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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Attention>으로 존재감을 알리고, <Hype Boy>로 세상을 들썩이게 한 뉴진스가 돌아왔다. '온 세상이 뉴진스'라는 수식어까지 만들었던 그들의 컴백은 전부터 세간의 관심 집중을 불러일으켰고, 그중에서도 특히 '파워퍼프걸'과의 콜라보가 유독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아니나 다를까, 앨범 아트워크부터가 '파워퍼프걸 뉴진스ver'이다. 저건 정말 뉴진스가 아니더라도 안 눌러볼 수가 없는 비주얼이었다.
이번 앨범은 EP로 총 6곡이 실렸다. 앨범명은 수록곡 <Get Up>과 동일한데, 근 몇 년전부터 곡명과 앨범명을 통일하는게 하나의 트렌드 같다. 해당 부분은 뉴진스 데뷔 전부터 느꼈던 내용이라 그들의 영향력과는 무관하다. 잠시,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뉴진스는 K-POP에 이지리스닝이라는 트렌드를 가져왔다. 그 전에는 복잡하고 정교한 세계관 아래 수많은 복선과 장치를 두고 행해지던 음악이 트렌드였다면, 이제는 온전히 '우리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에 초점을 두어 하나씩 덜어내는 것이 트렌드가 되었다.
기존의 아이돌 앨범명은 화려하고 뜻이 깊었다. 물론, 직관적인 메시지도 있었지만, 앨범명이라는게 앨범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인만큼 대부분은 세계관에서 기인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점차 앨범명은 곡명(주로 타이틀)과 동일해졌다. 즉, 이지리스닝한 음악이 유행되기 전부터 이미 앨범 자체에서부터 '이지'함이 유행되고 있었다. 이에 민희진 대표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복잡한 세계관이 당연해져 '정'이 되어버린 K-POP 씬에 이지리스닝이라는 '반'이 생겨났고, 이후 이들은 '합'이라는 어떠한 새로운 형태를 보일 수도 있다. 어쩌면 이지리스닝은 예견된 움직임이었을지도 모른다.
다시 돌아와서, 음악 이야기를 이어가보겠다. 1번 트랙의 <New Jeans>는 몽환적인 EP 사운드와 2-STEP Garage 리듬으로 문을 열고, 그 위에 뉴진스 창법 특유의 완급 조절의 보컬로 Verse를 이어나간다. 이후 코러스에서 뉴진스 음악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Jersey Club 비트가 나오고, 'New hair, New tee, New jeans, Do You See?'라는 질문을 청자에게 던진다. 자신들의 정체성을 노래한 이 곡은 1번 트랙에 배치되어 1분 50초라는 짧은 러닝타임동안 청자에게 뉴진스를 각인시키고 들어가는 역할을 한다.
2번 트랙 <Super Shy>는 Triple Title 중 하나로 컴백 전 짧은 영상 일부가 도촬되면서 치어리더 컨셉이 살짝 유출된 상태였다. 뉴진스 특유의 가벼운 음악과 치어리더 컨셉의 만남은 예상 외의 비주얼을 선사했고, 여기에 왁킹 안무와 다수의 댄서를 세워 대형 퍼포먼스를 한 것도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곡 자체는 1번 트랙에 이어 '뉴진스 그 자체'인 음악이었다. Breakbeat에 기반하여 짧은 Intro 이후 곧바로 Chorus를 넣어 이목을 집중시키고, Verse에서 Jersey Club 리듬이 나온다. Verse는 유독 힘을 많이 빼고 말하는 듯이 불렀다면, Pre Chorus는 살짝 힘을 더해 앞으로 쏟아붓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보컬 자체에는 힘을 덜어냈다. 이 곡이 조금 특이한 점은 1절과 2절 사운드에 약간의 차이를 두었다는 점이다. 2절 Verse에서는 Jersey Club 비트가 대놓고 나오지 않고, 1절 Chorus는 악기를 덜어내어 점차 고조하는 방식이었다면, 2절은 악기를 일시적으로 다 빼서 터지는 드롭 구간을 형성했다. 보통 3절 Chorus에서 선보이는 구성을 2절에서 보였다는 건 곡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아니나 다를까, Jersey Club 리듬이 극으로 치닫는 D Bridge을 끝으로 곡은 마무리된다. 이 곡은 빠른 템포에 차이를 둔 구성으로 지루함을 느낄 새도 없이 휘몰아치며 막을 내린다.
