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 10명 중 4명은 정치적 성향이 다른 사람과는 식사·술자리를 함께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 성향이 다르면 본인이나 자녀의 결혼이 불편하다는 답도 43%에 달했다. 조선일보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2월 26~27일 10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신년 특집 여론조사 결과다. 선거 때 수면 위로 드러났던 정치적 양극화가 우리 일상까지 지배하며 국가적 리스크로 떠올랐다.
정부의 코로나 방역 대응과 관련해선 ‘잘한다’는 응답이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10명 중 9명이었던 반면, 민주당 지지층에선 10명 중 3명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초 문재인 정부 때 조사 결과(국민의힘 지지층 24%, 민주당 지지층 84%)와는 정반대다. 정권이 ‘내 편’이냐 아니냐에 따라 정치와 무관한 정책 평가까지 극과 극을 달린다. 하나의 나라에 사실상 두 개의 국민이 살고 있는 셈이다. 일부 정치인들이 정파 이익을 위해 정치적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 3명 중 2명(67.3%)은 ‘우리 사회의 정치적 갈등이 공동체를 불안 또는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정치 양극화 논리에 갇히면 다른 진영 사람들을 ‘경쟁자’가 아닌 ‘적’으로 본다. 지지 정당이 다르다는 이유로 싫어하고 불신하고, 혐오하고 나아가 도덕적으로 사악한 사람들로 본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나와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은 국가 이익보다 자신들의 이익에 더 관심이 많다’고 답한 비율이 65%에 달했다.
양극화는 전통적으로 경제 영역의 문제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지금은 정치 영역의 양극화가 이에 못지않게 우리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승자 독식 정치 체제의 폐해가 누적된 데다 ‘조국 사태’ 등이 기름을 부은 결과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지지 정당이 다른 사람이 불편하다는 답은 40%가 넘었다. 고향·성별·세대나 경제적 지위가 다른 사람들이 불편하다는 답은 20%대 이하였다. 지역 갈등, 남녀 갈등, 세대 갈등, 빈부 갈등보다 정치 이념 갈등이 더 심각하다는 얘기다.
[하나의 나라, 두쪽 난 국민] [1] 정치적 성향에 따라 정책도 ‘묻지마 찬반’
민주 지지층, 정권 바뀌자 “방역 잘한다” 84%→33%
정치 성향에 따라 개별 정책에 대한 찬반 입장이나 긍정·부정 평가도 극명하게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특별법’과 ‘국민연금 개혁’은 여야가 취지에 공감한 대표적인 두 가지 정책인데 국민의힘 지지층은 과반이 찬성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반대가 절반을 넘었다. 전문가들은 “정책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하는 게 아니라,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야당이 반대하니 진영 논리에 따라 지지자들이 동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코로나 방역 대응’에 대한 평가도 지지하는 정당이 집권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평가가 1년 사이에 180도 바뀌는 양상을 보였다.
조선일보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신년 특집 여론조사를 보면, ‘반도체 특별법’에 대한 찬반은 각각 51.8%와 31.4%였다. 응답자를 지지 정당별로 나눠 보면 찬반이 극단적으로 갈린 두 결과가 나온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찬성 76.1%, 반대 12.6%로 ‘압도적 찬성’, 민주당 지지자들은 찬성 27.2%, 반대 56.2%로 ‘압도적 반대’다. 반도체 특별법은 민주당 출신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국민의힘 반도체특위’ 위원장 자격으로 대표 발의한 법안으로, 경쟁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반도체에 행정·세제 지원을 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법안은 문재인 정부 때부터 민주당이 주도해서 만든 반도체 지원법과 취지가 같고 지원을 좀 더 보완·강화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재벌 특혜’ ‘지방 차별’ 등을 명분으로 내세워 반대하면서 초안보다 대폭 후퇴한 법안이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3·9 대선 때 여야 후보 모두가 동의한 ‘국민연금 개혁’을 두고도 여야 지지자들의 찬반이 갈렸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찬성은 36.2%, 반대는 56.1%인데,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에서는 찬성이 52.1%로 반대(41.5%)보다 10.6%포인트 높았다. 