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의 공존

타이페이 보장암 국제예술촌

by 이준영 Jun Yeong Lee

지난 2016년 여름 대만에서 보낸 시간의 정리를 이제서야 하고있다. 평소 글을 쓰는 습관이 들지 않아서 무엇부터 써야 할지 모르겠다. 지난 여름 대만에서의 경험을 하나씩 정리하며 글로 남기는 첫 번째로 보장암 국제예술촌으로 시작한다.


보장암 국제예술촌은 대만국립대학교 앞 공관역에서 Xindian(신점강)방향으로 강을 끼고 있는 절벽에 위치한다. 이 마을 입구에 보장암이라는 문화재 사원이 있다.

이마을은 국공전쟁이후 모택동의 공산당 정부를 피해 장개석의 국민당 군 관계자 또는 군대를 따라 대만으로 건어온 사람들이 모여 형성된 마을이다. 대만이 산업화 되고 도시개발이 활발히 이루어 지는 가운데 이 마을은 개발되지 않고 있었다.


2000년대 들어 재개발 대상이 되었으나 역사적인 보존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시민단체와 문화과의 반대로 재개발 대상에서 제외되었으며, 문화재인 보장암 보존사업과 함께 마을 활성화를 위한 재생사업으로 보장암 국제예술촌을 운영하게 된다.


세계 각국의 젊은 예술가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숙소와 작업실을 임대하고 예술지구로 재 탄생 시킨 것이다. 마을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으나 예술촌 게스트하우스가 있으며, 가까운 인근에 공관시장 및 야시장과 대만국립대학이 있어 관광객이 찾아오기 좋은 입지를 가지고 있다.


예술촌에는 대륙에서 이주당시 부터 지금까지 거주하고 있는 주민과 예술촌 지정 운영 후 입주한 예술작가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예술촌 안에는 입주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전시관도 있는데, 거주하던 사람들이 떠나고 비었있는 집들을 전시관과 공방, 작업실 등으로 운영하여 입주한 작가들의 작품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보장암 국제예술촌 가늘 길 2016.08.07

공관역에서 대만전력공사 전력종합연구소 도서관옆 골목으로 우회전하여 길을 건너면 보장암으로 가는 언덕길을 볼 수있다.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면 우측에 야외 주차장이 있고 보장암으로 가는 길을 따라 걷다보면 좌측에는 강변공원이 있고 우측으로 보장암 입구가 나온다. 여기서부터 보장암 국제 예술촌이 시작된다.


8월 한여름의 타이페이 날씨는 그야말로 뜨겁기 이루 말할 수 없다. 강렬한 햇살과 후텁지근한 공기가 불쾌감을 주기도 하지만 그러기에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이 상쾌하게 느껴지게 된다. 뜨거운 태양을 가로질러 예술촌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그다지 가볍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대만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마을의 모습을 기대하며 뜨거운 태양이 내리 비치는 길을 걸을 수 있었다.



20160807 Taiwan Artist Village in Taipei 0028.jpg 예술촌에 거주하는 주민 꼬마가 골목을 뛰어가고 있다. 2016.08.07

언덕에 자리한 마을이라 골목이 협소하고 언덕을 오르는 골목계단도 상당히 많다. 마을에 살고 있는 듯한 꼬마가 뛰어가는 모습에 자연스레 셔터를 눌렀다. 실제 주민들이 살고 있는 집들이 있는 골목에는 주의 안내문이 있었다.



20160807 Taiwan Artist Village in Taipei 0048.jpg 예술촌 입구의 보장암과 그 앞의 강변공원의 모습 2016.08.07

강렬한 태양 탓인지 초록이 한층더 빛을 내고 있다. 마치 뜨거운 태양빛에서 눈을 보호하라고 나뭇잎들이 초록빛을 쏟아내는 듯 하다.



