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가 자랑하는 오프로드의 아이콘 'G-클래스', 세상에서 가장 변화를 거부하는 SUV가 새로운 시대를 맞아 전기차로 변했다.
그 시작은 G 580 위드 EQ 테크놀로지다. 이름에서도 볼 수 있듯이 EQ가 앞에 붙지 않고 당당하게 G-클래스라는 것을 더 강조한 고집이 보인다. 전기차로 등장한 새로운 오프로드의 아이콘을 만나는 날, 잠시 AMG 스피드웨이에서 벤츠의 고성능 모델 AMG와 함께 트랙 주행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AMG는 1967년 메르세데스-벤츠를 위한 고성능 엔진을 개발하기 위해 설립되었고, 별도의 법인으로 운영되다가 2005년 다임러 그룹에 합류하며 본격적인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부문을 한층 더 강력하게 진화시켜왔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이날 준비한 AMG 모델은 AMG A 45 S 4MATIC+ 리미티드 에디션, AMG CLA 45 S 4MATIC+ 그리고 AMG SL 63 4MATIC+ 컨버터블 세 종류였다.
가볍게, 그리고 즐겁게 트랙을 즐길 수 있도록 다루기 쉽고 편한 모델을 준비해 주었고, 쉽게 만나기 힘든 SL 63 역시 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가장 먼저 만난 AMG는 엔트리 클래스 'A'' 배지를 달고 있는 AMG A 45 S 4MATIC+다. 벤츠에서 고성능 핫해치 아이콘이라 불리는 모델인데, 역시 해치백은 스포티한 디자인을 작은 사이즈에 가득 눌러 담을 수 있는 매력이 있다.
AMG답게 19인치 AMG 단조 휠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고 2.0L 가솔린 터보 엔진은 421PS의 출력과 51.0kg.m의 토크를 낸다. 2세대 MBUX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12개의 부메스터 서라운드 오디오 등등 다양한 편의 장비가 있지만 서킷에 서있는 모습과 스티어링을 잡고 가속페달에 오른발을 살짝 올려두면 그저 앞의 서킷 주행로가 시야에 그리고 가슴에 담긴다.
인스트럭터의 사인에 맞춰 최대한 인스트럭터가 보여주는 주행 라인을 그리며 뒤를 따라 트랙 주행을 시작한다.
연속으로 이어지는 코너와 눈앞에 펼쳐지는 길게 뻗은 직선 구간, 시야에서 사라지는 블라인드 코너 등 다양한 코너를 인스트럭터가 끌어올려주는 페이스에 따라 때로는 여유롭게, 때로는 속도를 높여 빠져나간다.
작은 차체에서 나오는 강력한 성능은 네 바퀴에 골고루 전해지며 직선에서는 가볍게 가속하고 코너에서는 확실한 제동과 원하는 타이밍에 스티어링 휠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머뭇거림 없이 순식간에 자세를 바로잡으며 빠져나간다.
룸미러에 가득 찰 정도로 가까이 붙어 따라오는 메르세데스-AMG A 45 S 4MATIC+ 리미티드 에디션의 'AMG 그린 헬 마그노' 컬러는 가을 햇빛 아래 트랙에서 달궈져 녹색의 긴 꼬리를 만들며 달려드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고성능 모델은 역시 평범한 컬러는 어울리지 않는다.
인스트럭터의 주행 라인과 지시에 따라 속도를 내고 제동을 하다 보니 어느덧 피트인 할 시간이 다가왔다. 거친 숨을 가다듬는 AMG 특유의 엔진 사운드가 피트로 들어가는 구간에서야 귀로 파고들며 아쉬운 작별을 고한다.
강렬한 그린 컬러에서 시선을 돌리니 평범하게 보이는 CLA가 기다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평범한 컬러인 화이트, 그레이 컬러가 마치 단정한 비즈니스 캐주얼 슈트를 입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파워트레인은 AMG A45 S 4MATIC+와 동일하다. 하지만 해치백과 세단의 차이는 분명히 트랙에서 확인할 수 있다.
쿠페형 세단 스타일이기 때문에 해치백보다는 조금은 더 트랙과 가까이 붙어있다는 느낌이 든다.
트랙에서의 주행 역시 마찬가지로 인스트럭터가 보여주는 주행 라인을 따라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번갈아 밟고 떼며 코너를 하나하나 클리어하고 직선 구간에서는 200km/h 가까이 가속하고 코너 앞에서는 트랙을 움켜쥘 것 같이 제동을 한다.
트랙 주행 내내 이렇게 가혹한 조건에서 계속 움직여 왔을 텐데도 '나는 이 정도에 엄살 따위 부리지 않아'라고 말하는 듯 AMG 특유의 사운드를 계속 들려준다.
