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을 오늘과 같은 괴물로 만든 요인 / 정중규

정치를 잘못 배운 청년 정치인

by 정중규

이른바 이준석 국민의힘 전 당대표의 기자회견이란 것을 보았다. 나는 그가 이 기자회견을 본인의 성상납 의혹을 해명하고 '눈물로' 그 '일'을 전국민들께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며 인간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새롭게 거듭나는 그런 기회로 삼기를 마지막까지 기대했었다.


하지만 역시 이준석다운 기자회견이었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내부총질' 나쁜 평소 습관대로 그 기자회견 이후에도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등 타인을 향한 저주와 조롱과 막말만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말하자면 가슴이 없는 청년, 잔머리와 가벼운 입술만으로 정치 하는, 전형적인 재승박덕 정치인 유시민처럼 '정치를 잘못 배운 정치인'의 예의 그 행태를 한치의 어긋남 없이 말 하나하나마다 단어 하나하나마다 어김없이 보여주고 있다. 다들 '충분히 예상했었기에 실망할 것도 없다'고 하는, 청년정치인 이준석의 민낯을 날마다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자해의 시간이다. 그래서 사람이 새롭게 태어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만큼 힘든 것이다.


이준석을 오늘과 같은 괴물로 만든 요인 중에 가장 큰 것을 나는 유승민계라는 정파의 독특한 집단 그 성격에 있다고 오래 전부터 보고 있다. 바른미래당으로 함께 하는 등 누구보다 유승민계를 지난 6년간 가까이서 지켜보았던 내 자신이기에 그러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치뤄진 2017년 대선에서 안철수-국민의당은 집권에 도전했지만 문재인-민주당에 밀려 그 꿈은 좌절된다. 그것은 유승민-바른정당도 마찬가지였다.


대선 패배 후 정치인 안철수는 나를 포함한 국민의당 사람들과 새로운 정치실험에 나선다. 곧 영호남 정치권의 통합을 통한 새로운 제3세력 규합이었다. 국민의당이 혁신 호남당이었다면, 당시 여당에서 떨어져 나와 있었던 바른정당은 혁신 영남당으로 불렸다. 두 당은 운명적으로 상호간 끌리게 되었고, 합당을 추진하게 된다.


평소 영호남 지역감정 극복을 정치하는 이유 중의 하나로 삼고 있었던 나는 당연히 그 작업에 앞장 서게 되었다. 두 당이 합쳐 혁신 영호남 정당으로 새롭게 탄생한다면 대한민국 정치권에서 명실상부한 제3세력의 국민통합 정당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그 작업은 국민의당 주축인 호남정치인들의 반대로 합당을 추진하기도 전부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합당 반대에 가장 앞장 선 정치인이 이미 대선 때부터 안철수-국민의당에게서 마음이 떠나 있었던 정치인 박지원이었다(그는 대선 때 안철수-유승민 등 보수 후보 단일화도 반대했었다). 합당 과정은 국민의당 내부의 반발로 무척 힘들었고, 결국 합당되기 전에 박지원을 중심으로 한 일부 호남세력이 탈당해버려 시작도 하기 전에 합당 효과는 반감될 지경이었다.


나는 처음에 그 유승민계에 기대하는 바가 컸었다. 계파 수장 정치인 유승민보다 그 계파에 속해있는 정병국 이혜훈 오신환 박인숙 등 의원 개개인에 대한 호감이 있었다. 그들이 열린 마음으로 아직 국민의당에 남아있는 호남정치세력과 화학적 결합을 한다면 영호남 통합정치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것이라는 희망이 보였었다.


하지만 바른미래당으로 출범하고 난 뒤 나의 기대는 말그대로 꿈이었음이 드러났다. 이른바 유승민계는 상상 이상으로 군대조직과 비슷하게 폐쇄적이었고 보수정파로는 드물게 타계파와의 융합이 불가능할 정도로 독선적이라 확장력도 없었고, 그들의 유일한 목표는 오로지 자신들끼리 똘똘 뭉쳐 '유승민 대통령 만드는 것' 뿐인 듯 보였다.


거기에다 안철수 대표의 독일행 이후 바른미래당은 융합은커녕 노골화한 영호남 계파 사이의 갈등으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마침 새롭게 등장한 손학규계와 유승민계 사이에 무주공산 바른미래당을 장악하려는 기싸움이 치열했다.


