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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태영 Aug 28. 2017

나도 작물이다

엽채류와 아이들

* 경기 이천 열무 재배농가

 

▶ Q : 배추, 열무 재배 후 곧 수박으로 전환 재배합니다. 불규칙한 생육 때문에 고민 중인데, 아마 염류집적 내지는 선충의 피해로 추정됩니다.

 A : 선충이 문제라면 재배법이나 비료로는 해결이 안 됩니다. 다들 아시듯이 밧사미드 등 훈증제를 사용하는 것이 최선이고, 친환경적으로는 한여름에 물을 대고 멀칭 해서 열소독을 하는 방법이 전부입니다.

 이 농가는 대체적으로 이랑이 매우 낮습니다. 이랑을 높게 잡아주기만 해도 배수가 잘 되고, 이를 통해 염류 집적이 해소되며 통기성이 높아져 뿌리 발달이 좋아 집니다. 간단히 쇠꼬챙이로 토양의 여러 곳을 찔러봐도 대체적으로 작토층이 깊지 않음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깊이 갈아주고 이랑을 높게 잡는 것이 핵심입니다.


* 경기 이천 적근대 재배농가

 

▶ Q : 과거 여러 가지 관주용 비료를 사용한 경험이 있습니다. 스스로 각 제품 간 성분 비교표 및 희석량 표를 만들어서 연구도 해봤습니다. 많은 돈을 들여서 관주 시설을 하지 않고, 공사장에서 통을 주워다가 간단한 비료 희석 통을 만들어 관수 시 같이 섞여 들어가도록 설치했습니다.

 사질토라 배수가 매우 빨라서 유기질, 퇴비 및 볏짚을 충분히 섞어주고 있습니다.

다만, 일반 영양제들을 주면 영양생장은 빨리 되는데 엽육이 얇아져서 고민입니다. 일부러 규산질을 줘서 엽육이 단단해지도록 해보기도 했는데 이런 방법이 맞는지요?

농가가 자가 제조한 관주비료 용해 통

 A : 우선 농가의 대단한 열정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이 농가의 비료통은 특허를 내도 되겠습니다. 이처럼 관주 재배는 굳이 비싸고 복잡한 시설을 요구하는 방법이 아닙니다. 한국은 어쩌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보조 사업이 기술의 발전을 가로막는지도 모릅니다. 농학에 기초하지 않은 과잉 설비로 정부 예산은 낭비되고 정작 농가는 과습피해를 보고는 결국 재래식 농법으로 돌아가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보고 있으니 말입니다.

 볏짚 사용은 유기물 공급에 좋습니다만, 너무 과잉하게 되면 토양에서 미생물이 이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질소를 소모하므로, 자칫 질소비료가 딸리게 되는 결과가 올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볏짚을 넣을 때는 요소를 보완해서 같이 넣어주시거나, 유기질 비료나 완숙퇴비를 쓰는 것이 좋습니다.

 규산질 비료는 벼 같은 작물의 줄기를 빳빳하게 해 주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엽채류에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닙니다. 엽채류의 엽육 조직 강화와 저장성 향상에는 칼륨이 가장 중요합니다. 엽채류의 생육 후기 NPK비율은 보통 3 : 1 : 2를 추천합니다. 그러나 별도로 그런 제품을 또 사실 필요 없이, 현재 가지고 계신 1 : 1 : 4 비료 1kg당 요소 200~300g 정도를 같이 섞어 사용하면 가장 적당하고 비료 비용도 줄일 수 있겠네요.

 Q : 여러 가지 제품을 써봤지만, 제품 자체만 좋다고 하지 왜 그런지를 설명해주는 업체들은 없었습니다. 어떤 관주 비료가 괜찮은지 좀 간단하게 구분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A : 물에 잘 녹고 원료가 좋은 관주용 비료를 구분하시려면, 일단 NPK합이 50~60이 되는지를 먼저 보시면 대략 맞습니다. 특정 제품이 이 정도 양분 수준이 안 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성분이 왜 좋은지를 업체 담당자에게 문의해보시기 바랍니다.

 Q : 알려준 방법대로 따져보니, 내가 그동안 좋다고 생각했던 비료 제품들과 정확히 일치하네요. 감사합니다.


* 대구 광역시 시금치 농가


스프링클러로도 얼마든지 비료를 줄 수 있습니다
관정 연결 호스 중간에 비료통만 놓으면 끝

 Q : 통에 비료를 녹여 스프링클러 관수 시 매 4~5일마다 관주. 1시간 관수 + 5~10분 관주 + 다시 5~10분 관수하여 라인을 씻어냅니다. 더 빨리 키우기 위해 요소를 쓰고자 하는데, 목초액을 사용하면 더 잘 녹는 느낌이 드네요. 맞나요?

 A : 목초액의 pH가 용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겠지만, 요소 자체가 워낙 잘 녹으므로 용해 촉진 용도라면 목초액은 넣어도 안 넣어도 별 상관이 없습니다.


