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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씽크 Sep 11. 2018

즐거운 뉴스 탐험

M씽크 2018년 8월 테마행사

총격 테러로 국회의원이 병원에 실려갔다. 
모든 방송사가 특보로 생중계 중이다. 
그때 갑자기 모든 방송사가 그 국회의원이 병원에서 사망했다는 속보를 내보낸다.

이때 특보를 진행하던 앵커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진다. 

1) 우리 취재원을 통해 사실을 확인 후(팩트 체크), 방송을 한다. 
2) 일단 다른 방송사를 따라 사망 특보를 낸 뒤, 사실을 추가로 검증한다. 

                                                                        -  미드 <뉴스룸> 에피소드 중 -

위의 사례에서 우리는 윤리적으로 1) 번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뉴스 제작자라면? 

혹은 특보를 보는 시청자라면 어떨까요? 


드라마에서는 타사의 사망 속보를 보고 있던 책임자가 참지 못하고 스튜디오까지 뛰어 들어옵니다.

그리고 앵커에게 윽박지릅니다. 

새로운 뉴스 1초를 놓치면, 수천 명이 채널을 돌린다네. 그게 우리가 있는 세계야! 


시청자는 급박한 상황에, 계속해서 채널을 바꾸면서 새로운 뉴스를 찾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속보는 시청자를 끌어들이고 시청률을 높입니다. 

시청률은 브랜드가 되고, 돈이 됩니다. 

게다가 데스크 입장에서도 다른 방송사를 따르는 편이, '물먹는다'라고 표현하는 낙종의 책임에서 안전합니다. 

설사 오보라고 하더라도 이미 다른 방송사 모두 오보를 낸 판이라 부담도 덜합니다.     


결국 행동경제학에서 자주 언급되는, 위험회피 원리가 '짜잔~' 등장합니다. 


명백한 현재 손해 > 불확실한 미래 이익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현실 도식과는 동떨어진 진실과 윤리적 판단 따위는 속 편한 소리 같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온라인 세계에 사는 우리 주변엔 하루에 수천 개씩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매체가 있습니다.

모두가 경쟁적으로 자극적인 뉴스를 쏟아내고 있어서 기본적인 사실 확인조차 힘들 지경입니다. 

어쩌면 현재의 뉴스는 진실과 거짓, 객관과 주관의 프레임보다 더욱 고된 싸움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윤리적으로 진실을 추구하되, 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시청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언론. 

과연 이 시대에 그런 뉴스가 가능할까요? 


1. MBC 뉴스의 현재와 각오


MBC뉴스는 언론이 고민하는 기본적인 숙제와 함께 지난 수년간 다양한 문제로 시청자 기대에 못 미쳤다는 개인적인 숙제를 떠안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8월 테마 행사로 기획된 MBC <뉴스데스크> 앵커와의 만남은 여러 가지 위기에서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의 생각을 탐험하는 좋은 기회가 됐습니다. 


<뉴스데스크 앵커와의 대화>


M씽크와의 대화 자리에서, <뉴스데스크>의 왕종명, 이재은 앵커는 시청률 하락을 (당연히) 걱정하면서도 도리어 긍정적인 면을 말합니다. 이제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는 이야기는 반대로, 좋은 뉴스가 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토대가 된다는 겁니다. 보기 싫지는 않지만 굳이 찾아보지 않는 뉴스가 MBC 뉴스의 현주소라면, 보도 윤리에 충실한 좋은 뉴스를 만들어서 사람들이 알아챌 때까지 열심히 손을 흔드는 자세로 임한다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뉴스데스크>는 보도의 콘텐츠와 형식에서도 새롭고 진지한 시도를 하며 '손을 흔들고' 있습니다. 입체적으로 사안을 이해할 수 있는 심층보도를 강화하였고, 화제의 인물을 만나보는 <스토리인>, 현장성을 살린 <바로간다>, 시청자가 뉴스를 선택하는 <마이리틀뉴스데스크> 등의 코너를 통해 시청 접점의 폭과 깊이를 확보하려 노력 중입니다.   


그중에서 <뉴스데스크>의 한 코너를 담당하고 있는 <마이리틀뉴스데스크>에 M씽크가 직접 참여했습니다. 임경아, 김경호 기자가 오후 5시 온라인으로 시청자와 만납니다. 여기서 시청자 투표로 선정된 주요 뉴스는 <뉴스데스크>에 방송됩니다.  

방송을 준비 중인 임경아 기자와 M씽크

마침 이날 방송에서 임경아 기자는 M씽크에게 평소 고민이 담긴 질문을 던졌습니다. 

재미있고 편안하다는 것이 뉴스의 연성화, 

즉 흥미위주의 상업적 뉴스로 비치는 것은 아닐까? 에 대해 물은 것이죠.   


사실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연성화와 대중과 소통하는 재밌는 뉴스란, 아주 미묘한 차이만 존재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뉴스 <14F>나 <마리뉴> 같은 콘텐츠가 자극적인 흥미만을 추구하는 포맷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MBC 뉴스 -> 진실을 추구하는 바른 뉴스 + 시청자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재미 = ? 


