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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태영 Sep 02. 2017

더 큰 배, 더 달콤한 복숭아

배, 복숭아 농가들 이야기

* 경기 남양주 배 농가


▶ Q : 배 잎이 말리거나 흑변 되는 원인이 뭘까요? 그리고 나뭇가지 뻗은 만큼 뿌리가 자란다고 해서 거기까지 비료를 줘야 한다는데, 점적호스를 어떻게 설치해야 할지?

 A : 잎이 말리는 것은 일반적으로 붕소 결핍이 원인이고, 잎의 바깥쪽부터 흑변이 되는 것은 아마도 칼슘결핍 등으로 조직이 약해진 틈으로 세균 등이 침입하여 점점 그 부분이 확산되는 듯합니다. 특히 과수원이 경사지라면, 경사지 맨 아랫부분으로 수분이 계속 이동하므로 과수원 위쪽에서 양분 손실이 일어날 확률이 높습니다.

 농가들의 오해 중 하나가, 나무의 가지와 잎이 아치형을 이루기 때문에 마치 우산처럼 비가 오면 가지 바깥쪽으로 빗물이 흘러내릴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사실은 그렇지 않고 대부분 나무 중심부 쪽으로 흘러내립니다. 그리고 작물의 뿌리는 물과 양분을 충분히 공급해주면 일부러 멀리까지 뻗어가지 않는 특성이 있고, 물과 양분이 부족할 때만 찾아서 뻗습니다. 그러므로 관수호스는 나무에 가까이 붙여서 설치하는 것이 좋습니다. 


* 경기 남양주 배 농가 2


 Q : 유박비료는 전면적 표면 살포, 나무 근처에만 표면 살포, 간격을 두고 땅을 조금 파서 넣어두는 방법 중 어느 것이 좋은지요?

 A : 나무뿌리 근처에 땅을 파서 주먹 거름 형식으로 넣어두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유박은 그 자체로 약간의 질소질이 있습니다만, 미생물이 활동을 해서 분해한 후에야 비효가 나옵니다. 따라서 가을에 준다면 가을에 어느 정도 따뜻할 때엔 조금 비효가 나올 수 있겠지만 곧 겨울이 되면 대부분은 그대로 남아 있다가 다음 해 봄이 되어서 4,5월쯤 지온이 올라갈 때 많이 나올 것입니다. 따라서 가을에 주든지 봄에 주든지 관계없으며 농가가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주면 됩니다만, 제대로 된 양분관리에는 별도의 비료 공급을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Q : 잎이 4월부터 나서 4/20 개화, 9/10 수확, 11월 초에 낙엽 지고, 수확은 추석에 맞춰서 합니다. 비료는 언제 주는 것이 좋은가요?

 A : 잎이 나는 시기부터 비료를 흡수할 수 있으므로 4월부터 시작하시면 됩니다. 

 Q : 배의 당도를 높이려면 어떤 성분이 필요한가요?

 A : 당도 상승에 영향을 주는 양분은 칼륨이므로, 생육 후기에는 칼륨질이 질소질보다 높은 비료로 관리하세요.

 Q : 그러면 염화칼륨과 황산칼륨 중 어느 것이 좋을까요?

 A : 황은 물론 작물에 필요한 양분이지만 웬만한 비료에는 이미 그 원료에 다 들어있어서 마늘, 파 등 매운맛이 강조되는 작물이 아니라면 별도 시비를 고민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아울러 황산칼륨은 물에 잘 녹지 않기 때문에 특히 저온기에는 관주 시설에 녹여서 사용하기가 불편합니다. 이에 반해, 염화칼륨의 염소 성분은 작물에 소량만 필요하고 하우스 재배시 과잉 사용하면 토양에 집적될 염려가 있습니다만, 물 관리만 잘 하면 문제없으므로 노지 재배 시에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상황을 봐서 결정하시면 됩니다.


* 전남 나주 배 재배 농가

 

 Q : 이제껏 퇴비만 1200평에 800포 정도 뿌리다가, 인건비가 많이 들어서 2월 말 경 12-8-8 비료로 바꿔서 24포 정도 뿌렸습니다. 괜찮을까요?

