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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태영 Jul 16. 2017

왜 당신의 자식을 굶깁니까?

비료 회사가 얘기하지 않는 비료 이야기

들어가며- 우리의 비료, 이대로 괜찮은가? 


"왜 유럽에서는 양액재배가 발달했나요?"


한 국제 학회에서 중국의 한 업체 대표가 유럽비료업체의 세미나 후 던진 질문입니다. 

듣자마자 '참 바보같은 질문일세'라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질문을 받은 유럽업체대표의 답을 듣고 나니 뭔가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더군요.


"땅값이 비싸서요"


 보통은 '선진국의 농업'하면 근사한 유리 하우스와 첨단 양액시스템을 떠올리지만, 그리고 많은 분들이 다들 한번씩 그 현장들을 다녀오셨겠지만, 정작 그들이 왜 그런 고투입 집약농법에 집착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현지인들에게 직접 물어보신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그들의 답을 옮기자면 이렇습니다.


"유럽은 각 나라의 땅덩어리가좁고 땅값이 비싸요. 여기서 농사를 지어먹으려면 당연히 어떻게 하면 단위 면적당 수확량을 높일지 고민해야겠지요? 그러다 보니 최소 투입으로 최대 수확을 추구하는 Precision farming(정밀 농법)이라는 개념이 생겨서 조금이라도 물과 비료 등 투입을 최적화 해보려는노력이 생기게 되고, 최근에는 미네랄 성분 조절 말고도biostimulant라는 분야가 각광을 받고 있어요"


 이 precision farming의 개념은 이제 중국에서도 시작되어 수자원 이용을 최적화하기 위한 노력부터 진행된다지요. 산동성 지역을 중심으로 기존의 이랑 관수에서 벗어나 점적 관수를 도입하고 물과 비료를 동시에 투입하는 관주재배가 급성장하는 이유입니다.

 '이미 한국에서 다 해본 것들이고 한 물 간 얘기다'라고 생각하실지 모릅니다. 저도 그런 줄 알았으니까요. 하지만 몇 년 전 제주도에서 개최된 국제 원예학회에서 한 외국인 전문가의 평은 좀 의외였습니다.


"한국의 농업관련 자재나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것들이 모두 들어와있는데, 정작 농업 기술은 놀랄만큼 낙후되어 있군요."


 한국에서 관주재배가 도입된 것은 이미 90년대 초반이고, 유럽에서 이제 막 주목받기 시작하는 아미노산 비료시장이 죽은지는 10년도 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기술이 낙후되어 있다….그리고 실제 제가 현장에서 봐온 바로도 상당수 농가들이 어렵게 받아낸 정부 보조금으로 지은 첨단 설비를 전부 걷어내고 도로 퇴비 농사로 돌아가고 있다....... 


왜 그럴까요?


 두 분의 외국인 컨설턴트들과 4년여를 넘도록 농업 현장에서 일해본 지금, 돌이켜보면 보조금을 통한 첨단 기술보급 이전에 제대로 된 기본 기술 보급이 불충분하지 않았나 하는추정을 조심스레 해 봅니다. 게다가 이 보조금에 눈먼 상당수 시설업자들이 토양, 식물, 양분에 대한 이해 없이 그저 비싼 설비 하나라도 더 설치해서공사 대금만 늘려 놓으려 하다보니 농가 입장에서는 효과보다는 문제를 만나는 일들이 많아졌고, 거기에투여되는 비료 등의 자재 역시 만드는 분들이나 파는 분들이나 제대로 된 설명이나 이해를 하지 못했던 탓이 아닌가 싶습니다. 보조금을 어렵게 만들어주시는 분들 또한 그랬고요.

 결국 지금은 상당수 농가들이 또 그 보조금을 따라 유기질 비료와 퇴비 쪽으로만 몰리고 있지요. 중국에서조차 precision agriculture를 부르짖으며 저투입 고효율 농법으로 가는 중인데, 우리나라는 오로지 '저투자'로만 가는 모양새입니다.


