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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태영 Jul 29. 2017

인산과 칼륨

갈수록 우리 농가들이 신경 안쓰는, 정말 정말 중요한 양분들

 인산은 식물 체내에서 여러 가지 역할을 합니다만, 세포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성분으로 이해하시면 쉽습니다. 즉, DNA RNA 등 핵산의 필수 요소이므로 세포 분열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며, 반대로 말하면 인산이 부족한 경우 과실은 물론 식물체 자체의 생육이 불량해집니다. 

 흔히들 '수박은 주먹만해질 때까지 세포가 분열하고, 그 이후로는 분열된 세포들이 커나가는 과정이다'라는 속설이 있습니다만, 여기에 인산을 대입해보면 '생육 초기부터 인산이 부족한 수박은 충분히 커지기 어렵겠다'는 것을 쉽게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이상하게도 인산은 덜 중요하다고 인식되거나 무시되는 일들이 많은데 그 이유는  첫째로, 상당수의 농가가 '비료 = 질소'라는 등식을 머릿속에 넣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이렇다 보니 농업기술센터나 컨설팅하시는 분들이 '질소질을 좀 줄이세요'라고 말씀 드리면, '아 비료를 줄이라는 거구나'로 이해하시고는 화학비료는 줄이지만, 오히려 퇴비, 유기질이나 영양제는그대로 치거나 늘립니다. 질소, 인산, 칼륨에 대한 개별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요즘엔 어떤 농업기술센터에서는 그냥 농가분들이 헷갈리지 마시라고 '비료를 줄이세요'라고만 얘기해버리는 안타까운 상황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야 그나마 질소질이라도 줄이시니까요. 하지만, 기껏 화학비료를 제껴놓고는 퇴비와 유기질만 듬뿍듬뿍 사용하시면 사실상 현장에서는 질소를 늘리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온다는 사실은 앞서 설명드린 바있습니다.


 두번째는, 온갖 매스컴에서 '우리나라 토양엔 인산이 많다'고만 떠들어대는 바람에 '인산 비료는안 줘도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게다가 기술센터에 토양 분석을 맡기면 실제로 인산함량이 좀 높게 나오는 밭이 많으므로, 농가들이 질소보다 비싼 인산질 비료 넣기를 꺼리게 됩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렇게 토양에 축적된 인산 성분들은 작물이 먹을 수 없는 형태로 이미 변해버렸기 때문에(불용화라고 하지요) 간단히 '그림의 떡'인 인산일 뿐입니다. 그러브로 물에 녹아서 인산 이온으로 되는 성분을 꾸준히 공급해줘야 합니다.

(어떤 업체들은 '인산 가용화 미생물'이라는제품을 비싼 값에 팔고 있습니다만, 이 제품들을 비롯한 미생물 제품들의 문제는 '실험실과 농업 현장에서의 효과 차이가 너무 크다'는 점이지요)


 세번째는, 인산비료는 생육 초기에만 주면 된다는 인식이 문제입니다. 이는 일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 것이, 시중에 파는 인산질 비료나 인산 복합 비료들은 일단 전체적으로 녹는 속도가 매우 느립니다. 게다가 양분으로서의 인산은 이동속도가 가장느려터진 이온 중 하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산질 비료는 생육 초기에 줘버리면 연중 천천히 작물이 흡수하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지요. 일반적인 노지재배는 그렇게 하는 편이 낫고, 과수의 경우엔 아예 감사비료 때부터 주시면 좋습니다.

 하지만, 시설 재배 농가들처럼 관주시설이 있다면 굳이 노지 재배하듯이 생육 초기에 비료를 일일히 땅바닥에 주느라 고생할 필요도 없고 비료 효율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생육 단계에 맞도록 물에 잘 녹는 성분들로 구성해서 관주시설로 조금씩 밀어주면 간단히 끝날 일입니다. 


