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핸드폰을 떨어트렸다. 시험지를 제출하고, 제 자리에 돌아와 다음 과목 시험 자료와 꺼놓은 핸드폰을 주섬주섬 들고서 나섰다. 책과 파일 사이에 껴있던 핸드폰이 미끄러져 회색빛 강의실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직 시험을 보고 있던 학생들은 내게 시선을 집중했다. 나는 고개를 숙여 죄송한 마음으로 눈인사를 허공에 건네고 핸드폰을 주워 강의실 밖으로 나왔다.
집으로 돌아와 핸드폰을 충전기에 연결했다. 연결됐다는 진동은 울렸으나 액정 상단의 번개 마크가 나타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도 배터리 잔량의 높이는 변화가 없었다. 반 정도에 머물러서 늘지도 줄지도 않았다.
이주일 전이었다. 이와 같은 고장으로 AS센터에 간 적이 있다. 기사님께서는 외부의 충격으로 인해 배터리와 충전 연결을 이어주는 부품 부분이 깨졌다고 했다. 내가 갖고 있는 제품이 유달리 그 부분이 약하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무상으로 처리하게 되어있다고 했다. 고마웠지만 이상했다. 제품을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강의실에서 휴대폰을 떨어트렸던 기억이 났다. 아. 그 부분이 또 깨졌구나.
5달 전까지 아버지가 계실 때 쓰고 계시던 공기계가 생각났다. 유심칩만 갈아 끼면 사용할 수 있기에 전원을 켰다. 나는 저절로 갤러리를 눌렀다. 아버지가 고성 화엄사 안에서 웃고 있다. 사람들과도 영원할 것처럼, 하회탈처럼 붉게 웃고 있다.
통화 목록을 봤다. 마지막까지 누구와 통화했는지 생생하게 그려졌다. 머리로 상상하는 게 아니라, 가슴 깊은 곳을 파고들며 상상되어졌다.
'나는 교대자다'라는 어플을 눌렀다. 여전히 멈춰지지 않은 아버지의 달력엔 주, 야, 비라는 글자가 10월까지도 끝나지 않고 있다. 남은 우리는 여기서 주, 야 근무를 서고, 아버지는 저기서 비번을 쉬고 계시는구나,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