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M씽크 1기를 봐라
TV만큼 영향력 있는 매체가 또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영상의 측면에서 봤을 때 영화가 가장 앞선다. 대부분의 스타일은 영화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영화에서 콘셉트가 먹히기 시작하면 이것이 TV로 넘어온다. 한편 유튜브의 영상은 현재 가장 트렌디한 영상물이다. 현재 1인 방송의 영향력은 TV로 넘어가고 있다. 이처럼 TV는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 TV가 대중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심코 아침에 일어나 트는 TV. 퇴근 후, 집에 도착해 습관적으로 켜는 TV. TV는 사람들의 생활 그 자체이다. 단적으로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는 건 대부분 TV에서 파생된 것들이다. 사실 출근하거나 학교에 가 당장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의 대부분이 어젯밤 그 드라마 아닌가.
요즘 10대들은 거의 TV를 보지 않지만 과거의 우리는 식상할 정도로 TV를 바보상자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때때로 유효하다. 연예인이나 방송국은 신기해하면서 TV는 싫어한다. 그건 내가 어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의 부모님도 그랬다. 심지어 TV를 없앤 적도 있었다. 나는 몰래몰래 방송을 챙겨보곤 했다. 자습시간에 숨어서 <무한도전>을 보다가 선생님께 걸려 혼난 적도 많다. 누구나 그런 경험을 한 번쯤 가지고 있을 것이다. TV를 보는 행위는 그렇게 언제나 나쁜 것이었다.
대학을 방송과 관련된 학과로 진학했다. 선배들과 영화 이야기를 하기 일쑤였고 교수님들은 학생들에게 ‘TV 드라마 좀 보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나는 이상한 사람들을 만났다. 영화는 기본이고 드라마와 예능을 챙겨봤다. 웹툰도 빠질 수 없는 항목이었다. 단순히 그게 재밌다가 아니라 왜 재밌는지가 중요했다. 이런 대화가 즐거웠다. M씽크 활동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동안 다양한 콘텐츠에 관해 글을 쓰는 활동을 했다. 대부분은 영화였고 콘텐츠 전체를 아우르는 일도 있었다. 그래서 언제나 마지막 갈증은 방송이었다. 사실 방송과 관련해서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은 많지 않다. 한 달에 2편의 방송에 대해 의무적으로 글을 써야 한다는 사실은 매력적이었다. 그런 지면이 필요했으니까.
나는 그렇게 이상한 사람들과 글을 썼다. 각자의 방식으로 TV에 대해 썼다. 동료들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나는 아직도 나와 함께 글을 쓰는 사람들에 대해 잘 모르지만 나와 비슷한 주제에 대해 글을 쓰는 사람들의 글을 읽는 행위는 굉장히 흥미로운 것이다. 나는 쓰지 않고 그들의 것을 읽는 것. 나는 쓰는데 그들의 것을 읽지 않는 것. 나도 쓰지 않고 그들의 것도 읽지 않는 것. 이것들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도 쓰고 타인도 쓰는 건 귀중한 경험이다. M씽크에 참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느 가게에서 말도 안 되게 맛있는 반찬을 먹은 적이 있다. 너무 놀라서 레시피를 물어보았지만 당연히 가르쳐주지 않았다.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고 몇몇 레시피를 뽑아 들었다. 그리고 당장 만들어봤다. 물론 실패했다. 그 맛은 결코 나지 않았다. 나는 음식의 맛을 잘 아는 편도 아니고 요리를 잘하는 편도 아니다. 그냥 궁금하니까 해보는 거지. 누구나 해볼 수 있는 일을 한 것뿐이다. 나는 우리가 무언가를 즐기고 있다면 그것에 대해 적어도 한 번쯤은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저 의미 없이 소비해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것들이다. 흔히 말하는 '짤'로 소비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이유이다. 우리가 이런 것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으려면 당장 그것에 대해 써보거나 그것을 만들어보아야 한다.
M씽크는 그 시작이다. 어떤 방송이 정말 재밌었다면 그에 대해 한번 써보는 것은 어떨까. 더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더 아는 것뿐이다. 쓰다 보면 알게 된다. 좋은 게 있으면 칭찬하고 나쁜 게 있으면 지적해야 한다. 내가 새로 산 물건에 조그만 흠집이 나있어도 화가 나는 법이다. 조금 더 능동적인 소비자가 좋은 방송을 즐길 수 있다. 어쩌면 그러다 TV 프로그램이 예술의 경계에 다다를지도 모를 일이다. 일상의 것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말자. 역사는 일상에서 일어난다. TV는 일상 그 자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