비료를 일찍 줘야지 꽃눈이 커진다고 들었는데, 더 빨리 줘야 비료가 녹아서 뿌리 근처에 가지 않을까요?

 A : 기비로는 괜찮은 양이고, 그것보다 조금 더 줘도 됩니다. 비료를 주는 시기는 잎이 나기 한 달 전쯤 주면 됩니다.

 옛날에 사용하던 퇴비나 유기물은 겨울철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비료를 주었는데, 겨울철에는 뿌리가 움직이지 않으므로 그때 넣어야 뿌리가 다치지 않아서 그렇게 했을 뿐입니다. 유기물은 미생물에 의해 분해된 다음에 작물이 흡수할 수 있는데 저온기에는 미생물의 활동이 없어서 비효가 나오지 않고, 기온이 올라가는 4~5월이 되어야 분해되기 시작합니다. 일반적인 그래뉼 비료들은 그에 비해 분해나 흡수가 빠르기 때문에 그렇게 일찍 줄 필요가 없어요. 오히려 뿌리고 난 후 비가 많이 오면 용탈 될 수 있으므로 잎이 4월 중순경에 난다면 비료는 3월 중순에 주면 됩니다. 

녹지 않고 남아있는 비료

 Q : 그런데 2월에 준 비료가 아직도 알맹이가 그대로 있던데요? 

 A : 비료를 주고 나서 경운까지 하면 좋겠지만, 과수원 특성상 어렵다면 흙으로 단 1cm라도 덮어줘야 합니다. 비료가 토양표면에 그대로 나와 있으면 비가 와서 적시기 전에는 비료의 효과를 보기 어렵고 오히려 양분이 유실되기 쉽습니다. 조금이라도 토양 속에 있어야 어느 정도 습도가 유지되어서 비 효가 안정적으로 나올 수 있어요. 정 어려우시면 비료를 준 후 물 한 번씩 주셔도 효과가 크게 달라질 겁니다.

 

* 전남 나주 배 재배 농가 2


 Q : 작년에 흑성병 때문에 생육이 매우 좋지 않아서 나무를 튼튼하게 하고 싶습니다. 어떤 방법이 좋을까요? 

 A : 이 밭에 가장 권하고 싶은 것은 땅이 딱딱하기 때문에 톱밥이나 왕겨, 퇴비 등을 요소와 함께 혼합해서 1년 정도 부숙 시킨 것을 땅에 넣어서 토양의 통기를 좋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전체적인 경운이 어렵다면, 나무 주위에 구멍을 4개 (직경 30cm, 깊이 40~50cm) 파서 부숙 시킨 유기물을 넣고 덮은 후 비료를 그 위에 주면 토양의 통기성이 좋아져서 비료 흡수도 좋아질 것입니다. 구멍을 파고 유기물 넣는 작업은 뿌리가 움직이지 않을 때 즉, 3월 초 이전에 하고 비료는 3월 중순 후에 주면 됩니다.

 Q : 그러면 그 작업만 하면 퇴비는 해마다 주지 않아도 되는지요?

 A : 퇴비는 어느 정도 주는 것이 좋지만, 굳이 해마다 많은 양을 줄 필요는 없습니다.


청송 복숭아 농가

 

▶ Q : 귀농 10년 차, 사과 지역에서 유일하게 복숭아 재배 중입니다. 과수원이 산등성이에 위치하여, 해마다 골바람 영향으로 동해 문제가 있고 물 부족이 의심됩니다. 

금년에는 착과 ~ 비대까지 양호하다가 낙과, 낙엽 문제를 겪었습니다. 감사 비료로 유기질 비료를 나무당 20kg씩 주고, 봄 비료로는 질소 18% 비료를 300평당 5~6포씩 전면 살포합니다.

 A : 산꼭대기 쪽 나무보다 아래쪽 나무의 생육이 좀 더 나은 것은, 농가 말대로 토양수분 차이일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정확히 수분 문제인지 양분 문제인지는 지금 당장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지만, 적어도 양분 관련해서는 다음 세 가지를 고려 바랍니다.