 게다가 비료 관련하여 좀 더 깊게 농가 분들과 얘기하다 보면 화학비료, 유기질비료와 퇴비만 '비료'이고 정작 관주비료, 엽면비료는 ‘영양제'라고 취급받는 오해가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전자는 commodity, 후자는specialty로 불리며 오히려 commodity시장이 저평가 되는데 말이지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업무차 브라질에 갔다가 몇몇 비료업체들 및 유통업체들과 만날 일이 있었습니다. 업무 제휴를 목적으로 한 미팅이었기 때문에 각자 사업의 깊숙한 부분까지 인터뷰를 했습니다만, 그저 대두, 옥수수, 사탕수수, 목화나 키우는 노지 농업 대국인 줄 알았는데 그 비료시장은 우리와 너무 차이가 나더군요.

 브라질의 Specialty 비료회사들은 신제품을 개발할 때, 내부 온실 시험 이후로는 현장 시험을 안 한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회사 자체적인(홍보 목적이 농후한) 현장시험은 대리점이나 농가들이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시험 데이터가 없는 제품을 가지고는 아예 대화 시작 자체가 불가능하고, 그마저도 공인된 연구자나 대학을 통한 시험데이터일 때에나 비로소 농가나 영농조합, 대리점들과 얘기를 시작할 수 있답니다(거래 시작이 아니라 상담 시작입니다).

  특히 대규모 영농조합들은 모두 자체 agronomist(농업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어, 이들이 각 업체에서 제시한 데이터를 비교하거나 이를 토대로 한 자체 비교시험을 진행한 후에나 제품을 선택한다고 하네요. 업체들로서는 피를 말리는 상황인거지요. 정말 ‘데이터 기반의 기술영업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얘기를, 만나는 업체마다 마치 입을 맞춘듯이 얘기하더군요. 


 자 이제 제가 뭐하는 사람인지 대략 감을 잡으시겠지요? 네, 저는 주로 비료를 연구하고 개발하고 마케팅하고 판매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다보니 현장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았고 우리나라와 외국의 농가들을 만나면서 그동안 느꼈던 점들을 언젠가는 한 번 누구나 알기 쉽게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었습니다만, 우연한 기회에 귀농한 분들 대상의 세미나를 몇 번 진행하다보니 이런 생각이 더 간절해지더군요. 

 사실 이 분야에는 저보다 훨씬 전문적인 분들이 전국의 학교, 관공서, 농협, 그리고개별 농가들까지 많이 계십니다. 그에 비하면 제가 드리고자 하는 얘기들은 아주 기초적인 수준에 불과하지요. 그러나, 전문가 분들의 설명이 귀에 잘 안 들어오시는 분들, 식물과 토양과 비료에 대한 아주 쉬운 이해가 필요하신 분들, 그리고 아직도 뭐가 뭔지 모르고 가격과 인맥으로만 비료를 판매하던 분들께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서 저는, 제 글은 농업이나 비료업에 입문하는 과정에서 참고하시고, 전문 용어나 학술적인 내용들은 전문가들께서 제대로 저술하신 다른 교재를 열독하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실제 재배 관련 내용들은 웬만한 농업기술센터의 동계 영농교육 교재만 보셔도 정말 상세히 나와있으니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얼마 전 한 농협의 진열장에서 미국 직수입이라는 500㎖ 액제를 봤습니다.

저도 웬만한 외국 비료업체들 이름 정도는 거의 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생소한 회사명이었네요.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로 치면 '철수와 영희'쯤 되는 정겨운(?) 회사명의 이 제품 성분은 이렇습니다.

 Rock phosphate, lime, dolomite.....(인광석, 석회석, 돌로마이트..) 

 이걸 수입한 업체는 각 성분이 뭔지, 어떤 용도로 쓰는 지나 알고 홍보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물에 잘 녹지도 않고 엽면시비로 흡수되기도 힘든 성분들 뿐 이거든요. 한편으로는 이런 제품들이 데이터도 근거도 없이 버젓이 판매되는 이런 현실 때문에, 이런 업체들의 농간에 수십년간 치고 데어온 적지 않은 우리 농가들이 별 수 없이 아직도 주먹구구식 시비방법과 정부보조 제품에 기대는 팔자가 되어버린 지도 모르겠습니다.

 

 환경과 재배 데이터에 근거한 제대로 된 제품개발과 소비자의 언어로 된 설명,이것이 국내 비료회사들과 판매하시는 분들이 가져가야 될 가장 중요한 숙제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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