손학규쪽은 박지원-손학규 묵계에 따라 바른미래당을 도로호남당으로 만들려 했었고(나는 그 의도를 일찍이 눈치챘었기에 '안철수 자산'을 지키려, 정치인 김영환을 삼고초려해 바른미래당대표 선거에서 손학규 대항마 후보로 추대했었다), 유승민계는 안철수 없는 당을 자신들의 당으로 만들려 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기싸움에선 당권을 쥐고 있던 손학규계가 유리했는지, 못 견딘 유승민계는 본래 자리(미래통합당-국민의힘)로 되돌아갔고, 손학규계는 결국 바른미래당을 끌고 박지원-손학규 묵계대로 호남정치세력에 합류해 도로호남당 민생당이 되었다(물론 총선에서 폭망했지만).


총선을 통해 전열을 재정비한 유승민계는 국민의힘 안에서 다시 2022년 대선에서의 '유승민 대통령 만들기'를 추진하게 된다. 그런 그들 나름 시나리오 곧 "당권을 먼저 잡은 뒤 대권을 노린다"는 로드맵을 갖고서 유승민계의 기린아 이준석을 당대표로 만드는데 기적 같이(사실은 당대표 선거에서 비당원 대상으로 하는 국민여론조사를 반영하기로 해 민주당 지지층의 역선택 작업이 가능해져서, 당심에서는 나경원 후보에게 뒤졌지만, 여론조사에서 이겨 극적으로 당대표가 된 것이다) 성공하자, '유승민 대통령 만들기'도 더욱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며 유승민계의 꿈도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거기 뜻밖에도 윤석열이란 돌발요인이 생겼던 것이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관심은 온통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로 모아졌고, 특히 그가 국민 여망에 부응해 정계진출과 대선 출마 선언하자 그 지지 열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유승민 대통령 만들기'를 준비하고 있던 유승민계, 특히 이준석 당대표로서는 곤혹스런 상황 전개였다. 윤석열이란 존재를 어떻게 관리해서 '유승민 대통령 만들기'라는 토끼를 잡는데 조연배우로 유용(토사)하고, 주저 앉히느냐(구팽)는 문제로 이준석 당대표가 골몰하게 된 이유였다.


그런데 정치 신인 아마추어로만 봤던 윤석열이 생각보다 만만치가 않아 관리가 용이하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유승민 대통령 만들기' 그 길에 걸림돌이 될 정도로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걸어나가며 확고하게 자리를 만들어 가니, 그때부터 이준석의 윤석열 해꼬지(소위 내부총질)가 시작된 것이다.


그때 정치인 윤석열이 국민의힘 당으로 조기 입당해 대선을 준비할 것인가, 제3지대에 머물고 있다 대선에 임박해 입당해 대권을 잡을 것인가 의견이 분분했었는데, 다들 '제3지대에서 대권을 노려보라' 했지만, 나는 "이번 대선은 제3지대가 없는 거대 양당간 보수-진보 진영대결이 될 것이니, 리스크가 있을지라도 '호랑이 잡으려 호랑이굴에 들어간다'는 각오로 국민의힘에 조기 입당해 내부 투쟁 끝에 본선 티겟을 따 내라"고 거듭 주장했었다.


물론 당시 이준석 당대표가 정치인 윤석열에게 조기 입당을 권하고 촉구한 것이 그에게 대선가도의 평탄한 길을 닦아주고 열어주려는 것이 아니라, 당 울타리 안에 집어넣어 고사시키려는 속셈인 것은 삼척동자도 눈치챌 수 있는 것이었지만, 나는 그럴지라도 그가 위험을 감수하는 도전에 나서기를 바랬었다.

그런 의도로 이준석 당대표는 자신의 시나리오에 따라 "경선 버스에 며칠까지 올라 타라" 했건만, 그런 당대표의 '지시'를 무시하고 본인 뜻대로 국민의힘에 기습 입당하는 등, 한마디로 이준석 입장에선 쉽게 관리할 수 있다고 봤던 정치인 윤석열이 결코 만만치가 않았던 것이다.