1) 현재 비료 주는 방식을 좀 더 꼭대기 쪽으로 집중하면, 나중에 아래로 흐르는 물을 따라 양분도 이동하니 위아래의 발란스가 좀 더 나아질 겁니다. 다만, 비료는 되도록 나무 근처에 주먹 비료 형식으로 주는 방식을 추천합니다.

2) 코팅된 비료를 사용하면 비료의 유실이 덜하겠지만, 이 농가 관행대로 표면 살포로만 하면 비료 자체가 쓸려 내려올 우려가 있습니다. 아울러 현재 과실 비대까지는 잘 된다고 하니 굳이 이런 비싼 비료는 부담이 될 수도 있겠네요.

3) 착과 후 시비 프로그램을 질소보다는 칼륨 중심으로 바꾸시고, 감사 비료로도 화학비료의 보강을 추천합니다. 특히, 가지의 눈을 결정하는 것은 수확 후 질소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질소질만 있고 질소질만 만들어내는 유기질 비료에만 의존하는 감사 비료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더 정확하게는 분석 후 처방을 받는 방법이 좋습니다만, 과수는 채소와 달리 토양검정이 과수의 상태와 잘 일치되지 않기 때문에 잎이나 엽병의 조직분석이 더 중요합니다.

 Q : 수용성 비료의 효과가 빠르고 좋다고 하여 사용하고 싶은데, 기존보다 비용 부담이 우려됩니다.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지요?

 A : 농약 살포용 약통과 펌프가 이미 구비되어 있으므로, 이를 활용해서 관주 비료를 물에 녹인 후 각 나무마다 약대로 관주 하는 방식이 좋겠네요. 당장 내년부터는 추천량보다 좀 줄여서 사용해도 금년보다는 훨씬 좋은 효과가 기대됩니다. 복숭아 수확 바로 후 감사 비료부터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 충북 영동 복숭아 농가


 Q : 점적 시설 완비되었으나 지하수에 철분이 많아 물만 줄 뿐, 관주용 비료는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8월 중하순 낙과가 많다는 문제가 있어요                                

지하수 철분 때문에 붉게 물든 점적 파이프

 A : 지하수에 함유된 철분은 Fe3+로서, 식물이 흡수하는 성분이 아닙니다. 이론상으로는 WSF와 섞였을 때 인산과 반응하여 인산철을 만들지만, 실제 필드에서는 물에 탄산칼슘이 많은 경우가 아니고는 점적 구멍을 막거나 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점적 파이프를 절단) 절단된 단면을 봐도, 파이프 벽에 약간의 착색이 되어있을 뿐 점적 구멍을 막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좋은 시설을 두고도 방치하는 꼴이지요.

 Q : 물에 철분이 많으면 아까의 인산철이 토양에 축적되어 더 나빠지는 것은 아닌가요?

 A : 이론적으로는 맞습니다. 그러나 그 현상이 100% 발생한다고 가정한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그 때문에 비료를 물에 녹여서 조금씩 계속 주는 관비재배가 답입니다. 즉 모든 양분은 물에 녹아서 이온 상태로 있는 동안에만 작물이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물에 녹아있지 않은 성분은 아무리 많이 있다고 한들 작물에 영향을 줄 수 없기 때문이지요.

 아울러, 채소와 달리 과수는 토양분석 보다도 중요한 것이 엽분석입니다. 토양분석과 엽분석을 같이 해보면, 토양에는 풍부히 축적된 양분이 정작 엽분석에서는 잘 안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Q : 토양의 인산염을 해결할 방법은 없는지요?

 A : 강한 산(acid)을 쓰면 되지만, 작물에 해가 될 겁니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비료는 항상 조금씩 자주 주는 것이 답입니다.

 Q : 그런데 관주로만 비료를 주면 양분이 부족하지 않나요? 뿌리는 가지 뻗은 만큼은 자랐을 것인데…

 A : 다들 그렇게 생각하시는데요, 나무 근처의 땅을 파보면 답이 나옵니다. 자, 뿌리가 어디까지 자랐는지 보시지요.

▶ Q : 정말 뿌리는 가지만큼 자라는 것이 아니고, 나무줄기 주변으로 많이 위치하고 있어 그쪽으로 시비하는 것이 좋겠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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