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남강 자전거 길 풍경

그것도 해 질 녘

by 머피


칠암강변풍경.jpg 살아있는 생명이 더해졌다




아직 밝음이 남아있는 길.



서둘러 자전거 타고 달리다 마침내 마주하는 풍경.

가까이에는 아무도 없지만 저 멀리 띄엄띄엄 인적이 보이는 길.

아무도 없어서 가슴 시린 길.

막상 다가가 인적 곁을 지나도 외로움이 가시지 않는 길.



딸아이에게 풍경을 그려달라 했다.

처음 받아보았을 땐 말 그대로 빈 풍경만 있었다. 어딘가 허전해 살아있는 생명을 넣어달라 했다. 그러니 하늘엔 새, 길에는 사람, 잔디밭에는 나비 등이 더해졌다. 혼자였다가 혼자가 아니니 그림이 따뜻해진다.


나는 어쩌자고 자전거로 여기까지 왔을까.

올 때마다 심란해진다. 아무도 없는 길이 반갑다가도 아무도 없어서 쓸쓸해지는 교차점. 오래전 어릴 적 내가 달렸던 길을 똑같이 달릴 때 와닿는 그리움의 바람이 얼굴에 차갑다가도 따스해지는 지점. 해질녘 남강변 풍경을 내려다보고 올려다볼 때 시선이 겹치고 겹쳐 다시금 한 장 오늘도 겹치러 왔다. 풍경은 두꺼운 책이 되어 지난날 먹었던 그때 그 마음 들춰볼 수 있게 파라락 펼쳐진다. 누군가 만나고 싶어 달리던 길. 바람이 불어 앞머리가 올라가면 어쩐지 멋있게 보일 것만 같은 기대. 그래서 더 빨라지는 속도. 약속보다 더 일찍 가야지 하며 다리에 힘주던 길. 그러다 아는 이 만날까 싶어 두리번거리는 시선. 언제라도 그리운 이 저 앞에서 기다릴 것만 같은 마음.

내가 책 속에 들어가 풍경의 한 장면이 되니 그제야 안심하고 책이 덮일 때 어둠 속 자전거길을 달려 다시금 집으로 간다.


내게 그곳 자전거 길은 늘 가보고 싶은 길.




저녁남강변자전거길.jpg 가까이 아무것도 없지만 저 멀리 사람 몇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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