민주당 지지층은 반대가 69.8%로 찬성(25.4%)보다 44.4%포인트 높았다. 국민연금은 ‘더 내고 덜 받는’ 형태로 개혁하지 않으면 2057년쯤 고갈될 것이라는 예측이 이미 나와 있다. 여야도 이런 취지에 공감해 국민연금 등 4대 공적 연금 개혁을 위한 국회 연금개혁특위를 지난 7월 구성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연금을 노동·교육과 함께 ‘3대 개혁’ 과제로 선정해 추진에 나서자 호응하기보다 관망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지지층 70%가량이 국민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데는 민주당의 이 같은 태도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코로나 방역 대응을 둘러싼 여야 지지자들의 평가는 정권이 교체된 1년 사이에 정반대로 바뀌었다. 지난 12월 26~27일 실시된 케이스탯리서치 조사에서 정부의 코로나 방역 대응에 대해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긍정과 부정 평가는 각각 87.6%와 10%였고, 민주당 지지자들의 긍정과 부정 평가는 각각 32.9%와 61.4%였다.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해 1월 실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당시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긍정과 부정 평가는 각각 24%와 63%였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긍정과 부정 평가는 각각 84%와 13%였다. 지난해 5월 10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방역 정책의 근본적 변화는 없었지만, 여야 지지자들의 평가는 극단적으로 뒤바뀐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나와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들은 국가의 이익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에 더 관심이 많다’는 의견에 ‘공감한다’는 응답자는 64.3%로 나타났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29.5%였다. 이 의견에 공감한다는 응답은 보수와 진보 성향이 각각 66.7%와 71.1%로, 중도 성향(56.6%)보다 높게 나타났다. 3명 가운데 2명꼴로 자기와 정치적 입장이 다른 상대 진영을 ‘사익을 우선하는 사람들과 집단’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의 나라, 두쪽 난 국민] [1] 가족·친구도 이념따라 갈라져
조국 입시비리 얘기 나오자... 성탄 가족모임, 40분만에 깨졌다
증권사에 다니는 최모(43)씨는 재작년 크리스마스 때 두 살 많은 누나네 가족을 집으로 초대해 가족 모임을 했다. 5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면서 모처럼 가족끼리 시간을 보내자는 취지였다. 후식으로 슈톨렌(독일식 빵)과 와인을 준비한 저녁 모임은 밥을 먹다 말고 40분 만에 끝났다.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이 화제에 올랐기 때문이다. 최씨는 “나는 혐의에 대해 팩트(fact)를 말하는데 누나는 ‘착하고 정의로운 사람(조 전 장관)을 정치 검찰이 괴롭힌다’고 하기에 ‘수험생 학부모가 어떻게 그런 순진한 소리를 하느냐’고 하다가 싸움이 됐다”고 했다.
조선일보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10명 중 4명(39.1%)이 ‘3~4년 내 정치적 성향으로 가족·친구와 불편함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나이별로는 40대와 60대에서 45.8%로 높았고, 성별로는 남성(36.2%)보다 여성(41.9%)에서 불편을 경험한 비율이 높았다. 경남 지역의 한 초등학교 동문회는 매년 개최하던 송년회를 지난해 일주일 앞두고 취소했다. ‘동문회 채팅방에서는 정치적 의견 표명을 자제한다’는 룰이 있지만 일부 동문들이 대장동 사건과 관련된 친야(親野) 성향 동영상을 이틀에 한 번꼴로 올리자 “그만해라” “네가 뭔데 이런 말도 못 하게 하느냐”며 동문 간 싸움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가족, 친구를 멀어지게 하는 정치 논쟁을 피하는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출판사에 다니는 김모(41)씨는 가족 모임에서 정치 이야기가 나오면 속으로 열을 세고 화제를 돌린다. 김씨만의 ‘10초 룰’이다. 김씨는 “10년 전 무상급식이 이슈였을 때 형과 싸우고 2년간 말도 하지 않고 지낸 적이 있었다”며 “형은 안 바뀌는 것 같으니 내가 대화를 피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학원생 김현진(25)씨는 소개팅에서 남성을 만나면 어떤 유튜브 채널을 좋아하는지부터 묻는다. 정치 성향 ‘필터’인 셈이다. 김씨는 “강경 보수 유튜브 채널을 즐겨 보는 남자를 만난 적이 있는데, 종교적 차이는 이해해도 정치적 차이는 극복할 방법이 없더라”고 했다.
