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풍요로움을 말로써 불러낼 만큼 시인인 못 됐다
"나는 이제 당신에게 그 모든 것을 제발 그만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눈길을 외부로만 향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그것을 그만두어야 합니다. 이 세상의 어느 누구도 당신에게 충고하고 당신을 도울 수 없습니다. 그 누구도 할 수 없습니다."(p.14)
카푸스는 자신이 쓴 습작 시들이 좋은 시인지 아닌지 의견을 듣고 싶었다. 잡지사에도 보내고 내 시를 남의 시와 비교도 했다. 더구나 잡지사 편집인들이 내 노력을 받아들여주지 않으면 불안하고 안절부절했다. 이런 내용이 담긴 편지를 받은 릴케는 진심으로 마음을 담아서 첫번째 편지를 보낸다.
당시 스무살도 되지 않았던 카푸스는 자신에게 타고난 소질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직업의 문턱으로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괴로웠다. 용기를 내어 속마음을 털어놓은 편지와 습작 시들을 보낸 후 몇 주 후에 답장을 받았어요. 자신의 시에 대한 평가를 듣고 싶었던 카푸스는 릴케가 보낸 답장에서 자신은 시에 대해서 평가할 처지가 안된다고 답장이 왔다. 편지 겉봉의 깔끔함과 아름다운 필체가 사로잡았다. 필체도 첫줄부터 마지막줄까지 똑같았다.
비평의 글만큼이나 예술작품에 접근하는 데 소용없는 것도 없다. 비평의 말은 언제나 다행스러운 오해로 귀결될 따름이다. 사람들이 보통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는 모든 것들을 다 이해할 수 있고 또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선들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P.12)
다른 사람에게 비평을 구하지 말고 홀로 서서 남의 비평에 흔들리지 말라고 한다. 일반적인 주제를 피하고 일상생활이 제공하는 주제들을 구하라고 한다. 슬픔, 소망,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의 편린들과 믿음을 묘사하라고 한다. 특히 사랑 시는 쓰지 말라고 너무 흔하고 평범한 것들은 우선 피하라고 알려준다. 그것들은 다루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다정하고 차분하고 겸손하고 솔직하게 묘사해야 한다.
나의 일상이 보잘것없어 보인다고 일상을 탓하나요?
(이런 생각을 인간이라면 누구나 탓한다.)
시인이란 일상의 풍요로움을 말로 표현해야 하고,
진정한 창조자는 이 세상의 그 무엇도 보잘것없어 보이지 않으며
감흥을 주지 않는 장소란 없다.
앞으로 내면으로의 전향으로부터, 자신의 고유한 세계로의 침잠으로부터 시가 흘러나오게 되면, 굳이 다른 사람에게 그 시가 좋은 시인지 묻는 일은 생기지 않게 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보려는 일도 없을 것이다. 왜냐면 당신은 그 시작품들에서 당신의 사랑스럽고 자연스러운 재산을, 당신의 삶 한 조각과 당신의 삶의 한목소리를 보게 되니까요.(P.16)
정말 편지 내용을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몇 번을 이해하려고 읽고 또 읽어봤다. 최대한 이해하려고 애쓰며 내면을 파고 들어가서 삶의 샘물이 솟아나는 그 깊은 곳을 마주하려고 했다. 시인으로 사는 삶은 내면과 자연을 한 몸으로 구분 지어서 깊은 고독 속으로 깊이 들어가야 한다. 내면의 탐구에 헛되지 않기 위한 길이기도 하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고독해야 진심 내면으로 파고 들어가 당신ㅇ의 삶의 샘물이 솟아나는 그 깊은 곳을 살펴보라는 것이다. 그 원천에 도달하면 내가 왜 창작을 해야하는지 물음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나의 내면 탐구시간'을 자연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매일 사색의 시간을 갖는 루틴이 창조자가 되는 올바른 길이고 고독을 즐겨야 한다. 어쩌면 내면과 깊은 고독 속으로 들어갔다 나오면 시인의 소망을 포기할 지도 모른다는 말에 요즘 고민에 대한 해답을 얻은 거 같았다. 문제의 답은 문제를 직시하는 거니까 말이다.
앞으로 남은 오후는 행복한 고독시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