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걷기(6)
낙강과 동강이 만나는 낙동강 시발지가 반환점이다.
걸으면서 이 생각 저 생각 사색에 빠진다.
맑은 공기 실컷 들이켜면서 물과 달을 벗 삼아 걷노라면 금방 시발지가 눈앞에 와 있다.
뒤뚱뒤뚱 걷던지 사뿐사뿐 걷던지 발가는대로 어슬렁거리다 보면 쏴~~ 우~~ 물소리와 함께 도달해 있다.
자유의 몸으로 발걸음을 내딛고 있자면 자유가 아닌 사람의 인생편린이 스쳐 지나간다.
45년 전 미국의 한 부호가 늘그막에 헛고생하다가 죽은 사연을 반추해 보자면 인생 밍밍하고 재미없는 삶...
그저 숨만 쉬다가 죽은 부자이야기------
부호를 살해하고 재물을 뺏길까 봐 경호원에 둘러싸여 인의장막에 갇혀서 매일 경호원과 한 방안의 영사기에서 화면을 재생하는 영화를 보다가 인생 종 쳤다.
밀착 경호원은 부호를 보호한답시고 물과 먹을 것도 경호원이 먼저 검사 후 식사했으며 동선을 임의로 움직이면 부호를 노리는 총구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고 공갈쳤다.
그 덕에 경호원들만 돌아가면서 잘 먹고 두둑한 급여를 챙겼다.
경호팀에 갇혀 살다 보니 운동부족과 스트레스 화병으로 육십에 흐느적거리며 죽었다.
세계곳곳에서 필름을 구해 주야장천 방안에 틀어 박혀 영화만 봤으니 병이 안 나고 배기는가.
취미생활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걷지도 못하고 이성도 만나지 못하게 했다.
사는 것이 뭐가 재미있었겠나.
그 옛날 이 땅의 부자 할배보다 육체와 정신이 가련한 삶을 살았다.
부자 할배는 해 볼 것 다 해봤으니 미국의 부호보다 훨씬 잘 살았다.
역설적으로 미국의 부호는 강변을 자유로 맨발 걷기 하는 나 보다 한 수 아래다.
부호이면 뭣 하나 쓸데없이 세월만 축낸 진정한 거렁뱅이인걸 그 많은 돈을 나한테 좀 나누어 주고 내하고 친구해서 세계여행하면서 맛난 거 먹고 구경하면 될 텐데 또 좀 떼어서 여자 남자 사람에게 자선사업도 하고 아휴 저 머저리에게 돈복이 터져서 괜히 한 인생 망춰 놨구려.
쓸 줄 모르면 곰팡이가 피던지 녹이 슬던지 악당 경호원에 걸려서 없는 핑계 대고 엉뚱한 놈이 가로 채 가는 것이 돈이다.
오늘밤은 엉뚱한 사색의 맨발~
걷기가 되었는가 중간중간 아스팔트도 목책도 걸어보는 맨발이 돈인가~
강변의 가을밤 (최정화 1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