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다시 ‘민주당 2중대’로 돌아간 까닭

정의당 내부에 있는 유시민 국민참여당의 피가 원인

by 정중규


다들 다시 민주당 2중대로 돌아가 검수완박법 국회 통과에 온전히 찬성한 정의당의 행태에 분노하고 있다. 아래 사진에서 정의당 류호정 장혜영 의원이 국민의힘이 국회의사당 로텐더홀 바닥에 깔아놓은 검수완박 반대 플랜카드를 밟고가는데, 그것은 마치 이재명 문재인이 광주 5.18묘원의 전두환 비석을 밟고 지나가는 증오의 정치 그 가볍고도 유치한 행태를 연상시킨다.


물론 나는 이미 정의당이 다시 민주당 2중대로 돌아갈 것으로 예측했었다. 민주당이 정의당을 포섭하기 위해 흔들 당근들이 많기에, 며칠 전까지만 해도 "다시는 민주당에 속지 않는다"고 다짐하던 정의당 심상정의 그 '단호한' 결의가 얼마나 쉽게 무너질지는 충분히 예상되었던 까닭이다. 그 당근은 아마 지난번 연동형 비례대표제 약속(하지만 위성정당 창당으로 사기로 끝난)과 비슷한 중대선거구제 약속, 그리고 차별금지법 통과(시켜줄까 의문시 되지만)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정의당의 이런 행태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곧 정의당 내부에 있는 친노친문의 피, 다시말해 유시민의 국민참여당 피가 그것이다.


지난 2011년 민주노동당이 세력 확장을 위한다며 유시민의 국민참여당과 합당을 추진할 때, 진정한 진보정치를 원한 당원들은 결사 반대했었다. 특히 재승박덕 정치인 유시민의 행태를 오래 전부터 혐오했던 나는 그 작업을 추진하던 노회찬 대표께 "유시민이 어떻게 진보정치인인가. 그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진보정당에 발을 디딜려는 의도를 모르는가. 어쩌면 진보정당을 대표하는 대선후보를 노리는 것 아닌가. 유시민이 가는 곳은 늘 분란이 일게 됨을 알아야" 등으로 직접 항의했었다.


하지만 결국 합당은 성사돼 통합진보당이 탄생되었고, 나는 그 항의 표시로 당을 떠났고,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정권교체 위해 야권연대 작업에 매진했었다.


그런데 내 예상대로 1년도 지나지 않은 2012년 당내 비례대표 경선 과정에서의 부정선거 논란과 중앙위원회 폭력 사건으로 통합진보당은 무너지게 된다. 그 중심에 유시민계가 있었고, 그 부정선거는 박근혜 정권 때 추진된 통합진보당 해산의 빌미가 된다.


한편 이들은 2012년 대선 과정에서 정의당으로 재창당된다. 이석기계가 떨어져 나간 정의당에서 유시민계는 통합진보당 때보다 더욱 당내 주도권을 쥐게 되고, 그 때부터 진보정당으로서의 자기정체성을 상실하고서 '민주당 2중대'라는 불명예스러운 딱지가 정의당에 본격적으로 붙게 된다.


내가 정의당 내 유시민계 피를 제거하지 않는 한 민주당 2중대 역할을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유시민의 피가 진보정당이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게 막고 있어, 2000년대 초반의 '진보정당의 그 영광스런 황금기'는 다시 오지 못하고 진보정당 전체가 오랜 시간 침체기에 빠져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 점을 노려 유시민이 2011년 진보정당에 발을 들어놓은지도 모른다. 한가지가 유시민의 국민참여당 합류로 노무현에 대한 비판이 금기시 되었다는 점이다. 내가 활동하던 시기가 하필 노무현 정권 때이기도 했지만, 노동자-농민 같은 서민들의 표로 대통령에 당선된 정치인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자 삼성 품 안에서 헤어나지 못하며 배신하자 그 당시 노무현 정권에 대한 진보정당의 비판은 꺼리낌이 없었다. 하지만 그 이후 노무현만이 아니라 김대중 문재인 정권의 실정에 대해서도 소위 진보정당이 비판의 칼날을 날릴 수 없는 딱한 신세가 되어버리게 된다.


나는 지금의 정의당 구조론 불가능하다고 보았지만, 그래도 지난 총선에서 장혜영 류호정 같은 신진 의원들로 세대교체가 이뤄지자 정의당이 진정한 진보정당으로 거듭나기를 한 때 기대했었다. 하지만 혼탁한 피를 극복하기는 역부족인 수혈이었다. 민주당이 내미는 '속임수 당근'에 번번이 속으면서도 다시 민주당의 날개 밑으로 들어가는 것에는 그런 태생적 한계가 있는 것이다.


유럽에서 진보정당 녹색당이 수권정당으로 발돋움하기까지 한 것에는 그들만의 고유한 진보정당다운 자기정체성을 끝까지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권에서 그런 기대는 난망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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