과연 위 공식의 답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요?


2. 정보와 놀이로서의 뉴스


사실 정보를 전달하고 태도를 변화시켜야 할 뉴스가 놀이처럼 재미있을 수 있다는 점은 생소하게 느껴집니다. 언론과 뉴스의 사명은 정보의 전달과 설득이라고 생각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특히 2차 대전 당시 나치의 프로파간다 효과를 체험한 매스미디어 연구자들은 더욱 이러한 관점의 연구에 매진합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정보이론(information theory)입니다. 하지만 정보이론이 전제하는 정보와 설득으로서의 매스미디어는 뭔가 큰 여백이 느껴집니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열어 뉴스를 소비할 때, 그 동기가 꼭 정보 습득 때문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누군가와 대화하기 위해 뉴스를 보기도 하고, 재미를 위해 뉴스를 찾기도 합니다. 


미디어 학계에서 Q방법론으로 유명한 윌리엄 스티븐슨은 이러한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 행위에서 유희 이론(play theory)을 도출해냅니다. 인간은 정보 획득만을 위해 언론과 매스미디어를 이용하지 않고, 소통과 즐거움을 위해 뉴스를 소비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무언가 정보를 얻어 처리해야 하는 일(work)의 상황에선 정보이론이 적합하고, 주관적 만족을 추구하는 놀이(play) 상황에선 유희 이론이 적용될 뿐이라는 것이죠. 


the play theory of mass communication, W. 스티븐슨


더욱이 그 이론이 중요한 점은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에 있습니다. 인간은 정보를 주입하면 설득 당해 기계처럼 움직이는 존재가 아닙니다. 인간은 저마다의 주관성을 지닌 가치 있는 존재입니다. 뉴스를 통해 얻은 정보를 이용해 타인과 대화하고 일상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즐거움과 만족을 느끼는 존재들입니다. 유희 이론은 정보이론과 달리 객체로서의 인간이 아닌, 살아있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전혀 다른 통찰을 전제합니다. 


결국 재미있는 형식과 내용을 단순한 연성화로 치부하거나 인간의 주관을 무시하고 객관적 사실만 나열하는 기계적 중립이 좋은 언론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팩트에 입각한 선명한 뉴스(정보)와 소통의 재미(유희)를 상황에 맞도록 균형감 있게 전달하는 것이 언론의 사명인지 모릅니다. 


어려운 경제를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서 소통이 원활하게 만드는 뉴스, 첨예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 두 진영의 논거를 전달해서 토론의 재미를 알게 해주는 뉴스, 정확한 팩트를 짚어줘서 사이비 기사를 가려주는 뉴스, 무엇보다 젊은이들의 언어와 미디어로 소통해 재미를 주는 뉴스가 진정한 언론의 덕목일 수 있습니다. 


연성화의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일부 언론뿐 아니라, 팩트의 중요성과 선정성의 위험을 강조하다 엄숙 주의에 빠져버린 언론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실입니다. 


3. 5%의 희망


잘 훈련된 기자가 진실을 추구하고, 다양한 소통방식으로 뉴스를 전하는 모습은 언론의 정답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 당장의 시청률을 보장해주진 않습니다. 게다가 많은 미디어가 우리 주위를 감싸고 있습니다. 손을 흔들면 언젠가 알아봐 줄 수 있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미드 <뉴스룸>의 주인공 역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뉴스를 만들자고 찾아온 프로듀서에게 좋은 뉴스가 높은 시청률을 갖는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단언합니다. 지금의 사람들은 자기가 듣고 싶은 뉴스만 골라 듣는다는 것이죠. 그 말에 프로듀서가 말합니다. 


당신이 진정성 담긴 뉴스를 한다면, 사람들은 그 뉴스를 볼 거야.
모두가 볼 필요는 없어.
5%면 돼. 5%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어!
우리는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지극히 드라마적이며 감상적인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변화가 소수의 깨어있는 사람들에 의해 물감이 번져가듯 이뤄진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더 이상 (시청률에서) 잃을 것 없는 MBC 뉴스의 선택이 높은 시청률이 아닌, 좋은 뉴스와 소통을 위한 다양한 '손 흔들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은 옳은 판단으로 보입니다.  


시청자는 정보가 입력되어야 할 기계나 대상이 아니라는 생각, 시청자는 소통의 즐거움을 나눌 대화 상대이자 긍정적인 사회변화를 이끌 주체란 점을 잊지 않는다면... 그리고 지금 그 마음 그대로 열심히 손을 흔든다면 MBC뉴스의 친구는 많아질 것입니다. 시청률이 아닌 신뢰로 곁에 두고 싶은 친구가 될 것입니다. 


친절하게 M씽크에게 스튜디오를 내주고, 시간을 쪼개 대화를 나눈 MBC 뉴스 제작진과 앵커.


MBC 뉴스의 즐거운 탐험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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