 인산은 특히 토양의 pH(산도)가 낮을 수록 토양에 잘 고착되어 식물이 먹기 힘들어집니다. 이렇게 토양에 고착된 인산이 많으면(토양이 그런 조건이라면), 오히려 인산비료를 더 줘야 됩니다. 고착되고 남은 양이라도 먹여야 되니까요. 따라서 평소에 토양의 산도관리를 잘 하시는 것이 중요하고, 그 방법으로는 충분한 석회나 유기물을 공급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다음은 칼륨 이야기입니다.


 칼륨은 여러가지 효과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바로양분을 이동하는 트럭 역할입니다. 여러분들이 고추나 사과나 블루베리를 관상으로 키우시는 목적이 아니라면, 남들보다 크고 예쁜 과실을 빨리 생산하는게 관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얘네들은 그냥 알아서 크는 것이 아니고, 잎에서 만든 양분들이 과실로 축적되어야 하는 것인데, 이 잎에서 과실로의 양분이동에 가장 중요한 열쇠 역할을 하는 것이 칼륨입니다. 

 그러므로 칼륨은 과실을 빵빵하게 해 주는 역할도 합니다. 좀 더 생각해보시면, 칼륨이 충분히 공급된 과실에는 양분이 충분히 이동되어 있으므로 저장 기간도 길어질 수 있다는 거지요. 혹시 토마토를 사다가 반 잘라보았더니 과피 안쪽으로 하얀 선 같은 것을 보신 기억이 있나요? 이것이 대표적인 칼륨 결핍 증상 중 하나인데요, 이런 토마토는 빨리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과피와 과육 사이에 아무 이상 없는 튼실한 토마토네요

 또한, 작물이 뿌리로부터 양분을 빨리 흡수하려면, 잎의 숨구멍인 기공이 잘 열리고 잘 닫혀야 되는데, 그 역할도 칼륨이 합니다. 그래서, 엽채류, 과채류, 과수류 할 것 없이 작물의 재배에는 모두 질소 만큼이나 칼륨의 역할이 중요하고 그 양도 많이 필요하지요.

 그래서 시중에서 파는 착색제, 비대제라고 불리는 제품들은 대부분 이런 인산/칼륨의 비율이 높게 구성되어 있습니다.(그러니 이제 여러분들은 이런 제품에 막연히 긴장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비료관리법상 보증하지 못하는 성분은 표시할 수가 없고, 표시하지 못하는 성분은 믿을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질소 - 인산 - 칼륨 말씀을 매우 간단히 드렸습니다만, 이는 사람으로 치면 탄수화물 - 지방 - 단백질 만큼이나 매우 중요한 요소들입니다. 가끔 어떤 분들은 본인이 사용하는 NPK비율은 모르시면서 미생물, 효소, 해초 추출물, 바닷물 등등 부수적인 제품에만 너무 집착하시는 모습들을 볼 수 있는데, 뭘 사용하셔도 좋습니다만 그 각각의 인자들이 최종적으로 어떤 NPK를 보여주느냐는 꼭 계산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비료 제품에서는각각의 함량만큼이나 비율이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질소질 과잉에 대하여 잘 알고 계시는 어떤 분은 '11-10-35'라는 수용성 비료를 보시고는 '아니 이 제품은 질소질이 10%가 넘네. 너무 세서 못 써'라고만 하십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질소질 11%라는 함량이 아니고, 이에 대비해 비슷한 함량의 인산과 세 배 넘게 함유된 칼륨질의 비율입니다. 

 즉 이 제품은 질소 : 인산 : 칼륨 = 1 : 1 : 3의 비율로 들어간 제품으로서, 작물이 질소 1개를 흡수할 때 인산 1개와 칼륨 3개를 흡수할 확율이 큰 제품입니다. 질소 인산 칼륨을 고루 갖추면서도 과실이 성장하는시기에 중요한 칼륨을 더 많이 섭취하도록 구성된 제품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점은 '고른 섭취'부분인데요, 작물의 수확량은 항상 가장 모자란 양분에 의해 결정되기때문에 항상 모든 양분을 골고루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비료학에서는 '최소율의 법칙'이라고 합니다만, '고른 양분을 생육 단계에 따라 비율을 달리하여 준다'는 개념을 이해하시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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