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쟁(和諍) 다름을 넘어 공존으로 / 정중규

by 정중규

화쟁(和諍) 다름을 넘어 공존으로

2026.3.4. 오후1시30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

주최 : 대한불교조계종

주관 :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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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심화되는 국회에 스님들의 화쟁 죽비”…국회 찾은 조계종화쟁위

조계종·정각회, 화쟁 세미나 개최

정치, 사회, 경제 분야 실천 방안 논의


갈등과 대립이 심화되고 있는 국회에서 ‘화합의 정치 실현 방안’을 논의하는 ‘죽비’와 같은 세미나가 마련됐다.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산사의 스님들이 현재 국회 상황에 대해 따끔한 가르침을 주기 위해 오신 것 같다”며 겸허한 마음을 나타냈다.


조계종(총무원장 진우 스님)과 국회 정각회(회장 이헌승), 조계종 화쟁위원회(위원장 정만 스님)는 정치의 중심인 국회에서 ‘화쟁(和諍) 다름을 넘어 공존으로’를 주제로 화쟁 세미나를 개최했다. 최근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정치·사회 분야에서 화쟁 정신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어졌다.


세미나에는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비롯해 화쟁위원회 위원장 정만 스님,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 조계종 총무원 부실장 스님 등이 참석했다. 또 주호영 국회부의장, 이헌승 국회 정각회장 등 국회의원과 조계사, 봉은사, 안국선원 신도 등 사부대중 600여 명이 함께했다.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치사를 통해 “오늘날 이기주의와 분열, 이념의 대립,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서로를 향한 비난과 증오의 목소리는 우리 공동체의 안녕을 위협하고 있으며,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정치 영역에서의 갈등은 국민에게 불안과 피로를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찍이 원효 스님께서는 극심한 다툼 속에서 화쟁이라는 위대한 사유의 틀을 제시하셨다”며 “화쟁은 차이를 인정하며 더 큰 진리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길로, 갈등을 넘어서는 지혜이자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화쟁위원장 정만 스님은 “조계종 화쟁위원회는 불교의 숭고한 이상을 현실의 갈등 현장에 구현하고자 하며,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마음의 평화를 만들어간다면 사회 통합도 실현될 것”이라면서 “이번 세미나는 정치와 경제·사회 두 분야로 나눠 화쟁적 관점에서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했으며, 정치의 산실인 국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듣는 정치’의 필요성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인사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이번 화쟁 세미나는 갈등과 대립이 심화되는 국회를 경책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라고 생각돼 등골이 서늘하다”면서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원효 스님께서 말씀하신 화쟁 정신이라고 생각하며, 우리 헌정사를 겪어오신 어른들로부터 지혜와 가르침을 얻는 소중한 자리”라고 전했다.


이헌승 국회 정각회장은 “원효대사의 화쟁 사상은 천년의 세월을 넘어 우리 사회와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큰 가르침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국회 정각회는 화쟁 정신을 바탕으로 서로 다름을 존중하며 공존과 화합의 길을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세미나 기조발제는 김희옥 전 동국대 총장이 ‘화쟁사상과 헌법적 가치’를 주제로 진행했다. 김 전 총장은 “우리나라의 사회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 분석에 따르면 매년 233조 원에 달하는 사회적 갈등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2025년 OECD 38개국 갈등 지수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갈등지수가 높은 반면 갈등관리 지수는 27위로 갈등을 해결하는 역량은 매우 낮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희옥 전 동국대 총장은 “공동체 내 지나친 갈등과 대립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분야에 걸쳐 국가와 사회 발전을 저해하고, 국민의 자기결정권과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게 된다”며 “원효 스님의 화쟁사상 실천은 높은 헌법적 가치의 실현과 같은 것으로, 국가와 국민을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과 행복을 보장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협치와 공존의 정치로’라는 주제로 진행된 토론에서는 대통령제와 소선거구제 기반의 선거제도가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과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은 “현재 대통령제는 한 명에게 과도한 권력을 집중시키는 제도로 많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은 “소선거구제는 승자가 독식하는 정치 환경을 만들어 갈등과 대립을 격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참여한 김형오 전 의장, 이재오 이사장, 유인태 전 총장, 정대철 헌정회장은 이원집정부제와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정치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2부 경제·사회 분야 토론에서는 경제, 사법, 언론, 정치철학적 관점에서 화쟁의 실천 방안이 논의됐다. 김의철 전 KBS 사장은 “우리 사회에서 갈등이 심화된 원인에는 언론의 잘못도 있다”며 “언론이 갈등을 비판적으로 중재하기보다 오히려 갈등을 소비하는 구조 속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사장은 언론의 화쟁 실천 방안으로 △갈등이 형성되는 구조를 설명할 것 △힘의 비대칭을 전제로 보도할 것 △공동체 언어를 복원할 것 △해결의 가능성을 지우지 말 것 등을 제시했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적 관점에서 화쟁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빈부와 세대 간 격차 등이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기득권을 중심으로 규제를 혁파하는 구조적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황정근 국회도서관장은 사법부의 책임을 강조했다. 황 관장은 “사법부는 일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기관이지만 일부 사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며 “사법기관이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고 사회갈등을 해결하려는 의지와 역량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평중 한신대 명예교수는 정치철학적 관점에서 화쟁 정신과 공화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자유와 민주, 공화라는 세 가지 정치 이념의 한국적 상호 관계에 대한 철학적 탐색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며 “진정한 공화주의 철학은 자유주의의 합리적 핵심과 민주적 평등 사상을 담아내면서 차별과 편견, 증오와 배제를 넘어서는 마음의 습관을 지향하는 것으로, 이는 화쟁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조계종 화쟁위원장 정만 스님은 세미나 이후 법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민의의 전당 국회에서 원효 스님께서 1500년 전 말씀하신 화쟁 사상으로 모든 사람이 지닌 다름을 넘어 공존으로 가는 지혜를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오늘 화쟁 세미나에서 비롯된 씨앗이 사회를 맑고 아름답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법보신문 권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