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중규 Feb 11. 2021

임종석, 기본소득으로 이재명 공격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언급한 기본임금은 사실상 기본소득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국무총리가 기본소득을 이슈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비판하자, 거기에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까지 가세하며, 여권 대선 주자 지지율에서 독주 태세로 접어든 이재명을 향한 집단 공격이 점입가경이다. 



임 전 실장은 지난 8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낙연 대표는 명색이 우리가 속한 민주당의 대표다. ‘사대적 열패의식’이라는 이재명 지사의 반격은 비판이 아니라 비난으로 들린다. 지도자에게 철학과 비전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때론 말과 태도가 훨씬 중요하다”면서 "나는 여전히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가 지금 우리 현실에서 공정하고 정의롭냐는 문제의식을 떨칠 수가 없다"며 "한정된 재원을 어떻게 쓰는 것이 미래 세대에게 고통을 떠넘기지 않으면서 더 공정한 것일까"라고 되물었다. 


이에 대한 반격으로 이재명 지사가 지난 9일 페이스북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기본소득을 지지했다”고 밝히자, 임 전 실장은 10일 “교황이 제안한 것은 '기본소득'이 아니라 '기본임금'을 이야기 했다"고 재반박했다.

 

아마 임 전 비서실장 입장에선 이재명 지사를 공격하기 위해 이재명의 트레이드 마크인 '기본소득' 문제를 아킬레스건으로 보고 계속 치는 것 같다(https://www.facebook.com/myjsstory/posts/3717650968313796). 



그런데 임 전 비서실장은 인용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난 해 부활절 편지(https://www.facebook.com/myjsstory/posts/3717652361646990)부터 오독하고 있다.

      

그것은 내가 칼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황이 불러낸 사람들(https://brunch.co.kr/@mugeoul/3)>에서 이미 밝혔듯이, 교황이 차출한 '기본임금(basic wage)'이란 용어는 '기본소득(basic income)'과 내용상으론 사실상 동일한 것임을 이해하지 못한 주장인 것이다. 


'기본임금'이 '기본소득'과 동일한 것임은, 교황이 '기본임금'이 필요한 사람들로 불러낸 이들 가운데 가정주부, 병자, 노인, 노숙자, 중독자, 소농, 자영업자, 노점상 등과 같은 소위 '비노동자들'을, 이민자, 재활용수집자, 카니(carnies), 소규모 농민, 건설 노동자, 재봉사, 다양한 종류의 돌보미들, 고정적인 수입이 없는 일하는 사람들 등 통상적인 '노동자들'과 함께 언급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그러하다. 



내가 칼럼에서도 분석했지만, 교황이 굳이 '기본임금'이라 한 것은 '기본소득'은 불로소득이 아니라, 복음성경의 한 데나리온 이야기(마태 20,1~16)에서 이른 아침, 오전 9시, 12시, 오후 3시, 오후 5시에 각각 부른 일꾼들에게 품삯으로 모두 동일하게 한 데나리온만 준 것처럼, 인간이라면 누구나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권리 곧 존재 그 자체만으로 받아야 하는 당당한 대가임을 강조하기 위함일 것이다. 


교황의 주장은 오히려 인간을 생산성과 효용성으로만 판단하는 '노동만능주의' 시대를 향한 비판이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노동력 유무와는 무관하게 모든 사람은 누구나 '기본소득'을 보장 받아야 한다는 것이고, 더 나아가 이반 일리히가 언급한, 우리 사회에선 노동으로 인정 받지 못하는 '그림자 노동'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면서 그것의 가치를 드러내 주고 있는 것이다. 


'기본소득'에 대해 유달리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대한민국 정치권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빌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일론 머스크, 크리스 휴스, 샘 올트먼 같은 CEO들이 하나 같이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유를 새겨볼 필요가 있다. 결국 이번 논란 역시 정치인 임종석의 가벼운 처신이 드러난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면서 이번 논란에서 재확인된 것이 친문세력의 정치인 이재명에 대한 반감이다. 사실 친문세력의 이재명 반감의 뿌리는 깊다. 우선은 이재명은 노무현 정권 시절 친노와 각을 세웠던 정동영 사람이다. 두번째는 이재명이 만일 집권한다면 그를 반대했던 친문세력을 향해 정치 보복을 할 것이라는 두려움인데, 그것은 이재명의 예측불가 성품을 아는 까닭이다. 세번째는 이재명이 문재인 정권의 기반인 PK도 호남도 아니고 TK 출신이라는 점에 대한 거부감이다. 말하자면 친문들은 이재명이 왠지 까닭 없이 무조건 싫은 것이다.


이번 '기본소득' 관련 논란을 통해 친문세력과 '마지막 남은 비문 후보' 사이에 사생결단의 싸움이 시작되는 느낌이다. 하지만 정치인 이재명과의 싸움은 이제까지 다른 비문 후보들을 상대로 한 친문세력의 싸움과는 달리 쉽사리 결판이 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 이재명이 지닌 '잡초'에 버금가는 생존력 때문이다. 여권의 대권을 향한 이 경마레이스가 흥미진진한 이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