3번 트랙의 <ETA>는 두 번째 타이틀 곡으로 시작부터 강렬한 브라스 사운드가 귀를 때려박는다. 이미 팬미팅에서 선공개한 곡이었지만, 직캠 특성 상 사운드를 제대로 들을 수 없어 대충 '뽕끼'있는 음악이라고만 인지한 채로 감상을 시작했다. 앞전의 두 곡과 달리 뉴진스의 아버지라 불리는 250이 작곡하여 그의 뽕짝 감성이 어느 정도 드러나는 바이다. Break Beat와 브라스 사운드가 이어지다 멤버들의 멜로디 랩 구간에서 Jersey Club이 나오고, 포인트 안무를 주기 좋은 스네어 리듬과 함께 질주감 있게 빠르게 돌아간다. 사실 이 곡은 트랙 보다는 가사에 좀 더 집중하고 싶은데, 이는 단연 '빈지노 작사'에서 출발한다. 이전부터 기존의 아이돌 곡에 없던 작가진을 자랑한 뉴진스였지만, 빈지노의 작사는 실로 놀라운 광경이었다. 거기다 팬미팅에서 화제가 된 부분, '혜진이가 엄청 혼났던 그날 지원이가 여친이랑 헤어진 그날'은 어린 나잇대의 소녀이기에 부를 수 있는 가사였다. 일각에서는 '굳이?'라는 반응을 보였으나 개인적으로는 신선함에 한 표 던지고 싶다.
4번 트랙의 <Cool With You>는 2-STEP Garage 리듬을 1번 트랙과는 다르게 녹여낸 세 번째 타이틀 곡으로 앞전의 두 곡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독특한 보컬이 낳는 수려한 멜로디는 어쩌면 뉴진스 창법이기에 더욱 빛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어 5번 트랙의 <Get Up>은 일종의 Interlude Track이다. 37초라는 매우 짧은 러닝타임으로 그 안에 몽환적이고 Chill한 분위기를 담아내었고, 멤버들의 섬세하고도 조심스러운 보컬이 돋보인다. 마지막 6번 트랙 <ASAP> 미니멀한 트랙 위에 일정한 시계 초침 소리와 나른한 보컬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찹앤페이스트 기법을 활용한 사운드는 규칙적이지만 불규칙적인 다양한 리듬을 구사하는데, 이 마저도 Jersey Club 리듬이 포함되어있다. 잠시 꿈 속에 왔다간 요정처럼 여운을 남기고 간 이 곡을 끝으로 뉴진스의 [Get Up]은 막을 내린다.
총 6곡이 실렸지만 러닝타임은 12분 16초밖에 안 된다. 현재 3분 이내의 곡이 유행인데다 늘 짧은 길이의 곡을 고수해온 뉴진스라 여느 앨범에 비해 짧은 건 당연하겠지만, 이는 비교 대상이 없다 해도 매우 짧은 길이이다.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듯한데, 그래도 좀 더 성의를 들여서 길이를 늘릴 필요가 있었다는 반응과 오히려 짧았기에 전곡 재생이 수월했다는 반응으로 나뉠 듯하다. 여기에 나는 후자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실제 전략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길이가 짧았기에 전곡 재생에 무리가 전혀 없었고, 모든 건 물 흐르듯 자연스레 흘러갔다.
