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지 겨우 두 달 지났을 뿐인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기사들이 부정적 여론조사 결과와 더불어 언론에 도배되고 있다.
물론 나는 아직도 친문세력에 장악되어 있는 KBS·MBC 같은 공영방송과 진보언론들에 주도되는 ‘여론조작 호들갑’이 어느 정도 주효하고 있다고 본다.
더 나아가 문재인 정권의 갈라치기 5년 정치 때문에 반쪽짜리 된 대한민국에서 당선된 대통령이니, 지지율에서 우선 50%는 접고 들어가는 태생적 한계도 있는 것이다.
거기에다 그 반쪽 국민은 지금도 대선에서 분패했다는 심사로 지난 지방선거에서 패배하고도 아직 대선 불복 상태에 머물러 있으니, 다가올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압도적으로 이겨 국회까지 장악하지 않는 한 그들은 대선 패배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김민석 민주당 의원이 자신도 모르게 속내를 드러냈듯이 윤석열 대통령이 망하기를 그래서 ‘탄핵’시키겠다는 황당한 망상을 품고서 이런저런 비민주적 반지성적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우리 국민은 5년짜리 대통령에게 너무 크고 많은 기대를 하는 것 같다. 5년 단임 기간에 대통령이란 어떤 존재인지 한번 살펴보자.
흔히 대한민국 대통령을 만기친람(萬機親覽)에 ‘제왕적’이라 비판하지만, 오히려 나는 ‘5년 단임제’의 이 5년이 겉으로만 제왕적으로 만들지 실은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그런 대통령만 낳고 있다고 본다.
5년이란 시간을 되짚어보라.
첫해는 정권인수 시기로 정신없이 보내고, 2년 차에 무엇을 해보려 하면 정부 각처를 비롯해 사회 곳곳에 박혀서 물러나지 않고 버티고 있는 앞선 정권 세력과 기득권 세력의 발호에 힘들어지고, 3년 차가 되면 이미 개혁은 그런 기득권 세력의 저항 앞에 물 건너간다.
그러면서 레임덕 시기가 시작되고, 별다른 실적을 거두지 못하고 실정만 눈앞에 드러나 있는 대통령은 퇴임 후 정치보복을 두려워하는 신세가 되어 불안에 쫓긴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그야말로 ‘준비된 대통령’이 아니고선 아무 것도 못하고 내려오는 무능한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는 처지인 것이다.
그래도 개혁 작업을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펼쳤던 YS와 DJ는 민주화투쟁을 하며 오랜 세월 준비했던, 거기에다 수십 년에 걸쳐 자신들을 따르는 계보(인재풀)를 지닌 보스였다.
앞으로 그런 대통령이 나올 가능성은 전혀 없다. 사실 5년 단임제를 이끌어낸 것도 그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들 뒤로 대통령들은 모두가 비극적 운명을 맞고 있는데, 그 이유가 나는 ‘5년 단임제’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요즘 어느 모임에 가더라도 거듭 주장하는 것이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어 최소한 장기적인 국정 플랜이라도 세우도록 하자’는 것이다.
거기에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바이든 미 대통령 방한 첫 일정이 평택 삼성반도체 공장을 이재용 부회장과 시찰하는 것이고, 빌 게이츠가 자신이 세운 차세대 원전 SMR 선도기업 ‘테라파워’에 투자하는 것을 SK 최태원 회장과 직접 체결한 것에서 보듯이, 과거 같으면 대통령이 나서야 할 국책 사업 수준의 일들을 재벌총수들이 하는 이런 대한민국은 이미 굴지의 재벌들(삼성 SK 현대 LG 롯데)에 의해 대한민국의 운명이 좌지우지되는 ‘재벌 과두제(寡頭制)’ 국가이다.
사실 이재용이란 삼성 CEO를 중심 매개로 한미 정상이 한 자리에 서는 모습은 너무나 예언적으로 내 가슴에 와 닿았다.
중국이 1972년 닉슨 방중과 1978년 등소평의 개방정책, 그리고 1979년 미중수교로 본격적인 경제발전에 나선 후 마침 우리가 그 중국 경제의 파트너가 되면서 대한민국의 외교 기조는 지난 40년간 ‘안미경중(安美經中)’ 곧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었다.
그런데 그 경제마저 파트너가 되자는 한미간 결의를, 그것도 삼성을 매개로 세워 ‘안미경미(安美經美)’ 해보자는 것이다.
미국이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서 이 정도로 경제성장해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대한민국에게 이것은 분명 새로운 도전, 그것도 피할 수 없는 도전이다.
동서고금을 보면 착취적이지만 않다면 식민지가 본토보다 더 융성하게 발전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식민지들이 그러했고, 로마제국의 변방 지역에서도 그런 경우가 없지 않았다. 심지어 미국 자체가 대영제국의 식민지로 독립 후 영국을 앞지르며 세계 패권국가가 되지 않았는가.
그렇게 대한민국은 사실상 ‘미합중국의 51번째 주(州)’가 되었다고 본다. 대한민국의 정치·경제·군사 측면이 70년 한미동맹으로 인해 미국화 되었을 뿐만이 아니라 국민들 역시 생활방식이 지금 바로 미국 본토에서 살아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미국화되었다. 거기에다 대한민국은 ‘미합중국 51개’ 주 가운데 질적으로 가장 우수한 최고의 우량주(優良州)이기도 하다. 그것은 그 구성원인 5천만 명의 대한민국 국민의 우수함 때문이다.
사실 나는 오래 전부터 진보진영에 있었기에, 반미까지는 아닐지라도 굳이 친미적이지도 않았기에 대한민국 정권들의 미국 편향을 자주적 차원에서 염려하면서 비판적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냉철히 국익(國益) 특히 민익(民益) 차원에서 살펴볼 때 대한민국의 이런 흐름이 결코 나쁘지 않고 오히려 우리에게 유익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게 되었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이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으면서까지 미국을 선택한 것을 ‘신의 한 수’라고 보고, 그래서 “대한민국은 사실상 미합중국의 51번째 주다”는 주장도 부정적이 아닌 긍정적으로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은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부처님 손바닥 위의 손오공’ 신세, 따라서 내가 어느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도(또한 어느 정당이 집권해도) 괜찮고 단지 잦은 정권교체로 정치권에 고인 물이 썩지 않도록 만하면 된다고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YS처럼 IMF 외환위기를 초래하거나, 문재인처럼 국가부채를 400조나 늘리거나 하는 그런 극단적 실정만 저지르지 않는다면, 또한 ‘도박꾼’처럼 보이는 이재명 같이 너무 위험한 대통령만 아니라면, 대한민국은 무난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정치인 윤석열을 정계 입문 때부터 ‘무난함’을 그의 장점으로 거듭 강조한 것도 그런 의미였다. 윤석열 대통령께 바라는 점도 문재인 정권으로 인해 비정상화된 사회를 정상화시켜달라는 것이다.
그를 지지하기로 선택하면서 ‘태종-세종’ 이야기를 자주했다. 우리 사회를 정상화시켜 재정립(사회의 재구조화)하는데 ‘조선 제1의 칼잡이’ 윤석열 검사를 ‘태종’ 역할을 할 가장 적합한 인물로 봤던 까닭이다. 그렇게 태종이 나서 우리 사회를 사전정지 작업하듯 정상화시킨 후, 그 바탕에서 대한민국의 제2의 경제 도약과 부흥이 이뤄지기를 바랬던 것이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이 ‘태종’ 역할에서 더 나아가 ‘세종’ 역할로 제2의 경제 도약과 부흥까지 일으키면 더욱 금상첨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