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속았수다 : 1막>
시대가 달라서, 상황이 달라서, 사람이 달라서, 모든 것이 달라서 서로가 서로의 수고로움을 인정하지 않는 세상에 던지는 멋진 '수고하셨습니다.'
이 작품이 주는 안락함, 말 그대로 편안한 즐거움은 어디에서 올까. 그것은 아마 지금 시대의 사람들에게 가장 심각하게 결핍된 것들을 채워주기 때문이다. 현재는 과거와는 달리 모든 것이 연결된 초연결시대이지만, 그 어느 시대보다도 부수어져 있는 파편화의 시대이기도 하다. 커다란 하나가 될수록 그 내부에서는 편협하고 혐오스러운 결속을 찾아 헤매인다.
너희 세대는 꿀빤 세대라며 자기가 정확히 어떤 세대인지도 규명하지 못하는 이들끼리 단순히 서로를 미워하기 위해, 자신의 고통을 전가하기 위해 다른 세대를 규정한다.
니네 성별은 왜 우리 성별보다 우대받나? 니네 성별보다 우리 성별이 사회에서 더 끔찍한 취급을 받는다며 서로의 세상은 들여다보지 않은 채 미러링이라는 방식을 채택하며 혐오를 일삼는다.
너희 직군은 우리 직군에 비해 덜떨어진 쓰레기라며 결국은 누군가는 해야 할 일들을 열심히 하고 사는 이들을 헐뜯고 까내리며 우열을 가리기 바쁘다.
너희 지역은 답없는 꼴통들만 모여 산다든가, 이기적이고 뒤통수치기 바쁜 족속들이 산다며 출처도 알 수 없는 시궁창 냄새나는 언어로 서로를 모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오물을 뿌린다.
우리는 그렇게 각자가 점점 커지고 있는 하나의 공간을 공유하게 되면서, 역설적이게도 그 속에서의 위계를 확립하고 서로의 영역을 구축하기 위해 한명 한명이 억척스러운 파시스트가 되어간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어떠한가. 아직 4화뿐이지만서도 나는 작은 위로를 받았다. 이 작품 속 모두는 더덜 말고 온전한 하나의 삶을 그린다. ‘나는 반딧불’의 노래 가사처럼, 어쩌면 작은 개똥벌레처럼 하잘 것 없어 보일지 모를 사람들이 별처럼 빛을 내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렇게 미약한 빛이나마 비추어주며 서로의 수고로움을 그저 보여준다.
16화까지 어떠한 흐름으로 흘러갈지 알 수 없지만, 이 드라마가 자칫 무시당하고 있을 수 있는 여러 사람들의 수고로움을 조명해주는 빛이 되어주면 좋겠다. 달라 보이는 서로에게 수고하셨다는 인사를 거리낌 없이 낼 수 있는 이야기를 그려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