[하나의 나라, 두쪽 난 국민] [1] 젠더·세대 갈등보다 더 심각한 이념 격차
20대 절반 “지지정당 다른 사람과는 연애도 결혼도 힘들어”
조선일보‧케이스탯리서치가 실시한 신년 기획 여론조사에서 국민들 간 정치적 입장 차이, 즉 이념 갈등이 커서 사회가 불안하거나 위험한 수준이란 응답이 70%가량에 달했다. 하지만 갈등의 해결을 위해 필수적인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과의 교류는 활발하지 않았다. 국민의 절반가량은 정치적 성향이 다른 사람과 ‘식사 또는 술자리가 불편하다’고 했고, ‘본인 결혼이나 자녀 결혼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여야(與野) 지지층 간 정서적 거리감이 결코 작지 않다는 조사 결과다.
전국 18세 이상 1022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우리 사회의 이념 갈등에 대한 견해 중 어떤 주장에 가장 공감이 가는가’란 질문에 ‘국민들의 정치적 입장 차이가 다소 커서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가 48.8%, ‘국민들의 정치적 입장 차이가 너무 커서 사회에 위험한 수준이다’는 18.5%였다. 우리 사회의 이념 갈등이 심각하다는 견해가 67.3%란 것이다. 반면 국민들의 정치적 입장 차이가 ‘거의 없다’(2.7%) 또는 ‘문제될 정도는 아니다’(24.7%) 등 이념 갈등이 심각하지 않다는 의견은 27.4%에 그쳤다. 이념 갈등이 심각하다는 응답은 보수층(72.2%)과 진보층(70.7%) 모두 70% 이상이었고 중도층도 67.9%에 달했다.
이 조사에선 ‘정치적인 성향이 다른 사람과 식사 또는 술자리가 불편하다’는 응답이 40.7%로 절반에 육박했다. ‘정치적 성향이 다른 사람과 본인 또는 자녀의 결혼’에 대해서도 ‘불편하다’가 43.6%였다. 지지 정당이 다른 사람과 결혼 관계를 맺는 게 ‘불편하다’는 응답은 여야 지지층 모두 각각 44.5%와 47.9%로 비슷했다. 성별로는 남성(36.9%)보다 여성(50.2%)이 더 높았다. 연령별로는 20대(49.3%)에서 가장 높았고 70대 이상(33.3%)에서 가장 낮았다. 전문가들은 “미국에선 지지 정당이 같으면 데이트 상대나 배우자를 선택할 때 매력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우리도 정치 성향이 가족과 교우 관계에 점차 영향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응답자들은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을 성(性), 고향, 세대, 경제적 지위 등이 다른 사람에 비해 평소에 가장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부문별로 불편한 상대를 물어본 항목에서 ‘고향이 다른 사람’ 7.1%, ‘성별이 다른 사람’ 16.8%, ‘세대가 다른 사람’ 21.5%, ‘경제적 지위 다른 사람’ 26.7% 등에 비해 ‘지지 정당이 다른 사람’이 불편하다는 응답이 40.3%로 가장 높았다.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과의 갈등이 성, 지역, 세대, 경제 계층 간 갈등보다 더 심하다는 것이다.
최근 여야 지지층이 각자의 ‘진영 논리’가 강해지면서 서로 합리적인 토론이 어려워지는 것은 이처럼 지지 정당이 다른 집단을 불편해하고 동질적인 집단 내 교류만 늘어나는 것의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유유상종’이 심해질수록 어떤 의견의 타당성보다는 ‘어느 편이냐’는 소속감이 더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은 “정치·사회 이슈의 대화 상대가 평소 입장이 같은 사람에 집중되고 있다”며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과의 대화와 교류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이념 갈등의 완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2월 26~27일 휴대전화 가상 번호를 사용한 전화 면접원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은 2022년 11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 성별·연령별·지역별로 인구 비례 할당 후 가중치를 부여해 추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1.7%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3월 3~5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은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냐’는 질문에 89%가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지지자들의 긍정 평가는 4%에 불과했다. 여야 지지층 간 국정수행 지지율 격차가 85%포인트까지 벌어진 것이다. 이는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박준 한국행정연구원 국정데이터조사센터 소장은 “오로지 기준이 ‘내 편이냐 아니냐’임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정치 양극화’가 극에 달했다는 위험 신호”라고 했다.