당내 경선에서 이준석 당대표는 '주연' 유승민 후보 곁의 '조연'으로 윤석열 후보를 세우려 했건만, 오히려 당심을 얻지 못한 유승민 후보가 주연은커녕 먼저 밀려나 버렸다. 또한 가능한 윤석열 후보에게 불리하도록 만들었던 '경선 룰' 그 불리함조차 이겨내고, 심지어 "저거 곧 정리된다"까지 예언 했던 이준석의 바램과는 달리 홍준표 후보마저 꺾고 본선 후보가 되자 "윤석열이 되면 지구를 떠나겠다"했던 이준석의 심정은 곤란함으로 굉장히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민주주의의 요체가 결과에 대한 승복인데, 그 결과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니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그래도 워낙 선거운동 같은 기획을 좋아하는 이준석 당대표였기에 윤석열 후보와 함께 대선운동에 열성을 다했지만, '유승민 대통령 만들기 훼방꾼 윤석열 후보' 향한 이준석의 심리는 자신도 컨트롤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했기에 그 유명한 '두 번에 걸친 이준석 가출 사건'과 '두 번에 걸친 윤석열 포용 사건'도 있었던 것이다.


대선 과정에서도 당대표가 대선후보를 틈만나면 조롱하고 저격하는 일이 잦았고, 심지어는 대선의 주연이어야할 대선후보를 제껴놓고 당대표가 주연 행세를 하려드는 황당한 일들도 다반사였다. '이준석 당대표는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 되는 것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는 것인가' 의구심 들게 하는 순간들도 없지 않았을 정도였다. 그러다보니 대선후보와 당대표 사이의 케미가 온전치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오늘의 이런 곤란지경에 처한 이준석이란 청년 정치인의 상황은 유승민계가 자초한 것이고, 그동안 거듭거듭 유승민계 정치인들 향해 "이준석을 진정으로 아끼고 큰 정치인으로 키우고 싶다면 기이할 정도로 폐쇄적인 유승민계파에서 풀어주라"고 했던 것이다.


지금이라도 이준석이 '계파 수장을 반드시 대통령으로 만들고 말겠다'는 그 짐을 벗어던질 수만 있다면, 청년 정치인다움을 다시 회복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나는 보고 있다. 그러러면 유승민계 정치인들(유승민은 물론이고 하태경 김웅 등등)의 이준석을 버릇 없게 만든 '묻지마 편듬'도 자제해야 할 것이다.


물론 나는 청년정치인은 어느 누구라도 모두 아끼는 심정에서 권고하지만, 청년 정치인 이준석이 마치 주식투자에서의 단타매매하듯 하는 즉발적 싸움닭 정치에서 벗어나, 깊은 호흡으로 보다 멀리 보며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그런 큰 정치인으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정치인에게 죽음은 죽음이 아니고, 물러남도 패배는 아님을 청년정치인 이준석은 이 순간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그가 습관처럼 굳어버린 즉발적 반응하는 이른바 싸움닭처럼 된 것에는 물러남을 죽음과 같은 돌이킬 수 없는 패배로 여기는 두려움이 있어서일 것이다.


하지만 수없이 패배하고 좌절 겪었지만 가장 위대한 정치인으로 남은 링컨 대통령을 보라. 우리의 경우도 노무현 대통령, 그는 대통령이 되기 전 자진해서 지역감정 타파를 위해 죽음의 자리로 내려가 수 차례 패배를 처절하게 겪었고, 그것이 노사모를 부르며 청와대 입성까지 가는 기적을 낳았다. DJ도 YS도 그런 십자가의 고난과 죽음과 부활 그 과정을 통과했다. 정치인에게 죽음은 결코 죽음이 아닌 것이다.


사실 이번 사태도 그가 스스로 자신을 죽이는 길을 택했다면 전혀 다른 결과를 낳았을 것이니, 그래서 안타까운 것이다. 곧 성상납 의혹이 제기되었을 때, 부인만 하거나 증거인멸까지 하며 덮으려 할 것이 아니라, 비록 힘들지라도 솔직히 인정하고 오히려 대국민 기자회견으로 용서를 구하며 사과했더라면, 사과하는 자에겐 한없이 너그러운 국민들은 가슴으로 품어주었을 것이다. 그것 역시 죽음과 부활의 과정으로 그렇게 하여 사람은 거듭나는 것이다.


한편 보수정파로는 특이하게 타정파하고의 융합이 쉽지 않는 유승민계, 그 독특한 개성을 도저히 버릴 수 없다면 유승민계만의 정당을 만드는 것도 좋을 것이고, 사실 그 길이 최선이라고 보기에 신당 창당을 권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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