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AI 시대, 로봇기술의 발전과 대한민국 산업의 미래 국회 정책 토론회
2026.3.24. 오후2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
주최 :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한 구조개혁 실천 포럼(국회의원 연구단체 : 대표 고동진 안철수 이상식, 연구책임의원 : 이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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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밀도 세계 1위인데, 선두 기업은 전무…‘돈 버는 AI 로봇 회사’ 키울 판 짜야”
- 국회서 ‘피지컬 AI’ 전략 논의…현장형 정책 전환 필요성 부각
- 상용화 관건은 ‘발열·비용’…휴머노이드, 기술보다 경제성 시험대
- 150조 로봇시장 선점 경쟁…“스케일 확대·수익모델 확보 시급”
- 中 로봇 앞선 건 숱한 실증 경험 덕분…“韓 실증 데이터 확보·규제 혁신이 관건”
배달 로봇과 자율주행 차량이 스스로 공간을 인식하고 상황을 학습하며 맥락에 맞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른바 ‘피지컬 AI(Physical AI)’가 기존 인공지능의 한계를 넘어, 현실 세계와 직접 상호작용하는 지능형 로봇 시대의 개막을 예고하고 있다.
피지컬 AI는 인공지능이 로봇·차량 등 물리적 형태를 갖고 실제 환경에서 실시간으로 작동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몸을 가진 AI’로 불리는 이 기술은 건설·제조·물류 등 산업 현장에서 인간을 대체하거나 보완할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피지컬 AI 시장은 2025년 44억4000만달러(약 6조7000억원)에서 2030년 230억6000만달러(약 34조6000억원)로 5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CAGR)은 39%에 달한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신관에서는 ‘피지컬 AI 시대 로봇기술의 발전과 대한민국 산업의 미래’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피지컬 AI 시대 주도권 확보를 위한 국가 전략이 집중 논의됐다.
토론회에는 포럼 대표를 맡고 있는 고동진 의원을 비롯해 학게에서 유회준 카이스트 AI반도체대학원 원장, 이규빈 광주과학기술원(GIST) 인공지능연구소장 등이 참석했다. 업계에서는 서준호 한국AI·로봇산업협회 사무국장, 윤석준 포스코DX 상무, 강성철 대동로보틱스 대표 등이 참석했다. 정부 측에서는 박태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과 권순목 산업통상부 산업인공지능정책과장이 함께했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고동진 의원은 개회사에서 “로봇기술과 인공지능이 결합해 현실을 직접 변화시키는 피지컬 AI라는 전환점에 서 있다”며 “이제 AI를 이해하지 못하면 산업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핵심은 기술을 어떻게 산업 현장에 적용해 실질적 가치로 연결하느냐”라며 “현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을 중국이 빠르게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산업 현장에 특화된 피지컬 인공지능(AI) 생태계를 구축하고 ‘돈 버는 AI 로봇 기업’이 나올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이 세계 1위의 로봇 밀도를 기록하면서도 정작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는 주도권을 쥔 국내 기업이 전무한 만큼, 실증 데이터 확보와 규제 혁신이 향후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진단이 잇따랐다.
