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B와 이자까야를 갔다. 나의 정치적 생각과 사회의 부조리함, 꿈이라고 말했지만 행동하지 않는 나, 그로 인해 얻어진 좌절감으로 울분을 술잔에 쏟아냈다. 너무나 괴로워져서 마음이 울렁울렁거렸다. 왜 사람들은 사회를 욕하면서 그 근본을 알려고 하지 않을까. 왜 변할 수 없다고 믿을까. 욕은 지금 마시는 술처럼 잠시 현실을 외면하는 도구일 뿐일까.
B와 헤어지고, 나는 홀로 취한 채 파리바게트로 향했다. 초코 케잌과 츄러스를 샀다. 왜 샀는지, 어떤 목적이었는지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는 취하면 뭔가를 사서 집에 들어간다. 집에 오면 동생과 엄마에게 준다.
파리바게트를 나와서 버스를 타려 길을 건넜다. 누군가 나를 부른다.
"형님!"
"오빠!"
시집 간 여동생 부부였다. 차 안에서 나를 불렀다. 나는 그 차를 탔고, 왜 여기 있느냐고 물었다. 매제의 남동생이 이디야에서 커피를 사고 있다고 기다린다고 했다.
5분여가 흘렀을까. 매제의 남동생이 왔다. 술을 과하게 좋아해서 부인을 속썩인다는 유명한 그분. 3년 전쯤 집들이를 할 때 보고 두 번째 본다. 처음에는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 그때 그분은 결혼하기 전임에도, 집들이에 놀러 왔는데, 서로 장난만 치고 주변 얘기를 귀 기울이려 하지 않는, 마냥 어린 커플 같았다.
그 이후로도 들려오는 소문들을 들으면서 부정적인 생각으로 더해갔다. 하지만 두 번째 만나니 서글서글하고 그때보다는 많이 유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첫 인상과 타인에게 전해 듣는 것으로는 사람을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살짝 취해서 개드립을 날렸는데 모두가 웃었고 화기애애했다. 사실 나는 내 드립에 웃어주면 모두 착한 사람으로 보이는 것 같다.
집에 도착해 엄마와 남동생에게 매제가 데려다줬다는 소식을 전하고 케잌을 섬세하게 잘랐다. 그 이후 나는 취해서 남동생 방에서 잠들어버렸다. 아침에 먼저 일어난 엄마의 속삭임이 들려온다.
"저 새끼도 많이 힘들겠지..."
나는 깨어 있었지만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온 신체가 울먹울먹거렸다. 마냥 부끄러웠다. 왜 나는 나에게만 유독 괴로워할까. 나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얼마나 불안할까. 나는 조숙하지 못한 삶을 살아갈까. 불안하기에 이런 글을 적는다. 내용이 어떻든 형식이 어떻든 나는 일기를 적는다. 온전히 나를 위한 글이다. 이렇게 배설하지 않으면 나는 부끄러워 서 있기조차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