경기 남양주 장미허브 농가


▶ Q : 여름에도 하위 엽의 황화가 옵니다. 원인이 뭘까요?

 A : 하절기에는 암모늄 가스 독성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이는 비료량 말고도 포트 내 수분 함량과도 관계가 있는데, 동일한 크기의 빈 포트에 1회 관수량만큼의 물을 담아서 그것이 증발되는 기간을 재보면 적정 관수 주기 및 시간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이런 동절기에는 뿌리 발달이 더디고 뿌리 흡수가 잘 안되므로 거의 엽면 흡수에 의지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므로 10일마다 관주하는 전체 양은 그대로 두고, 3일마다 그 1/3씩 주는 식으로 조금씩 자주 주는 것이 더 좋습니다.


경기 쌈채 농가


▶ 재배현황 : 200평 1동당 기비는 3종 복비 12-5-7+유기물 30% 제품 40kg, 규산질 40kg 

 추비로 영양제 엽면시비(4-3-5, 4-6-8+아미노산). 매 15일마다 30~40분씩 관수(여름에는 1시간씩 관수)

 Q : 어떤 곳은 동시에 나온 잎인데도 자라는 속도가 다르네요.

 A : 양분은 balance가 중요하고, 그게 잘 맞지 않으면 생육에 이상이 옵니다. 특이하게 이 농가는 엽채류인데도 생육기 질소 투입이 전체적으로 낮습니다.

 3종 복비를 준 것은 좋은 선택입니다만, 현재 엽면시비로 준다는 제품들의 NPK함량 자체도 낮거니와 질소가 칼륨에 비해 모자랍니다.

 Q : 앞으로 이 지역이 갈수록 유기농으로 바뀔 텐데, 이에 적합한 비료는 없는가요?

 A : 유기농이라면 사실 유기질 비료 말고는 추천할 제품은 별로 없습니다. 

 유럽의 시험 결과를 보면 질산태 질소의 집적이 가장 문제 되는 곳이 유기농 지역이라는 보고도 있습니다만(물론 한국과는 상황이 좀 다릅니다만), 어쨌든 유기농업은 인위적인 양분관리를 통하여 토양과 작물의 양분 함량을 조절할 방법이 없는, 매우 힘든 작업입니다.


* 경기도 여주 수막 재배 농가


▶ 재배현황 : 퇴비 + 21 복비 2포/동 처리. 이후 기술센터에서 제공하는 유산균, 바실러스+WSF를 스프링클러로 시비. 

 Q : 겨울철에 잘 안 녹는 관주 비료가 있던데요?

 A : 좋은 제품이라고 해도 저온에서는 용해도가 떨어지니 수온을 확보하거나, 소량의 온수에 녹인 후 다시 탱크에 2차 용해하는 방식이 좋습니다.

 Q : 이 지역에서는 염류 집적과 인산 집적이 문제입니다. 

 A : 인산 집적은 작물에 큰 문제는 되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딱히 없습니다. 시중에 인산 분해 미생물도 있다고 하지만, 미생물의 효과는 금방 기대하기 힘들고 토양 상황에 따라 결과가 매우 불규칙합니다.

 토양의 염류 집적은 배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두둑을 높게 잡고, 염소질이 없는 비료를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또한 비료 중 질산태 질소가 많으면 염소의 함량을 낮추므로 일반 암모늄태 비료보다는 낫습니다.

 Q : 현재 스프링클러 설비를 점적으로 바꾸고자 하는데 그 장점은? 

 A : 점적은 스프링클러보다 균일한 관수, 뿌리 생육 및 양분흡수의 효율성, 공기 중 습도 강하 및 잎에 물이 닿지 않아 병해 전염이 방지되는 등의 장점이 있습니다.

 Q : 재작년에 스프링클러로 배추를 키웠다가 꿀통이 생겨서 다 버렸는데, 작년에는 점적으로 시범 처리해서 수확을 잘했네요 

 A : 배추 꿀통의 원인은 칼슘 부족인데, 칼슘의 흡수는 증산작용과 밀접합니다. 스프링클러로 관수하여 공중 습도가 높아지면 배추잎들은 기공을 닫게 되고, 이 때문에 증산작용이 원활하지 않아 칼슘결핍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설 재배시에는 점적 설비가 더 유리합니다.

 Q: 과거 논이었던 곳을 5년간 나무 업자한테 임대했다가 회수하여 하우스를 만들었는데, 상추 생육이 영 좋지 않아요. 

 A : 농장주라면 당연히 더 잘 아시겠지만, 토질을 보니 점토 함량이 너무 높습니다. 배수가 좋지 않고 무엇보다도 통기성이 매우 나빠 작물이 잘 자라기 힘듭니다. 석회질 비료를 시용하여 토양 구조를 개선하고, 두둑을 지금보다 높게 잡아 토양의 통기, 배수를 높이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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