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M씽크 1기 기아영
살아가는데 필수적이지만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도 쓸 수 있는 자원들이 있다. 예컨대 물, 공기, 햇빛과 같은 무상재가 그것이다. 자연 자원 외에 현대에 들어와 새롭게 추가된 무상재도 있다. 바로 '방송'이다. 현대인들에게 TV는 기본적 생활 수단이 되었다. 유료 방송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무료로 볼 수 있는 채널도 많다.
'지불하지 않는다'라는 무상재의 특성은,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주어진 권리를 오·남용하기 쉽게 만든다. 혹은 자신의 권리에만 집중하고 책임을 외면하게도 한다. 공짜로 쓸 수 있는 물과 공기를 마음껏 사용하는 등 권리 실현에는 충실한 반면, 오염을 야기할 수 있는 행동들은 간과하는 경우다. 시청자에게 '좋은 방송을 시청하는 것'이 권리라면 그들에게 주어진 책임은 '좋은 방송을 만들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낼 의무'라고 말할 수 있다. 현재 시청자들은 좋은 방송을 찾아 시청하는 권리를 잘 누리고 있다. '올바른 소리'라는 언론의 본질에 부합한 방송들이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사랑받고 있다. 책임도 잘 수행했었다. 시청자들은 좋은 방송을 내놓지 못했던 MBC, KBS 등 공영방송에게 매서운 질타를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좋은 방송을 찾아보고, 잘못된 방송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특히 공영방송에 관한 시청자의 역할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가야 한다. 공영방송의 주인이 시청자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송국뿐만 아니라 시청자에게도, 그들의 방송이 변화하는 '과정'에 주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반면 최근 시청자들의 모습은 공영방송의 '완벽한' 변화라는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변화를 요구하던 때만큼의 애정과 관심이 사라졌다. 공영방송을 떠나 이미 굳어진 시청 관성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영방송은 분명 변하고 있었다. 나 역시 '청년 시청자 위원 M씽크' 역할에 충실했기에 MBC의 변화에 대한 의지와 노력을 바로 볼 수 있었다. <PD수첩>은 날카로운 사회 고발의 칼날을 거의 다듬은 상태였고, MBC 보도본부 역시 <마이 리틀 뉴스데스크>, <14f> 등 디지털 전략을 통해 젊은 시청자에게 다가가려 애를 쓰고 있었다.
물과 공기가 오염되고서야 사람들은 그로 인한 불편함과 위험을 깨닫는다. 그때부터 변화와 개선을 촉구하고 나선다. 단순한 불편에 그칠 게 아니라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반면 문제 제기에 만족하고 이후 과정에는 무심한 경우들이 많다. 하지만 실질적 해결을 위해 문제 제기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변화 과정에 계속 관심을 갖는 것이다. 그래야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가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시청자의 권리를 오·남용하고 책임을 내버리는 경우, 자유와 인권 같은 중요한 가치들을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이미 공영방송의 훼손이 가져온 어두운 시대를 경험했다. 비록 그 주된 원인이 잘못된 정치 작용에 있더라도 그것만을 탓할 수는 없다. 정치와 마찬가지로 시청자 주권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공영방송을 바로 서게 하는 한가지 방법이기 때문이다. 부족하고 미진해 보일지라도, 그 어렵고 지난한 노력의 과정으로부터 변화의 결과인 '새로운 시작'도 가능하다. '도대체 뭐가 변한 거냐'라고 비판만 하기에 앞서 무너진 공영방송을 재건하는 과정에도 시청자들이 힘을 실어주어야 하는 이유다. 그 힘은 MBC와 KBS의 새로운 시도에 대한 의식적 관심, 참여로부터 가능하다.
주목하고 관심을 가져야 변화도 있을 수 있다. 보지 않는 변화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청년 시청자 위원 1기, M씽크로 활동하며 무엇보다 MBC의 변화를 가까이서 마주할 수 있어 좋았다. 다음 달 활동이 끝나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 남게 되더라도 시청자 위원이던 때의 책임감으로 방송을 보려 한다. 단순한 프로그램 수용자로서 까다롭게 선택하는 걸 넘어, 개선의 방향을 제시하고 프로그램 생산의 또 다른 주체로 활약할 시청자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이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발생할 과실 역시 시청자들의 몫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 시청자 모두가 시청자 위원의 마음으로 방송에 대한 쓴소리와 칭찬을 마다하지 않을 때, 다시 좋은 친구 MBC도 우리 곁에 영원할 수 있다. MBC의 도전과 노력의 과정에 언제나 함께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