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azcal - 땅 속의 자궁
마흔을 앞두고
아이가 만 2살이 되던 해 초,
둘째 대신 나를 다시 낳았다.
아즈텍 샤먼을 따라 난 땅속의 자궁, Temazcal로 들어갔다.
태초의 어둠, 고요함에 이어
시작된 불의 의식
No tenga miedos
두려워하지 말라
Escucha la silencio
침묵을 들으라
Solo Exista
그리고 그저 존재해라
샤먼은 이렇게 얘기 후 알아들을 수 없는 자신의 부족 언어로 주술을 했다.
Time to let go. Let it all out!
나는 마주했다.
내 안의 노여움, 슬픔, 증오
그리고 모두 불 속으로 울부짖었다.
흙의 자궁은 불가마처럼 뜨거워졌다.
열을 식히는 내뱉기 호흡을 시도했다.
숨쉬기가 답답해져 상의를 내려버렸다.
칠흑 같은 어둠은 자유로웠다.
인생은 나쁜 시간을 보내기에 너무 짧다고 샤먼은 말했다.
꿀을 먹고 온몸에 발랐다.
마침내 의식이 끝나고 나는 땅속의 자궁에서 빠져나와 야외 샤워장에서 찬물을 정수리부터 온몸에 들이부었다. 곧장 해먹에 몸을 누이고 카카오가 든 흙으로 빚은 잔을 두 손에 쥐고 눈을 감았다. 온몸에 미세한 진동과 전율을 느꼈다. 두 손의 에너지가 자석처럼 흙잔을 포개고 그 흙잔을 입으로 기울여 카카오를 마시는데, 잔은 마치 방금 있었던 땅속 자궁의 모습으로, 그 안의 내가 보일 듯했다.
이 잔을 끝냈을 때 나는 다른 사람이 되리라.
나를 버리고 솔직해지리라.
.
.
.
라고 다짐을 한 후 일상으로, 관성으로 돌아오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아이가 자라는 속도와 내가 다시 낳은 나를 키우는 속도를 조율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