20160807 Taiwan Artist Village in Taipei 0055.jpg 골목 벽에 예술촌내에 공방과 전시관을 안내하는 표지가 곳곳에 있다. 2016.08.07

골목계단은 마치 한국의 80년대 용마산이나 관악산 같은 서울 가장자리의 산동네 같은 분위기다. 오래된 별과 벚겨진 페인트 위에 화사한 컬러로 공방과 전시관 등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왠지 그 오래된 벽과 잘 어우러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20160807 Taiwan Artist Village in Taipei 0057.jpg 마을 초입에 안내도와 관광객 같아보이지 않는 뒷모습 2016.08.07

마을 초입의 벽에 예술촌의 관광지도가 있고 그 앞을 바쁘게 지나가는 관광객 같지 않은 그 뒷모습에 시선이 끌렸다. 마치 저 관광지도를 들여다 볼 필요가 없다는 듯 무심하게 지나가고 있는 모습은 분명히 거주하고 있는 주민이거나 예술촌에 입주하여 생활하고 있는 예술가 일 것이라는 나만의 상상.



20160807 Taiwan Artist Village in Taipei 0061.jpg 골목계단을 지나다 만나는 공방의 등불 2016.08.07

좁은 골목길을 따라 오르내리다 보면 만나는 공방의 등의 모습이 이채롭다. 양동이를 뒤집어 철사로 얼기설기 역어 등갓을 만들고 그 안에 백열등으로 가로등처럼 사용하고 있다. 벽에는 공방에 대한 안내를 하는 판낼을 비스듬히 세워놓았다. 골목의 계단은 오래되어 이끼와 풀들이 시멘트 구석을 뚫고 초록빛을 내고 있다. 어린시절 뛰어놀던 용마산 아래 동네의 골목을 떠올리게 한다.



20160807 Taiwan Artist Village in Taipei 0095.jpg 예술촌 중턱에서 보이는 건너편의 고가와 아파트 2016.08.07

예술촌 중턱까지 올라 내려보는 풍경이 그 옛날 높은 빌딩이 없던 마을이 형성되었던 시절의 풍광을 상상하게 한다. 옆에는 강이 흐르고 건너편의 널른 들과 건너편의 산, 그리고 파란 하늘과 초록빛의 나무들을 상상하면 상당히 아름다운 풍광이었을 것이다.



20160807 Taiwan Artist Village in Taipei 0065.jpg 오래된 낙서로 수놓인 벽과 눈부신 초록 2016.08.07


20160807 Taiwan Artist Village in Taipei 0067.jpg 비어있는 폐가를 개조하여 입주 예술가들에게 임대하고 있는 집의 현관 2016.08.07

입주예술가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현관의 모습이다. 비어있는 폐가를 보수하여 예술촌에 입주신청한 예술가들이 생활하며 작품활동을 할 수있도록 타이페이시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를 하고 있다.



20160807 Taiwan Artist Village in Taipei 0072.jpg 페인트로 얼룩진 창 2016.08.07

폐가의 겉모습을 미관상의 이유로 다시 꾸미지 않은 것이 인상적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유지하고 있었다. 문론 거주하고 있는 현지주민의 집은 아니다.



20160807 Taiwan Artist Village in Taipei 0087.jpg 옛 정취를 풍기는 전등 갓 2016.08.07

해질 무렵 골목에 들어오는 전등이 옛 정취를 물씬 풍기고 있다.



20160807 Taiwan Artist Village in Taipei 0088.jpg 골목 카페 2016.08.07

골목을 걷다보면 군데 군데 휴식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작고 아담한 카페와 식당도 볼 수 있다.



20160807 Taiwan Artist Village in Taipei 0110.jpg 예술촌을 방문한 여행객들 2016.08.07

젊은 청년들과 연인들이 예술촌을 많이 찾고 있었다. 낡고 오래되어 볼품없이 생각 할 수 있겠으나 오히려 예술촌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이 대다수 였다. 그들의 부모세대와 부모의 부모세대가 살았을 시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역사의 살아있는 교육장과도 같은 모습이다.



20160807 Taiwan Artist Village in Taipei 0123.jpg 예술촌을 찾은 젊은 커플 2016.08.07

데이트 장소로 예술촌을 찾은 젊은 커플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20160807 Taiwan Artist Village in Taipei 0106.jpg 거주 주민의 집 2016.08.07

예술촌에 거주하고 있는 현지 주민의 집은 거주하고 있는 사람의 성을 문패처럼 표시하고 있다. 벽에 표시된 성씨 표지 옆에는 주민이 이 마을에 언제부터 거주하게 되었는지 간략한 거주 역사를 안내하고 있다.