트랙에서 달리는데 어울리는 차와 어울리지 않는 차를 구별하는 것은 의미 없다. 그 차의 캐릭터에 맞게 그 차의 능력에 맞게 즐겁게 달릴 수 있다면 그 차를 충분히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뉴 메르세데스-AMG CLA 45 S 4MATIC+는 차분해 보이는 외관이지만 4.1초 만에 100km/h에 도달하고 19인치 AMG 단조 휠로 한껏 AMG라는 것을 강조했고, 그에 맞는 달리기 실력도 갖췄다. 다소 밋밋할 줄 알았지만 잘 다려진 재킷을 처음 꺼내 입을 때의 설렘을 느끼는 것처럼 더 뉴 메르세데스-AMG CLA 45 S 4MATIC+는 충분히 설렜고 즐거웠다.
가장 마지막에 이 모델을 타게 되어 운이 좋았다. 사실 이미 출시한지 7개월이나 지난 모델이지만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SL 63 4MATIC+를 준비했다.
특별한 시승을 위한 목적보다는 AMG 스피드웨이에서 짧은 시간이지만 잠시 일상을 벗어나 온몸으로 짜릿한 순간을 즐기라는 의미로 일종의 '소소한 일탈' 같은 준비해둔 것 같았다.
운전석에 앉으면 낮은 시트 포지션 덕분에 트랙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아닌 수평으로 보고 있는듯한 느낌이다.
5.0리터 V8 가솔린 터보 엔진은 585PS의 출력과 81.5kg.m의 토크를 원하는 만큼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다는 듯 그르렁 거리며 숨을 고른다.
고성능 모델은 그저 즐기면 된다.
AMG 스피드웨이 트랙을 주행하면서 인스트럭터를 따라 코스를 익히며 1랩을 돌고 난 다음부터는 서서히 페이스가 올라가기 시작한다.
인스트럭터는 뒤따르는 차량을 수시로 확인하며 주행 라인을 설명해 주고, 브레이킹 포인트와 가속 포인트, 스티어링 휠의 조작 범위 등 꼼꼼하게 트랙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만약 뒤따르는 차량 중 일부가 앞차와의 거리를 너무 좁히거나 너무 벌어질 경우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 페이스를 올리거나 내리면서 그룹 주행을 진행한다.
당연히 AMG SL 63 4MAIC+는 조금만 가속페달에 힘을 주면 바로 앞 차 뒤로 붙을 수 있지만 코너가 이어지는 구간과 코너에서 빠져나와 이어지는 직선 구간에서는 운전자의 실력과 경험의 차이가 나오기 때문에 차량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차 하는 순간에 벌써 저만큼 차이가 난다. 운전 실력이 부족할 뿐이다
600마력에 가까운 고성능 모델을 운전하기 때문에 경험과 숙련도의 차이는 분명히 드러난다.
하지만 불안해하거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인스트럭터의 무전을 통해 들려오는 조언들은 경험을 쌓는데 반드시 필요하고 실제로 인스트럭터의 라인을 따라가려 노력하다 보면 조금씩 더 쉽게 코너를 돌아 나가고 제동을 확실하게 할 수 있게 되는 자신을 순간순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차에서 내릴 때 마음 한편에 스스로를 대견해 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고성능차를 타고 트랙에서 3대~4대가 함께 움직이게 되면 모두 드라이빙 스킬과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경험이 많은 사람과 적은 사람의 차이는 바로 드러난다.
이때 인스트럭터의 역할이 중요하다. 차량이 갖고 있는 매력을 최대한 즐길 수 있도록 리드해야 하는 동시에 따라오는 차량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스트럭터가 보내주는 무전은 다가오는 코너, 직선 구간에서 누구에게나 정확한 제어를 할 수 있게 해주는 동시에 가장 빠르게 모두가 트랙 주행을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AMG SL 63 4MATIC+로 AMG 스피드웨이 트랙을 돌면서 CLA, 45 S 4MATIC+, A 45 S 4MATIC+ 와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는 차량 간격과 더 바빠지는 인스트럭터의 무전은 잠시 다른 생각을 할 틈도, 트랙 주변에 아름답게 물들어가는 단풍을 곁눈질로 볼 만큼의 틈도 주지 않는다.
오로지 온몸으로 파고드는 1명의 장인이 수작업으로 완성한 AMG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중저음의 묵직한 사운드와 스티어링 휠을 돌리며,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순간 손과 발에 전해져 오는 트랙의 느낌과 타이어의 비명만이 가득하다.
AMG는 어떤 모델과도 잘 어울린다. 일상과 고성능의 경계는 분명하지만 포용력이 대단하다. 그래서 누구나 편하게 접해볼 수 있지 않을까?
AMG 모델을 트랙에서 주행한다면, 분명 초보 또는 트랙 경험이 없거나 얼마 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분명 새로운 신세계, 짜릿함과 흥분, 놀라움을 줄 것이 분명하다. 작은 움직임에도 AMG는 확실한 대답을 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운전을 잘하거나 트랙 경험이 많은 사람에게는 믿음과 즐거움을 줄 수밖에 없다. 기대했던 움직임을 기대 이상으로 보여주고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며 코너를 빠져나가고 직선 구간을 질주하는 순간순간에는 감동을 주기 충분하다.
이날 준비된 작은 해치백과 세단 그리고 가장 크고 강력한 로드스터 3종의 AMG 모델은 '짜릿함'과 '감동'을 주려 했고,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들은 그것을 확실하게 받았다는 것을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