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TBS 정상화를 촉구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서울시의회 소속의 이종배 의원이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지금까지 꾸준히 제기되어온 TBS의 정치 편향성을 지적하고, 앞서 여당 시의원들이 주축이 돼 발의한 TBS의 지원폐지 조례에 힘을 싣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재 추진 중인 MBC 대표이사 교체시도부터 이번 TBS의 개혁에 이르기까지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 길들이기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TBS 개혁을 둘러싼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TBS는 공영방송이라 할 수 없다”는 국민의힘
이날 서울시의회 제1대 회의실에서 열린 ‘TBS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제목의 토론회에선 TBS에 대한 날 선 비판이 이어졌다.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국민의힘 이종배 서울시의원은 “지난 지방선거를 통해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불공정 편파방송을 더는 들을 수 없다는 시민들의 절규를 들었다”며 “TBS는 그동안 차마 공영방송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저널리즘의 원칙을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TBS에서) 허위 왜곡 방송이 비일비재했고 인권침해 사회 혼란을 일으키는 방송이 계속됐음에도 자정작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TBS 개혁 주장의 시발점이 된 진보 성향 언론인 김어준씨의 뉴스공장에 대판 비판도 이어졌다. 황우섭 미디어연대상임대표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높은 청취율 1위로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선전하지만 사실 통계를 분석해보면 1일 약 4만5382명이 듣는 수준으로 초라한 성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어준씨는 내곡동 땅 의혹이 제기된 후 재보궐선거 기간 내내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에게 내곡동 땅과 엘시티 등 일방적인 의혹들을 부풀리고 선동했다”며 “세금이 들어가는 공영미디어가 특정 진영의 편을 드는 선거방송의 피해는 오롯이 국민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김어준씨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 공개 지지 선언은 선거방송의 공정성을 훼손한 중대사건이라고 비판했다.
김씨는 지난해 10월2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재명 후보는 혼자서 여기까지 온 사람이다. 돈, 줄, 백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않고 자기 실력으로 돌파하는 길을 가는 사람은 어렵고 외롭다. 그러니까 당신들이 도와줘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사실상 특정후보를 공개 지지한 것이다.
하지만 개인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한 언급을 TBS의 불공정과 연결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일각의 견해도 있다.
최철호 공정언론국민연대 공동대표는 뉴스공장의 논란거리를 하나하나 나열하며 실태를 알렸다. 그는 지난달 20일 김어준씨가 김건희 여사가 엘리자베스 여왕의 장례식에서 쓴 모자에 대해 “영국 로열 장례식에 전통이 있어요. 로열패밀리의 여성들만 망사를 쓰는 겁니다. 다른 나라 여성들을 보면 검은 모자를 써도 베일을 안 해요”라고 말한 것을 비판했다.
당일 참석자 중 프랑스·브라질 대통령 부인, 캐나다 총리 부인, 영국 전 총리 부인 등 다수 여성들이 베일이 달린 모자를 착용했는데 공영방송 김씨가 유독 김 여사만 외교 결례를 범한 것처럼 ‘가짜뉴스’를 퍼뜨려 방송심의 기준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박준식 자유언론국민연합 사무총장은 “TBS는 지난 4.7 재보선과 6.1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기간 중 지나치게 불공정하고 편파적인 뉴스를 방송해 공정성과 균형성에 대해 국민들의 분노를 야기했다”며 “TBS 시사보도 방송의 방송법 위반 시정과 뉴스공장 등 시사프로그램을 폐지, 축소하고 교통 및 생활 전문방송으로 특화해야한다”고 분석했다.
◆MBC와 함께 尹정부 방송개혁 타깃 된 TBS
이날 토론회는 오는 21일 서울시의회 정기회 개회를 앞두고 진행됐다. 현재 국민의힘 서울시의회 의원들은 ‘TBS(교통방송) 지원 중단’ 조례안을 발의하고 이를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또 국민의힘 측은 TBS가 지난 집중호우 사태에도 재난방송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서울시에 감사를 청구하는 등 압박을 이어오고 있다.
서울시의 조례안은 서울시의회 재적 의원 과반수 이상의 출석에 과반수 이상이 찬성하면 본회의를 통과한다. 현재 서울시의회 전체 112석 중 76석을 차지한 국민의힘 의원들 만으로도 정기회기 중에 조례안 처리가 가능한 상황이다.
최근들어 MBC를 비롯해 TBS 등 공영방송에 대한 변화 요구가 보수권을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본격적인 공영방송 개혁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에 참석했다가 언급한 이 비속어 논란으로 연일 MBC는 공격을 받는 중이다.
정부와 여당은 MBC에 대해 그간 불편한 시각을 보였다. 정부는 MBC를 비롯한 공영방송에 대해 정상화라는 명분으로 고발 및 임직원 해임을 압박해왔다. 이미 국민의힘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MBC와 TBS에 대해 ‘봐주기 심의’를 하고 있다며 정연주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 6명과 직원들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정부와 여당은 MBC와 TBS 등이 윤 대통령에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친 야당 성향을 보인다고 판단하고 왔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10월 한 토론회에서 KBS·MBC를 겨냥해 “정권 바뀌면 바깥사람들이 딱 들어와서 그야말로 점령군처럼 싹 몰아내는 게 과연 언론사냐. 공영방송이 편향돼 있다면 정말 민영화가 답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 개혁이 집권여당의 성향과 맞지 않은 언론에 대한 ‘재갈 물리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방송통신위원회의 한 위원은 “모든 것은 순리로 가야 한다. TBS의 경우 지원 중단이라는 극단적인 대책이 아니라 진행자인 김어준씨의 교체 카드나 프로그램 개편으로 가면 되는데, 현재 MBC도 마찬가지고 임기가 남아 있는 이사와 대표를 쫓아내지 못하니 언론에 재갈 물리기식 해법으로 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정부와 국민의힘은 MBC 박성제 사장을 비롯해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진 교체를 바라고 있는데, 9명의 방문진 이사회 중 6명이 친야권 성향이다. 권태선 이사장이 이끄는 방문진 이사회의 임기는 2024년 8월까지로 현 여당이 바라는 즉각적인 경영진 교체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