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내일의 ‘영포티’가 될지도 모른다.

한심한 영포티는 어디에서 왔는가에 대한 인구구조적 분석

by 무딘날

스냅백을 눌러쓰고 20대들이 쓰는 은어를 어색하게 섞어 쓰며 "오빠는 꽉 막힌 꼰대가 아니야"라고 호소하는 40대 남성. 우리는 그들을 '영포티(Young Forty)'라 부른다.


당초 '젊게 사는 중년'이라는 마케팅 용어로 시작된 이 단어는,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나이 값을 못 하고 어린 여성에게 집적거리는 꼰대'를 조롱하는 멸칭으로 전락했다. 이에 지금의 2030 남성들은 영포티를 보며 "나는 늙어서 절대 저렇게 추해지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사회과학적 렌즈로 인구 통계와 결혼 시장의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이 현상은 개인의 일탈이나 성향 문제를 넘어 잔혹한 인구 구조가 빚어낸 필연적 재난임이 드러난다. 영포티는 밈(Meme)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압축 성장이 남긴 '인구학적 부산물'이다.


‘영포티’는 어디에서 왔는가.


영포티의 기원을 이해하려면 그들의 동년배 여성, 즉 현재의 30대 후반~40대 초반(1980년대생) 여성들을 먼저 봐야 한다. 이들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알파걸(Alpha Girl)'이라 불렸던 세대다. 2009년 여학생의 대학진학률(82.4%)이 사상 처음으로 남학생(81.6%)을 추월했던 시기가 바로 이들이 20대였을 때다. 고스펙과 경제력을 갖춘 그녀들에게 결혼은 더 이상 생존 수단이 아닌 '선택'이 되었다. 그 당시 말로는 ‘골드 미스’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사회 현상이었고, 당장 지금만 보더라도 경제 활동을 활발히 하는 해당 세대의 여성이 넘쳐난다.


설상가상으로 '인구구조적' 결함까지 겹쳤다. 지금의 3040 남성들이 태어난 1980년대 중반~1990년대 초반은 남아선호사상이 광기에 가까웠던 시기다. 1990년 출생 성비는 여아 100명당 남아 116.5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산술적으로 동년배 남성 100명 중 15명 이상은 물리적으로 짝을 찾을 수 없는 구조임을 의미한다. 사회학에서 말하는 '결혼 압착(Marriage Squeeze)' 현상이다.


통계가 보여주는 '도태된 남성들'


이러한 미스매치는 처참한 통계로 증명된다. 통계청 자료를 재구성해 보면, 1960년대생(이전 세대)이 40세였을 때 남성 미혼율은 고작 6.3%였다. 반면 1980년대생(영포티라 불리는 세대) 남성의 40세 시점 미혼율은 30.1%로 약 4.8배 폭증했다. (미혼이 왜 도태냐고 혐오 조장이라거나 불편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생물학적 측면에서 자손 번식을 하지 않는 대상들을 표현하기가 어려워 ‘도태’라는 표현을 편의상 사용하였으니 이 부분은 양해바란다.)


더 결정적인 것은 성별 격차다. 40세 시점 여성 미혼율은 17.2%에 그쳤다. 즉, 동년배 여성의 83%는 결혼을 했거나 비혼을 선택해 시장에서 사라졌는데, 남성은 30%나 시장에 남겨진 것이다. 이 약 13%p의 격차에 해당하는 남성들이 바로 갈 곳을 잃은 '잉여 집단'이다.


동년배 여성에게 선택받지 못하거나 파트너 자체가 없는 이 남성들에게 남은 생존 전략은 하나뿐이다. 자신의 나이라는 핸디캡을 지우고, 아직 결혼 시장에 남아있는 20대~30대 초반의 어린 여성에게 눈을 돌리는 것이다. 영포티의 '젊은 척'은 나이값 못하는 미성숙함의 증명이 아니라, 유전자 단위에 새겨진 필사적인 구애 활동이자 생존 본능의 발현인 셈이다.


2030 남성들이 맞이할 '슈퍼 영포티'의 미래


문제는 지금 영포티를 손가락질하는 2030 남성들의 미래가 훨씬 더 암울하다는 점이다. 영포티 세대의 미혼율이 30%대라면, 현재 30대 남성(1990년대생)의 미혼율은 무려 50.8%에 달한다. 두 명 중 한 명이 혼자다.


이들이 40대가 되었을 때, 과연 드라마틱하게 결혼에 성공할 수 있을까? 사회분위기가 크게 역전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10년 뒤에는 영포티 세대보다 훨씬 더 거대한 규모의 '짝 없는 중년 남성 집단'이 양산될 수도 있다. 지금의 영포티가 ‘부분적 일탈’이라면, 미래의 2030이 맞이할 40대는 '집단적 고립'의 시대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경제 침체기가 불러올 새로운 비극


여기서 2030 세대에게만 적용되는 새로운 변수가 있다. 바로 '경제적 침체'다.


영포티 세대의 여성들(80년대생)이 경제적 자신감을 바탕으로 '비혼'을 선택했다면, 저성장과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현재의 2030 여성들에게 결혼은 다시금 '생존과 계층 유지를 위한 합리적 선택'으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결혼정보회사 가입자가 폭증하는 현상은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이것이 2030 남성에게 기회가 될까? 그리 쉽지는 않다. 생존을 위해 결혼을 원하는 여성들은 배우자의 '경제적 안정성'을 더욱 깐깐하게 따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경제 침체는 남성들의 지갑 또한 닫게 만들었다. 어차피 경제적 침체 상황이란 남성과 여성이 함께 겪는 일일 뿐더러, 남성의 사회 진출 시기가 과거보다 더욱 늦어진 현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란 어렵다. 결국 여성들이 원하는 '안정적인 남성'은 극소수이고, 대다수의 평범한 2030 남성들은 더욱 가혹한 기준에 의해 탈락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면 "결혼을 원하지만 눈이 높은 여성"과 "능력이 안 되는 남성" 사이의 미스매치는 영포티 세대보다 훨씬 더 벌어질 것이다. 이 경쟁에서 밀려난 2030 남성들은 10년 뒤, 지금의 영포티보다 더 절박하게 어린 세대의 문화를 기웃거리고, 더 어린 여성에게 매달리는 '슈퍼 영포티'가 될 수밖에 없다.


다른 세대를 비난하는 것으로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지금의 2030 남성들은 "우리는 남녀평등을 몸소 배우며 자랐고 주제 파악을 잘하니 저런 꼰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자부한다. 지금 비난받는 ‘영포티’도 20대 때는 'X세대'라 불리며 기성세대를 비판하던 신인류였다. 그들이 세월을 겪으며 변해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단 그것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고, 동년배 여성들이 사라지고, 혼자 남겨진 외로움이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라면, 그 일은 반드시 반복될 수 밖에 없다.


영포티 현상을 개인의 인격 문제로 치부하고 욕하고 넘기기 전에, 한국 사회의 인구 불균형과 경제 구조가 빚어낸 현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지금 40대 아저씨들의 추태를 비웃는 것은 쉽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에 가려진 인구 통계학적 그래프는, 당신 또한 그들과 똑같은, 아니 더 가파른 절벽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들의 우스꽝스럽고 한심한 오늘은, 우리가 맞이할 필연적 내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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