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심을 잃지 말자
이런 말이 있다, 똥 싸러 화장실 들어갈 때랑 나올 때랑 마음이 다르다고
사람은 누구나 이것에 관하여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초심'이다. 아무리 간절하게 원하던 것이 있어도 막상 쟁취하고 나면 금방 또는 언젠간 마음이 변하곤 한다. 물론 나 역시도 절대 그렇지 않다고 부정은 못하겠다. 비단 나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더라도 초심을 잃은 인물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초심을 잃은 인물로는 나라를 일본에 팔아먹은 을사 5적 - 외부대신 박제순, 내부대신 이지용, 군부대신 이근택, 학부대신 이완용, 농상공부대신 권중현이 있다. 이 다섯 명을 가리켜 을사조약 체결에 가담한 5인방으로 을사 5적 매국노라고 한다. 물론 이들도 처음부터 나라를 팔아먹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원래는 독립협회에서 자주독립을 위해 일하고, 항일운동을 하던 자들인데, 초심을 잃고 돈 되는 일만 찾으며 이것저것 팔다가 결국엔 '나라를 파는 게 돈을 제일 많이 벌겠구나'라는 생각에 나라마저 팔았다고 한다.
모든 일에 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다 보면 언젠가는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란 믿음과 확신이 있다. 하지만 인간은 언제나 욕심을 품고 있고 더 나은 것, 더 좋은 것을 쫓아가는 어쩔 수 없는 간사한 동물이라고(물론 모든 인간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생각된다.
나 역시도 나이가 그리 많진 않아도 꽤나 오랜 삶을 살아오면서 초심을 잃고 마음이 변한 나를 보며 스스로 실망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나는 생각보다 순탄치 못한, 나름 꽤나 힘든 20대 보냈다(물론 개인차는 존재한다). 내가 무언가를 시작할 때 먹었던 마음과는 달리 그것을 달성하고 쟁취하고 난 후의 마음가짐이 달라졌음을 느낄 때 나 자신에게 환멸감을 느낀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다. '내가 뭘 잘못했지?', '달라질 것 같지 않던 내 마음이 왜 달라졌지?', '보이지 않던 게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니, 더 욕심이 생기는구나', '어떻게 마음먹어야 내 감정을 다스릴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들을 되새김질하며 묻고, 또는 누군가에게 자문한다. 하지만 명확한 정답은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든 생각은 그런 마음을 품는 나의 잘못도, 또한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것이다. 경험하지 못한 새롭고 신비로운 것을 추구하며 쫓다 보면, 처음 먹었던 마음을 잃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땐 또 그 안에서 새로운 다짐과 결심이 생겨날 수도 있고, 그렇다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나라까지 파는 초심을 잃은 건 죽을 죄지만, 우리가 잃은 초심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 않은가? 너무 자책하며 살 필요는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