이렇게 현지 거주 주민들의 집들이 예술촌 곳곳에 아직도 여럿 남아있으며, 거주 주민들의 집앞에는 거주하는 주민의 성씨를 표시한 표지판으로 입주예술가의 집과 구분을 하고 있다. 이것은 과거와 현재의 공존으로 볼 수도있고, 거주민과 입주 예술가의 더불어 사는 삶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20160807 Taiwan Artist Village in Taipei 0120.jpg 낡은 벽이지만 가스 배관과 방법창살이 사람이 살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6.08.07

낡고 오래된 벽과 그앞의 길에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최근에 설치된 난간이 조화롭다. 벽을 타고 가로지르는 가스 배관과 창 밖으로 설치된 방법 창살이 현재 사람이 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0160807 Taiwan Artist Village in Taipei 0171.jpg 집이 있었던 무너진 폐가 터 2016.08.07

한때는 누군가의 보금자리 였을 집의 터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그 터 위에 붉은 의자가 홀로 자리를 지킨다.

폐허가 되기전 벽과 지붕으로 둘러쌓인 아늑한 공간에서 하루의 피로를 쉬이던 자리였을까?



20160807 Taiwan Artist Village in Taipei 0177.jpg 사라진 집의 바닥 터와 붉은 철문 2016.08.07

마을의 가장 높은 지역 강가 절벽 부근에는 이렇게 흔적만 남은 집터가 여럿있다. 바닥에 남아있는 타일이나 하수구, 변기구 등이 주방이나 거실, 화장실이 있었던 자리를 알수 있게 한다.



20160807 Taiwan Artist Village in Taipei 0179.jpg 창밖으로 보이는 도로와 건물들 2016.08.07

마을 중턱에 이 마을이 번창 했을 당시 상가 또는 식당등이 있었을 법한 거리 풍경을 볼 수 있다. 그중 식당의 자리 였던 공간에서 내다보는 창밖의 풍광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우리네 아버지들이 산업발전시기에 하루 일과를 마치고 귀가하며 잠시 들러 한잔 술로 시름과 피로를 달래던 그런 곳이 여기에 있었을 듯 하다.



20160807 Taiwan Artist Village in Taipei 0196.jpg 군사시설을 연상케하는 골목 2016.08.07

식당이 있었을 법한 장소를 지나 일반적인 거주 골목으로 보이지 않는 동굴같은 골목을 볼 수 있다. 마치 포격으로 부터 보호하기 위해 덥어놓은 방공호 안의 골목같은 느낌이다.



20160807 Taiwan Artist Village in Taipei 0199.jpg 게스트 하우스 앞 초록 간판 2016.08.07

마을 중간 쯤 여행자를 위한 게스트하우스가 있었다. 건물은 옛것 그대로 인데 현관과 내부의 모습은 상당히 감성적인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었다.



20160807 Taiwan Artist Village in Taipei 0207.jpg 창박 풍경 | 2016.08.07

게스트하우스의 로비에서 건너편 창밖을 바라보며 앉아있는 투숙객의 뒷모습이 여유로와 보인다.

마을 전체가 시간이 멈춘듯한 느낌을 강하게 느끼고 있던 상태에 창박을 바라보는 저 투숙객의 뒷모습이 예술촌의 멈추어진 시간과 함께 녹아 들어 시간적 여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20160807 Taiwan Artist Village in Taipei 0219.jpg 작은 카페 풍경 | 2016.08.07

해질 무렵 작은 카페에서 더위에 지친 몸을 쉬이며 한 숨을 돌리고 나니 오래된 창가에서 각자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골목 골목의 오래된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이 담고있는 모습과 집집마다 그 시절 어떤 사람이 살고 있었을 지 상상하며 걷는 예술촌방문은 이렇게 작은 카페에서 쉬며 마무리 했다.


넓은 지역은 아니지만 격동의 시절을 살아온 마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모습이 많은 경험을 하게 했다. 시간을 거슬러 상상을 하게 하며, 강변의 풍광을 바라보며 잠시 나를 잊어버리기도 했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도시인 타이페이의 여러가지 매력 중에 하나로 보장암예술촌을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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