찹쌀떡 사려엇

옹기종기 모여서 먹던

by 머피


찹살떡.jpg 온 가족이 모여 찹쌀떡을 먹는다



단칸방에 온 가족이 모였다.


부모님과 꼬마 그리고 동생. 잠들기 전 늦은 밤이었다. 별안간 "찹쌀떡 사려엇~" 하는 소리가 골목에 울려 퍼졌다. 소리는 깊고 강해서 동네마다 담장을 넘어 거실 안방까지 넓게 퍼졌다. 티브이 소리를 압도했고 대화소리도 덮어버렸다. 며칠에 한 번씩 깊은 밤이면 찹쌀떡 장수가 나타나던 시절.


"찹쌀떡 사와라."


아버지가 말했다. 꼬마는 돈을 받아 들고 대문밖을 나섰다. 어둠 속에서 찹쌀떡 장수가 얼굴을 드러냈다. 얼굴은 늙고 시커맸다. 늙고 시커매서 찹쌀떡마저 늙고 시커매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들었다. 생각보다 비쌌다. 찹쌀떡을 들고 단칸방으로 돌아왔다. 기다란 종이상자 뚜껑을 여니 찹쌀떡이 가지런히 하얀 자태를 드러냈다. 손에 쥐고 덥석 입에 물자 밀가루 냄새가 물컹 풍겨왔다. 생각보다 딱딱했다. 찹쌀떡 속 팥고물이 달큰 느껴졌다. 생각보다 달지 않았다. 찹쌀떡의 실제 맛은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딱딱하고 달지 않았으니까. 그럼에도 나는 그날밤 찹쌀떡을 잊지 못한다.


잠 못 드는 밤 찹쌀떡 하나로 으하하 웃으며 먹었다. 먹으며 네 식구가 기뻐했으니. 기뻐하며 것 봐라 생각보다 맛있지는 않지? 하면서 다 먹었으니. 아빠가 이담에 부드럽고 맛있는 찹쌀떡을 사 올 거라고 말했으니.


그런데 지금은 어두운 밤 골목을 거니는 찹쌀떡 장수가 없다. 그리고 네 가족이 모이지도 못한다. 떨어져 사는 날이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이제는 어디로 가 찹쌀떡을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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