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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devoy Sep 12. 2018

'20대'를 위한 뉴스가 있다

MBC < 14F >의 성공요인과 문제, 그리고 가능성


‘1+1≠2’다. 하나랑 하나를 더했는데, 둘이 아니다. 그 이상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MBC < 14F >를 보면 그렇다. 미디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메디아티’와 ‘MBC’가 각각 결합해 만든 < 14F >는 둘 아니, 그 이상이다. < 14F > 페이스북 팔로우 14,629 명, 유튜브 누적 조회수 77,569회(9월 11일 기준)는 말해준다. 서로가 가진 장점을 살려 힘을 모았을 때, 그 이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평일 9시마다 온라인에 업로드되는 < 14F >가 그동안 나름의 성공을 거둔 이유는 무엇일까. 앞으로 가야 할 길은 어디일까.


MBC < 14F >는 “왜 사람들이 뉴스를 보지 않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물음에서 시작한다.


개인기 


MBC에 이런 아나운서가 있었나. 그동안 이 ‘끼’를 어떻게 감추고 살았는지 의문이다. MBC < 14F >를 진행하는 강다솜 아나운서를 보며 든 생각이다. 이쯤 되면 시쳇말로 ‘하드캐리(팀워크가 중요한 게임에서 중요한 역할)’다. 강 아나운서는 < 14F > 협업의 산물인 방송에서 하드캐리가 마치 자신을 두고 만든 말 인양 뉴스를 이끈다.


이럴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먼저 MBC < 14F >의 구성을 보자. 각 뉴스는 약 3분 남짓이다. 많은 이야기를 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여기에 한 뉴스마다 3개 또는 4개의 이슈로 분류되어 있다. 핵심만 갈무리해 전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요한 것만 전달하려면 사전에 각 이슈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정확한 사실 확인(fact check)이 필요하다. < 14F >는 3분에 불과하지만, 뉴스는 정확해야 한다는 원칙에 충실하다.


MBC < 14F >에서 강다솜 아나운서는 이 정확성 위에서 자신의 개인기를 뽐낸다. 사전에 내용을 확실히 했기에 얼굴 표정과 손짓, 어조에 확신이 있고, 그대로 이용자들에게 전달된다. 이러한 모습은 뉴스를 몰입하는데 도움을 준다. 확실하기에 임기응변도 가능하다. 때로는 단호하게, 때로는 애정 어린 말투로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 단 1초라도 재미없으면 화면을 넘기는 소셜 미디어 세상에서, 그렇게 1초에 1초를 더하게 한다. 3분이라는 시간을 ‘순삭’하게 해준다.


강다솜 아나운서는 표정, 손짓, 어조를 통해 뉴스 전달력을 극대화 한다.


불문율

  

언론에서 금기시되는 일들이 몇 가지 있다. 그중에 하나가 ‘언론은 언론을 비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늘도 기자들의 어설픈 취재와 보도로 ‘기레기’ 논란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해당 매체에 대해 다른 언론사가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는다. PD들의 부적절한 행동에 ‘갑질’ 의혹이 대두됨에도 다른 매체에서 제대로 문제를 삼지 않는다. 마치 약속이라 한 듯 각 언론사의 잘못된 보도에 다른 언론사가 ‘크게’ 비판하지 않는다. 불문율이다.

     

그런데 한다. MBC < 14F >는 이 불문율을 깬다. 교복 입은 여학생 치마를 촬영한 몰카범을 나쁘다고 지적하면서, 오히려 그 여학생을 몰래 찍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 연합뉴스 TV >의 잘못된 보도 행태를 꼬집는다. 여학생을 몰래 촬영한 언론인에게 전화를 걸어, 왜 그런 보도를 했는지 인터뷰를 한다. “당사자와 촬영 협의가 없었건 사실”이고, “문제가 제기돼서 결국 기사를 내렸는데 뭐가 문제냐”는 구체적인 답변을 이끌어 낸다.


비판의 화살은 외부로만 향하지 않는다. 내부로도 향한다. 그동안 자사의 보도 행태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는 것도 언론계에서 일종의 불문율이었다. 스스로 문제를 드러내 놓고, 비판하는 모습은 보기 드문 광경이지 흔한 장면이 아니었다.


하지만 MBC < 14F >는 MBC의 보도 행태에 대해 꼬집는다. 과거 MBC가 휴가철 몰카 보도에 비키니 사진을 내보냈었다는 사실, 지하철 몰카 보도에 여성의 다리를 부각했었다는 점을 드러낸다. 늘 그래 왔었고, 그동안 관행이었다는 보도에 “이제는 괜찮냐”라고, “문제가 없냐”라고 반문한다. 그동안 쉽게 볼 수 없었던 모습. MBC < 14F >는 비판에 성역(聖域)이 없음을 보여준다. 안과 밖을 가리지 않고, 불문율을 깬다.


MBC < 14F >는 불문율을 깬다.


