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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카이브 Nov 05. 2023

아메리칸뮤직어워드(AMA) K팝 부문 신설이 갖는 의미

이건 약일까, 독일까?


빌보드 뮤직 어워드(BBMA), 그래미 어워드와 함께 미국의 3대 음악 시상식인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A)'에 K팝 부문이 신설되었다. 지난 달 AMA가 공식 홈페이지와 SNS에 올해 시상식의 수상 후보를 발표하며 K팝 부문의 신설을 알렸다. 


일단 축하먼저 진행한 다음에 이야기를 이어가보자면, 방탄소년단은 올해 신설된 '페이보릿 K팝 아티스트'와 5년 연속 '페이보릿 팝 듀오/그룹'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참고로, 작년에는 대상격인 '올해의 아티스트'를 수상하기도 했다) 외에도 블랙핑크,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트와이스가 함께 '페이보릿 K팝 아티스트'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자체 커리어 하이를 달성하기도 했다. 노미네이트 된 아티스트 대부분이 아레나, 돔, 스타디움 급의 투어가 가능한 가수들인 만큼 AMA에서도 이들의 성과(인기)를 인정한 셈이다. 


미국의 3대 음악 시상식 중에 K팝 부문이 만들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원래 AMA는 음악 장르 별로 일반 팝, 컨트리, 힙합, R&B, 라틴, 록, 가스펠, 댄스·일렉트로닉 등으로 나눠 시상해왔고, 여기에 K팝이 추가되었다는 건 음악의 본고장에서 K팝이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아 주류가 되었다는 의미와도 같다. 


여기까지만 보면 K팝 부문의 신설은 K팝 아티스트에게 약으로만 작용할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다르게 생각해보면 '페이보릿 K팝 아티스트'는 우리에게 유리천장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대중 투표가 압도적인 K팝 아티스트 특성을 고려하여 주요 부문 수상의 가능성을 없앤 것이 아닌가는 생각도 든다. 방탄소년단의 미국 진출 이후 한결 수월해진 활로 덕분에 많은 아티스트가 이전보다 쉽게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렇기에 확장된 K팝의 외연에 따라 많은 아티스트가 한국 앨범이지만 일부러 영어로 발매하며 미국 시상식을 대놓고 노리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가장 최근에 발매한 정국의 솔로 앨범과 싱글, 블랙핑크의 수록곡이 그 예시이다. 


미국에서 주류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했으나, 그마저도 '인정'이 아닌 '분류'가 되어버린다면 이건 약이 아니라 독으로 다가올 것이다. 한국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성적을 위해 영어 가사와 POP스러운 음악의 결과물은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한 채 K팝 부문에 갇힌다면 제자리를 멤도는데 그치게 될 것이다. (이젠 '한국 앨범'이라고 치부하는 게 큰 의미가 없긴 하지만) 


특히, 정국의 솔로 앨범이 가장 많이 거론되는데, 본인 스스로도 미국을 노리고 만든 앨범이라며 언급했기에 이 앨범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어쩌면 군백기 전 방탄소년단의 커리어 하이를 달성할 수도 있는 기점이 될 수 있는데, 그걸 '페이보릿 K팝 아티스트'라는 벽이 가로막는 걸지도 모른다. 이번 시상식에서는 방탄소년단으로 올라 다르게 흘러가겠지만, AMA가 쏘아올린 신호탄이 다른 시상식에 안좋게 영향을 미친다면 이들은 유리천장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또 하나, 얼마 전 마무리된 블랙핑크의 대규모 투어 <BORN PINK>는 스파이스 걸스를 넘은 역대 걸그룹 최고 매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앨범 성적도 우수했다.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200 1위, 스포티파이 글로벌 주간 차트 1위를 달성했지만, AMA에는 오직 K팝 부문에만 이름을 올렸다. AMA가 판단하기에 블랙핑크가 아직 역부족인 것인지 아니면 방탄소년단 정도의 성적과 인기가 있어야만 주요 부문에 이름을 올리는 것인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사실 AMA의 부문 신설은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 1998년 미국에서 라틴팝이 인기를 얻기 시작하자 라틴팝 장르상인 '페이보릿 라틴 아티스트'를 만들었다. 이후 최근까지 라틴팝의 부흥이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AMA에는 라틴팝 관련 부문상이 5개가 존재한다. 이 사례를 기준으로 한다면 추후 K팝 수상 영역도 넓어질 수 있을 거란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음..늘 마무리를 잘 못하겠는데, 결론만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K팝 부문의 신설은 약으로 다가온다. 새로운 부문으로 넣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미국에선 'K팝'이라는 장르를 본격적으로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이 처음 미국에서 성과를 얻으며 활로를 개척할 당시 사람들은 '진출은 쉬워졌으나 성과의 기준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방탄소년단의 커리어를 밟으려면 최소한 그들만큼의 성과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라는 말이다. 이번 AMA에서도 주요 부문에 이름을 올린 건 방탄소년단 하나 뿐이다. 실제로 해당 부문의 목적이 유리천장이었다면 방탄소년단은 5년 연속 '페이보릿 팝 듀오/그룹' 부문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 암묵적으로 여겨지는 이 유리천장을 깨부수기 위해서는 초기 우려했던 것처럼 방탄소년단 만큼의 성과가 있어야만 가능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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