많이도 울었네.먼저 아파보았으니까.자네는 덜 아팠으면 해서. 나중에힘들어하는 후배가 있다면 그때 자네가 손을 잡아주소."
내가 일어서도록 도움을 준 선배는 지금 어떻게 지낼까?
몇 년이 지나도 '선배의 온정'은 그대로 남아있다. 선배 덕분에그 이후 후배들의 손을 잡아 주었다.사랑받은 사람은 사랑을 주면서 제대로 사랑의 깊이를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