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 안녕하세요. 작가님 글을 읽으며 ‘그래, 나도 할 수 있어!’ 매일 다짐하는 엄마입니다. 그런데 저에겐 커다란 벽이 하나 있어요. 바로 ‘아이 아빠’입니다.
저는 아이와 어떻게든 영어로 한마디라도 더 해보려고 애쓰는데, 남편은 소파에 누워서 휴대폰만 보거나 “에이, 그런 건 엄마가 하는 거지~”라며 딴청만 피웁니다. 영어책을 읽어달라고 부탁하면, 발음이 부끄럽다며 손사래를 치고요.
‘엄마표’ 영어가 아니라, ‘엄마 혼자’ 영어가 되어가는 것 같아 외롭고 지칩니다. 아이에게도 아빠의 목소리로 영어를 들려주고 싶은데… 똥고집 남편, 어떻게 하면 우리 ‘영어집’ 짓기에 동참시킬 수 있을까요?
아, 이 사연에 얼마나 많은 어머님들이 ‘내 남편 얘기네!’라며 고개를 끄덕이고 계실까요. ‘엄마표 영어’라는 이름이 가진 가장 큰 함정이 바로 이것입니다. 왠지 엄마 혼자 다 해야 할 것 같은 무거운 책임감, 그리고 그 옆에서 ‘나는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라며 겉도는 아빠의 모습.
하지만 아빠들을 억지로 책상 앞에 앉혀 ‘제2의 영어 선생님’으로 만들려고 하면 십중팔구 실패합니다. 아빠들에게는 ‘공부’가 아닌, 그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역할’을 주어야 합니다.
우리 집의 든든한 지원군, 남편을 세상에서 가장 유쾌한 ‘영어 조교’이자 ‘놀이 파트너’로 만드는 세 가지 꼼수 아닌 꼼수를 알려드릴게요.
대부분의 아빠들은, 엄마보다 더 역동적이고 과격한(?) 몸놀이에 능숙합니다. 여기에 영어를 딱 한 스푼만 얹어주세요.
미션: ‘괴물’이 되어주세요!: “여보, 우리 ‘Three Little Pigs’ 놀이하자! 당신이 ‘Big Bad Wolf(늑대)’야! 다른 대사 다 필요 없고, 그냥 아이 쫓아다니면서 ‘I’ll catch you!(잡아먹을 테다!)’ 딱 이 한마디만 외쳐줘!”
미션: ‘던지기’ 담당: 거실에서 공놀이를 할 때, “여보, 당신은 ‘Red ball, please!’라고 말할 때만 빨간 공을 던져주고, ‘Blue ball, please!’ 할 때만 파란 공을 던져줘!”
아빠는 복잡한 문장을 외울 필요 없이, 자신이 가장 잘하는 ‘몸놀이’를 통해 아이에게 가장 신나는 영어 경험을 선물할 수 있습니다. 아이는 ‘아빠와의 놀이 = 영어 = 즐거움’이라고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될 거예요.
모든 것을 다 잘하려고 하면 부담감만 커집니다. 아빠에게 아주 구체적이고 작은, 딱 하나의 ‘전담 영역’을 선물하세요.
예시 1: ‘자동차’ 혹은 ‘공룡’ 전문가: “여보, 다른 책은 다 내가 읽어줄게. 당신은 딱 이 ‘공룡 책’ 하나만 맡아줘. 다른 거 안 해도 돼. 그냥 그림 보면서 ‘Wow! Big dinosaur! T-Rex!’ 이것만 해줘도 아이는 넘어갈 거야.”
예시 2: ‘목욕 시간’ 총괄 매니저: “영어 목욕은 무조건 아빠 담당! 다른 거 필요 없고, 욕조에서 ‘Let’s wash your hair.’, ‘Bubbles, bubbles!’ 이 두 마디만 써줘.”
아빠는 ‘영어의 모든 것’이라는 거대한 부담에서 벗어나, 자신이 맡은 작은 영역에서만큼은 최고가 될 수 있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는 아빠라면, 마지막 최후의 보루가 있습니다. 바로 ‘관객’ 역할입니다.
아이와 엄마가 영어책을 읽고 있을 때, 아빠는 소파에 누워있어도 좋습니다. 대신, 우리가 정한 ‘큐사인’에 맞춰 딱 한마디만 해달라고 부탁하는 겁니다.
큐사인: (아이와 엄마가 책을 덮고 하이파이브를 할 때)
아빠의 대사: “우와! 우리 땡땡이, 엄마랑 영어책도 다 읽었어? 대단한데? 최고다!”
이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아빠의 인정과 칭찬은, 아이에게는 ‘내가 지금 아주 멋진 일을 했구나!’라는 확신을, 엄마에게는 ‘나 혼자 애쓰는 게 아니구나’라는 든든한 위로를 줍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빠에게 영어 ‘공부’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아빠를 우리 집의 즐거운 ‘놀이’에 초대하는 것입니다. 아빠의 서툰 영어 한마디는, 엄마의 백 마디 노력만큼이나 아이의 마음에 큰 울림을 줄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드디어 ‘그것’에 대해 이야기해 봅니다. ‘엄마표 영어’의 핵심이자, 모든 엄마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그것! 바로 ‘파닉스(Phonics)’입니다. 파닉스가 대체 뭔지, 꼭 학원에 보내야 하는지, 집에서는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모든 것을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