눈높이


MBC < 14F >는 사용한다. 20대 젊은 층의 언어를 이용한다. 게임용어, 약어, 신조어 등 그동안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단어를 구사한다. 말은 그 시대의 모습을 드러내는 수단이고, 사상을 드러내는 지표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뉴스에서 이러한 어휘의 사용은 전략적이다. 불특정 대다수를 대상으로 한 기존의 방송과 차별점이다. < 14F >에서 강다솜 아나운서는 오늘도 외친다. “JMT(존맛탱)”이라고, “개이득”, “빡친다”라고. 20대들이 주로 사용하는 어휘를 적재적소에 활용한다.


말만 그런 것이 아니다. 뉴스 내용도 전략적이다. MBC < 14F >에는 없다. 세간에 주목을 이끌며 지상파 3사의 메인 뉴스를 차지했던 북한 석탄 운반선 정박 보도나, BMW 차량화재 사건 이슈는 없다. 선택과 집중. 중요한 이슈이지만 20대가 관심 있어 할 만한 주제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 14F >는 20대가 주목할 만한 이슈를 선별해 제공한다. 20대가 주로 이용하는 ‘오버워치’라는 게임을 소개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게임에서 새로운 캐릭터가 출시됐다는 점을 소개하며, 게임 속 캐릭터들이 국적, 인종, 연령, 장애 유무 등을 고려한, 다양성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뽑아낸다.


‘20대가 뉴스를 보지 않는다’고 걱정만 하는 방송환경에서 MBC < 14F >는 고민에 머무르지 않고, 과감한 선택과 행동을 취한다. '20대'라는 특정 계층(TA, Target Audience)을 목표로 한 전술을 펼친다. 20대가 현재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어떤 것을 생각해야 하는지, 왜 알아야 하는지에 집중한다. 20대의 시각에 눈높이를 맞춘다.


MBC < 14F >는 10~20대의 눈높이에 맞추고 있다.


TMI (Too Much Information)

   

현재 우리 방송환경은 다양한 규제를 받고 있다. 공영방송 EBS와 MBC는 각각 한국교육방송공사법, 방송문화진흥회법이라는 별도법에 근거하여 방송 내용에 제한을 두고 있다. 공영방송 KBS는 방송법에 근거하여, IPTV사업자는 인터넷멀티미디어사업법(일명 IPTV사업법)에 의하여, 이들 법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들은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을 토대로 방송의 책무를 요구받고 있다.


MBC < 14F >는 뉴스다.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콘텐츠다. 온라인 뉴스라고 해서 방송의 책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야 될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다양한 규제기관에서 여러 개의 법으로 명시한 규제 내용을 모두 다 알면 좋겠지만, 모른다고 크게 문제 될 거 없다. 대신 한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일반적인 상식 수준에서 문제가 될 내용은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었다. MBC < 14F > 7월 23일 자 뉴스의 내용이 그러했다. 뉴스는 유튜브에서 성인업소 후기는 허용하면서, 생리컵 후기는 선정성을 내세워 규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논란이 있고, 유튜브에서 생리컵 후기 영상을 뒤늦게 복구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일관성 없는 유튜브의 규제 정책을 문제 삼았다. < 14F >의 지적은 옳았다.


그런데 제시된 참고화면이 문제였다. 성인업소 영상의 제목은 물론, 여러 개의 영상 꼭지를 그대로 보여줬다. 지나치게 친절하게, 불필요한 정보를 반복해서 과도하게 제시했다. 왜 이랬을까. 요즈음 20대들이 주로 쓰는 말로 표현하면 “TMI(Too Much Information)”였다. 앞으로 뉴스 제작에 있어서 참고해야 될 부분이다.



스핀오프


‘무한한 변화’


현재까지 올라온 MBC < 14F > 뉴스 46개를(9월 11일 기준) 보며 든 생각이다. 기존 < 14F >의 장점을 앞세운 다면, 다양한 변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 14F >는 약 3분의 뉴스에 3개 또는 4개의 이슈를 간추려 제시하고 있다. 20대가 좋아할 뉴스를 나눠서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20대가 반드시 알아야 될 주제를 한 가지만 선정해 심도 있게 다루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2017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p138, 연령별 스마트폰 하루 평균 이용 시간)


방송통신위원회 ‘2017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결과를 참고해 볼 때, 앞으로 MBC < 14F >는 다양한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된다. 스마트폰 이용자 6,46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8.3%가 ‘정보검색, 정보전달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스마트폰의 이용행태를 볼 때, 앞으로도 뉴스의 중요도와 가치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령대 별로 10, 20대의 스마트폰 하루 평균 이용 시간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40대, 50대 이용자의 이용 시간도 낮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점은 시사한다. 지금 20대를 대상으로 한 < 14F >의 스핀오프(spin-off, 기존의 영화, 드라마, 게임 따위에서 등장인물이나 설정을 가져와 새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MBC < 14F >를 보며, 20대를 위한 뉴스에서 40, 50대, 아니 그 이상의 연령대를 위한 뉴스도 가능성이 보인다. 가짜뉴스가 판치는 세상에, 정보의 양보다 질이 중요해지는 시대에, 스마트폰 보급률이 90%에 다다르고, 고령층의 이용자가 증가하는 현실에 앞으로 < 14F >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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