행정연구원 분석을 보면, 대통령 지지율 조사(갤럽 기준)가 시작된 1991년 이래로 여야 지지자들 간 대통령 국정운영의 긍정 평가 비율 차이는 꾸준히 증가했다. 정부별로 격차가 가장 컸던 시점을 보면, 김영삼 정부 39%포인트(1994년 8월 4주), 김대중 정부 48%포인트(1998년 7월 4주), 노무현 정부 62%포인트(2007년 4월 1주), 이명박 정부 64%포인트(2009년 12월 4주), 박근혜 정부 75%포인트(2016년 3월 1주), 문재인 정부 85%포인트(2020년 3월 1주)로 점점 커졌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는 낮은 대통령 지지율 때문에 여야 지지층의 격차가 줄어드는 ‘착시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최근 다시 벌어지는 추세다.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해 5월 2주 조사(5월 10~12일) 당시 여야 지지자 간 대통령 지지율 격차는 60%포인트(여 82, 야 22)였는데, 8~9월 사이엔 여당 지지자의 대통령 지지율이 크게 하락하면서 지지율 격차가 50%포인트 안팎으로 감소하기도 했다.
야당 지지자의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5~6월 10%포인트대였다가 7월부터 한 자릿수에 그쳤다. 10월 3주 조사 당시 민주당 지지자의 윤 대통령 국정 운영의 긍정 평가는 2%였다. 이는 문재인 정부 때 국민의힘 지지층의 최저 문 대통령 지지율(4%)보다도 낮다. 국민의힘 지지자의 대통령 지지율이 오르면서, 12월 3주(12월 13~15일) 지지율 격차는 71%포인트(여 78, 야 7)로 벌어졌다. 박 소장은 “요 몇 년 새 한국 유권자들의 정치 양극화는 민주화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하나의 나라, 두쪽 난 국민] [1] 국회도 갈수록 ‘정치 분단’ 심화
사라지는 여야 법안 공동발의… 지난달 5%뿐
사회적 갈등을 조정해야 할 국회는 갈수록 ‘정치적 분단’의 현장이 되고 있다. 지난달 여야 의원은 총 605건의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중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함께 발의한 경우는 32건(5.2%)이었다. 대부분은 상대 당 의원 1명이 이름을 올린 경우이고, 다른 당 의원이 2명 이상 참여한 법률안은 5건(0.8%)에 불과했다. 국민의힘 의원실 한 보좌관은 “예전에는 한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한 여야 의원들이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상의해 공동으로 법안을 발의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갈수록 그런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
국회 상임위 풍경도 달라졌다. 같은 위원회인 경우 여야 의원이 정책을 놓고 싸우다가도 회의가 끝나면 함께 밥 먹고 토론했지만 요즘에는 회식은커녕 지방으로 함께 국정감사를 가도 여야가 따로 밥을 먹는 일이 더 많아졌다. 한 중진 의원은 “예전에는 당이 달라도 상(喪)을 당하면 찾아가 위로하고 챙기는 문화가 있었는데 요즘엔 그런 문화가 사라졌다”며 “최근 한 의원의 상갓집에 상대 당 의원이 10명 조금 안 되게 왔는데 그 자리에서 ‘많이 왔다’는 말이 나왔다”고 했다.
상대 당 의원과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가 강성 지지층의 항의를 받고 내린 경우도 있다. 지난해 11월 국회에선 22년 만에 여야 의원 친선 축구 대회가 열렸다. 정견의 차이를 넘어 소통하자는 취지였지만 일부 야당 의원은 소셜미디어에 행사 사진을 올렸다가 ‘홍역’을 치렀다. 일부 극성 지지자들로부터 “여당으로 꺼져라” “집에 가서 축구나 해라”라는 비난 문자메시지와 전화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당 의원과 웃으며 찍은 사진은 소셜미디어에 올리지 않는 게 국룰(일반적 규칙)”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