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태, 수니파 vs 시아파 내전 가능성 / 정중규

by 정중규

이스라엘 못 뚫으니, 이웃나라 때리는 ‘물귀신’ 이란

미-이란 중재국 오만까지 공격

중동 전역에 미사일 165발·드론 541기 쏴


- 이란으로부터 무차별 공격을 받은 나라(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오만 이라크 요르단 등 9국) 가운데 이라크를 제외하곤 수니파 국가들인 것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자칫하면 이 전쟁이 "미국-이스라엘 vs 이란"의 전쟁에서 뜻밖에도 이슬람 국가들 사이의 "수니파 vs 시아파" 종파간 이슬람 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란의 이런 중구난방의 무차별적 공격은 신정체제의 지도부를 폭격으로 갑자기 잃어버린데서 비롯된 우왕좌왕 행태, 마치 막다른 곳으로 몰린 쥐가 고양이에게 덤비는 것과 비슷하게 보인다.

결국 관건은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인데..마두로가 사라진 베네수엘라처럼 트럼프와 물밑거래로 화해하고서 신정체제를 유지하든지, 아니면 일정 기간 시간이 지나면서 전열을 가다듬고 다시 들고 일어날 반정부 세력(트럼프가 시간을 끄는 이유)에 의해 권좌에서 쫓겨나든지, 둘 중의 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1일 요격된 발사체 하나가 두바이 팜 주메이라 제도 인근 바다로 추락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란이 미국·이스라엘의 선제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사실상 중동 전역에 무차별 보복을 퍼붓고 있다. 이스라엘 본토는 물론이고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카타르·바레인·오만·이라크·요르단 등 9국의 미군 기지 및 공항·호텔 등 일반 시설까지 동시에 타격하고 있는 것이다. 중동 국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이같은 피해를 당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란이 이웃 이슬람 국가들의 글로벌 신경망을 마비시키는 일종의 ‘물귀신 작전’으로 미국·이스라엘을 압박하자, 이에 분노한 걸프 국가들은 이란에 대한 군사 보복까지 검토 중이다.


이란은 “미군 기지 등 군사시설만 겨냥했다”고 주장하지만, 공항·호텔·민간 주거 단지까지 피해를 입고 있다.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와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중동 전역의 국제공항이 이란의 미사일·드론 피해를 입고 운항을 중단했다. 지난해 전 세계 국제선 여객 수 1위(약 9200만명)를 기록한 두바이 국제공항은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아 검은 연기 기둥이 솟아올랐다. 두바이 공항에선 직원 4명이 다쳤고, 아부다비 공항 인근에선 드론 파편에 맞아 1명이 숨졌다. 쿠웨이트·바레인의 공항도 드론 피해를 입었다. 1일 하루에만 중동 내 공항 7곳에서 3400편 이상 항공편이 취소됐다.


1일 아랍에미리트(UAE) 샤르자시 산업단지의 한 창고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P 연합뉴스


중동 국가는 식량 수입의 상당 부분을 항공에 의존하고 외국인 노동력의 출퇴근도 항공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란이 이웃 국가들의 ‘경제적 생명선’을 끊고 있는 것이다. UAE에만 미사일 165발과 드론 541기가 날아들었고, 쿠웨이트에는 미사일 97발과 드론 283기가 떨어졌다. 미국과 이란을 중재하던 오만의 상업 항구에도 드론이 떨어져 외국인 노동자 1명이 다쳤다. UAE 두바이의 부르즈알아랍을 비롯, 두바이 팜 주메이라의 페어몬트 팜 호텔, 바레인의 크라운 플라자 호텔, 카타르의 민간 주거 단지도 피해를 입었다. 중동 석유 부국의 상징과 같은 마천루 호텔에 휴가를 온 관광객들이 “하늘에서 미사일이 날아다닌다”며 공포에 질린 영상이 소셜미디어 등에 공개되기도 했다.


공격 대상은 주거·관광 시설에 그치지 않았다. 사우디 국영 아람코의 라스타누라(Ras Tanura) 정유시설도 드론 파편으로 화재가 발생해 일부 가동이 멈췄다. 라스타누라는 사우디 동부 페르시아만 연안에 있는 세계 최대급 석유 수출 거점으로, 하루 처리 능력이 55만 배럴에 이른다.


걸프국들이 맞대응 성격의 군사조치를 검토하고 나서면서 초유의 ‘중동 대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걸프협력회의(GCC) 6국 외교장관은 1일 화상 회의를 열고 이란의 보복을 ‘배신적 공격’으로 규정했다. 이들은 “이란의 공격으로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규탄하면서 이란의 군사 공격에 대응하는 선택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UAE는 테헤란 주재 대사관을 폐쇄하고 외교관 전원을 철수시켰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 대사를 초치해 국가 주권 침해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란이 이스라엘 대신 걸프 국가를 집중 공격한 배경에는 상대의 비용 소모를 극대화하고 동맹의 균열을 노리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의 ‘철통’ 방공망을 정면으로 겨냥하기보단, 방어 역량이 분산된 주변국을 ‘가랑비’처럼 타격하면서 피해를 누적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1일 이스라엘 예루살렘 상공에서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Iron Dome)' 미사일 방어 체계가 발사체를 요격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하산 알하산 선임연구원은 CNN에 “걸프 국가들의 고통을 점진적으로 키워 트럼프 행정부가 전쟁을 빨리 끝내도록 압박받게 하려는 계산”이라고 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야스민 파루크 걸프 지역 프로젝트 소장은 “해당 국가 주민들에게 고립감을 심어주고 공황을 유발하려는 의도”라며 “분쟁을 지역화하는 것을 넘어, 걸프 국가들을 통해 이 사태를 국제화하려는 것이 이란의 전략”이라고 했다. 바데르 알-사이프 쿠웨이트대 교수는 “이란은 ‘우리가 무너지면 너희도 함께 무너진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필사적”이라고 했다.


지난달 28일과 1일 걸프 지역 미국 동맹국인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 바레인에 이란이 보복 공격을 단행했다. /X(엑스)


이란은 현재까지 중동 국가 공격에 액체 연료를 사용하는 저성능 구형 미사일과 저가 드론을 집중 투입하고 있다. 이를 요격하는 사드·패트리엇 미사일·다윗의 돌팔매 같은 요격 미사일은 한 발에 수백만 달러에 이를 정도로 고가다. 이란이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들의 방공망을 조기에 소진시킨 다음, 고체 연료 기반의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 등으로 대량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선일보 파리/원선우 특파원 2026. 3.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