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 여덟 번째 편지
우리는 고독한 존재
초겨울이라 날씨가 꽤 차가워졌어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편지를
다시 기록합니다.
일곱 번째 편지에 이어 여덟 번째 편지네요.
1904년 8월 12일
스웨덴의 보르에 뷔 고르드, 플레디에서
릴케는 '슬픔'에 대해서 설명하네요. 슬픔의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하여 사람들이 슬픔을 시끌벅적 한 곳으로 들고 가서 외면할 때 오히려 그 슬픔은 위험스럽고 나쁜 것이 된다고 해요. 슬픔을 대하는 나의 자세를 떠올려봤어요. 왜냐하면 기쁨이 있다면 슬픔이 있고, 성공이 있다면 실패가 있는 인생은 동전의 양면처럼 한 끝 차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슬픔은 무언가 새로운 것, 무언가 미지의 것이 우리의 가슴속으로 들어오는 순간이기 때문이라고 해요. 우리가 느끼는 모든 슬픔은 우리가 마비로 느끼는 긴장의 순간이라고 하네요. 우리가 슬픔에 잠겨있을 때 고독해야 하고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이유였어요.
슬픔에 젖어 있을수록 조용해지고, 더 인내심이 길러지고, 더 마음을 열수록, 더 새로운 것은 더 깊고 확실하게 가슴속으로 들어오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라고 해요.
우리가 슬픔에 잠겨있을 때 우리 내면은 어떤 느낌인지 아시나요?
더 조용해지고, 더 인내심을 갖고, 더 마음을 열수록, 새로운 것은 그만큼 더 깊고 더 확실하게 우리의 가슴속으로 들어와요. 그것을 운명이라고 받아들이죠. 생각해 보면 많은 징조들이 낯선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가슴 깊은 곳에서 일어나고 있었기에 친근함과 가까움을 느껴요.
고독은 근본적으로 우리가 택하거나
버릴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님이
점점 더욱 뚜렷해집니다.
우리는 고독한 존재입니다.
우리는 마치 그렇지 않은 듯이
스스로를 속이고 행동할 뿐입니다.
_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p.84
고독의 상태에 빠지는 경우에는 모든 거리감과 모든 척도가 변하게 돼요. 이 변화는 아주 급격하게 이루어지죠. 기이한 상상과 이상야릇한 느낌들, 우리는 반드시 이것까지도 경험해야 해요. 현존재를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되도록 폭넓게 생각해야 가능해요.
항상 내면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잊지 말고 배척하지 말고, 순간마다 일어나는 동요와 고통을 받아들이세요. 삶은 당신을 잊지 않았을뿐더러 당신은 손에 꼭 쥐고 있어요.
지금 우리는 변화 과정 중에 있으며, 그 무엇보다도 스스로 모든 것이 변하기를 바랐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 겪고 있는 과정들은 병적인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해방하는 수단임을 명심해야겠어요.
릴케는 당연한 것이라고 변화의 과정에서 겪는 고통들을 가만히 기다리고 받아들이라고 해요. 또한 지나치게 자신을 관찰하지 말고 성급하게 결론 내리지 말라고 해요. 그냥 일어나는 대로 두라고 강조해요.
어렵게 쓰인 내용이지만 릴케가 카프스에게 보내는 진심이 담긴 위로의 편지라는 것이 느껴져요.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나는 과연 진심을 담아 긴 시간 고뇌하며 글을 쓸 수 있을까 싶어요. 그리고 '자신도 가끔 위안이 되고 소박하고 조용한 말이나 하면서 아무런 어려움 없이 살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마세요.'라며 지금 릴케 자신의 처지를 말하는 문장을 보며 고독하면 왜 릴케인지 알았네요.
인생은 많은 어려움과 슬픔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요. 내가 겪고 있는 슬픔이 나만 그렇다고 생각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