전 세계 팬들은 다섯 멤버의 순수하고 자연스러운 매력,
에너지 넘치면서도 쿨한 퍼포먼스,
무엇보다 뉴진스가 추구하는 ‘좋은 음악’에 환호했다.
뉴진스는 이번 앨범에서 자신들의 '좋은 음악'을 강조한다. '좋은 음악'에는 정답이 없음을 이들도 알기에 '뉴진스가 추구하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전제를 깔았다. 그렇다면 뉴진스가 추구하는 '좋은 음악'이란 무엇일까? 아마도 이들이 세상에 던진 여러 실험적인 요소들의 총 집합체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예를 들어, 이지리스닝, 이번 앨범에서 가장 실험적인 트랙인 <Get Up>, 기존 아이돌과는 다른 창법, 다이내믹하지 않은 구성, 전곡 뮤직비디오 제작, 비주얼 디렉터 출신의 대표님이 하는 디렉팅, 그리고 다섯 명의 목소리가 마치 하나처럼 느껴지는 보컬이 있다. 뚜렷한 한 단어로 그들이 추구하는 '좋은 음악'을 표현할 수 없어 답답하지만, 대충 생각나는 사항을 열거하면 이렇다.
이중 단연 최고봉을 꼽자면 '다섯 명의 목소리가 마치 하나처럼 느껴지는 보컬'과 '전곡 뮤직비디오 제작'이다. 보컬 이야기를 하기 앞서 미리 하나 이야기하자면, 뉴진스 멤버들의 보컬이 절대 개성이 없다거나 여타 아이돌의 보컬이 합이 안 맞다는 소리는 절대 아니니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기존의 아이돌들의 경우 각 멤버 별로 뚜렷한 음색을 지니게 하여 겹치는 사항이 없게 했다. 각각의 짙은 색을 지닌 파트로 구성된 음악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다이내믹함을 선사했다. 그러나 뉴진스의 경우 조금 달랐다. 이들의 목소리는 마치 하나처럼 느껴진다. 이는 아마도 독특한 창법에서 기인한 효과로 추정되고, 뉴진스 창법이 더해졌기에 그들이 가져온 이지리스닝이 더욱 조화롭게 어우러진 것 같았다.
그 다음, '전곡 뮤직비디오 제작'이다. 프로듀싱과는 차이가 있는 프로덕션의 영역이지만, 짧게 짚고 싶은 부분이 있어 이야기하려고 한다. 엄청난 상향평준화를 이룬 K-POP 산업인 만큼 뮤직비디오 제작비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고, 조회수라는 성적표는 과시용으로 내놓기 최적인 수치이다. 그러나 뉴진스는 여기에 연연하지 않았다. 데뷔 때부터 전곡 뮤직비디오라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고, 다작에 따른 조회수 분산에도 신경쓰지 않았다. 오직 다양성과 작품성을 보여주는 것이 1순위였다. 이에 최근 과열된 경쟁으로 인해 볼 수 없던 모습을 꿋꿋히 지켜내고 있음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적다보니 길어진 뉴진스의 이번 앨범은 이제 슬 마무리를 지어보려고 한다. 뉴진스는 올해 초 <Ditto>를 통해 Jersey Club을 국내로 들여와 유행시켰고, 이번 앨범에서도 활발히 사용된 모습을 보였다. 6곡 중 무려 4곡이나 포함되어 있는 걸 보면 이들의 취향이라고 해야 할지 정체성이라고 해야 할지 살짝 혼돈이 생기기도 한다. 또한, Jersey Club과 마찬가지로 <OMG>에서 선보인 UK Garage 리듬도 곳곳에 보인다. 하나의 장르가 한 아티스트를 대변하는 역할을 할 순 있지만, 전작과 연달아 같은 걸 가지고 온 모습은 차기작에 대한 물음표를 던진다. 개인적으로는 다음 앨범에서는 Jersey Club을 내려놓고, 새로운 것을 가지고 오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