발제를 맡은 최리군 현대차 로보틱스랩 상무는 “중국 로봇 기술이 앞서 있는 이유는 실제로 제품을 만들어 팔아보고 1년 뒤 어디가 고장 나는지 확인하는 대량 생산 경험을 축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반면 국내 스타트업들은 실제 제조 및 양산 경험이 부족해 제품 스펙과 품질 기준을 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 실증 경험의 결핍이 중국·미국 등과의 로봇 격차를 벌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로봇 구동 시 발생하는 발열 문제와 높은 총소유비용(TCO)이 도입을 가로막는 핵심 요인”이라며 “테슬라봇 등 글로벌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상용화까지는 추가적인 기술 성숙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현재 글로벌 로봇 시장 규모는 약 150조원 수준으로, 산업 확장을 위해서는 시장 ‘체급’을 키우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결국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가격과 실사용 가능한 기능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한국이 산업용 로봇 보급률에서는 세계 1위를 기록할 정도로 하드웨어 경쟁력을 갖췄지만, 핵심 소프트웨어 경쟁력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한국은 근로자 1만명당 산업용 로봇 밀도가 1220대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지만, 정작 로봇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박동일 한국기계연구원 첨단로봇연구센터장은 “과거부터 국내 제조업에서 로봇 활용도는 높았으나 글로벌 산업용 로봇 시장 점유율을 보면 국내 로봇 기업은 전혀 없다”며 “대부분 일본, 미국, 중국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서 국내 로봇 생태계를 확보해 나가는 게 시급하다”고 말하며 “AI 휴머노이드 경쟁이 본격화된 만큼 대규모 투자와 기술 융합을 통한 선점 전략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피지컬 AI 시대의 성패를 가를 핵심으로 현장 실증 데이터 확보와 ‘로봇건비(로봇과 인건비의 합성어)’ 절감을 꼽았다.
이규빈 GIST 인공지능연구소장은 “과거 선진국이 높은 인건비 때문에 제조 시설을 해외로 이전했지만, 앞으로는 값싼 로봇건비를 얼마나 잘 통제하느냐가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가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소장은 “만약 국내에서 테슬라형 사업을 시도했다면 자율운행 허용 제한이나 주행 영상 업로드 제약, 책임 규정 불명확 등으로 시장에서 퇴출당했을 것”이라며 “실제 산업 현장은 변수가 많아 로봇 작업 성공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병목이 존재하고 그 병목의 본질은 데이터이고, 규제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테슬라가 자사 차량을 출시해 주행 데이터를 모아 자율주행 시장을 주도하게 됐듯, 우리 기업이 AI 로봇 제품을 출시해 산업 현장에서 데이터를 축적하고 실제로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로봇 사업으로 돈을 많이 버는 기업이 생겨야 인재도 자연스럽게 몰리는 만큼, 인재 양성을 강조하기에 앞서 돈 버는 로봇 기업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구성하는 것이 먼저”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는 저렴한 ‘로봇 인건비’가 새로운 경쟁 기준이 될 것”이라며 “데이터 축적과 수익 모델 창출이 가능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초기 시장 창출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과 연구 규제 개선 요구도 이어졌다.
최 상무는 “로봇에도 보조금이 있으면 생태계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고, 지자체나 중앙정부에서 로봇을 직접 활용하면 국내 기업들이 수요처가 생겨 기술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시대에 맞지 않는 연구·개발(R&D) 관행이 로봇 기술 경쟁력을 약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미국과 중국은 핵심 분야에 수많은 연구자가 붙어서 같은 주제의 연구를 두고 경쟁하지만, 한국은 국가 R&D 기획 시 예산 중복을 막는다는 명목의 ‘중복성 검토’를 통해 동일 분야 연구를 배제하고 있어 선진국에 뒤처지고 있다”고 했다.
윤석준 포스코DX 상무는 피지컬 AI 확산을 위한 정책 과제로 ▲서비스 로봇 중심 규제 샌드박스 확대 ▲제조 인력의 로봇 운영·정비 인력 전환 ▲암묵지의 디지털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인정보·노동 이슈 대응 등을 제시했다.
정부도 로드맵을 공개했다. 권순목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인공지능정책과장은 “2028년 휴머노이드 양산을 목표로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며 “물류 현장 실증을 통해 데이터 확보와 기술 고도화를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참석자들은 피지컬 AI가 거스를 수 없는 산업 흐름이라는 데 공감하면서도, 기술·비용·제도 간 ‘삼중 격차’ 해소가 관건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 ▲데이터 활용을 가로막는 규제 개선 ▲산업 현장 중심 실증 확대가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강조됐다.
산업계 관계자는 “AI가 물리적 실체를 갖는 순간 산업 경쟁의 기준 자체가 바뀐다”며 “한국이 제조 강국에서 로봇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는 지금의 정책 선택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