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돈의 제헌국회 이야기 '오늘이 온다' 출판기념회

자유기업원 열림홀

by 정중규

마라토너 권기돈의 제헌국회 이야기

[오늘이 온다] 출판기념회

2023.5.4. 오후5시. 자유기업원 열림홀

- 그 어떤 것보다 미국의 건국의 아버지들(Founding Fathers)에 비견될 수 있을 대한민국의 건국의 아버지들을 이 시대에 온전히 되살릴 공간이 마련되었다는 점이 감동적이다. 그것은 역사의 치유와 화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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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국회 회의록 속 이승만 대통령, 한국의 생존 위해 미국에 할말은 해” ‘오늘이 온다’ 펴낸 권기돈 박사 “70년 넘은 당시 회의록 읽어보면 대한민국 건국 과정 자세히 보여”


“제헌국회 회의록은 대한민국이 태어나는 과정을 미시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사료입니다. 건국사를 제대로 쓰기 위해선 회의록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최근 제헌국회 회의록을 분석한 책 ‘오늘이 온다’(소명출판·사진)를 펴낸 권기돈 씨(60)는 이렇게 말했다. 책을 펴낸 건 한국 사회에서 정치적 논쟁의 근거 자체가 틀린 경우가 많은 걸 목격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권 씨는 “행정부와 사법부가 구성되기도 전 세워진 제헌국회는 대한민국의 뼈대와 근육을 만든 최초의 국가기관”이라며 “제헌국회를 구성한 5·10 총선거가 열린 지 75주년을 맞아 제헌국회 회의록을 읽으며 대한민국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매디슨 위스콘신대에서 사회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했다. 그는 신간에서 1948년 5월∼1950년 5월 제헌국회에서 일어난 사건을 들여다봤다.


제헌국회는 6차례 정기회기와 임시회기를 갖고 399차례 본회의를 열었다. 초대 국회의장, 초대 대통령, 초대 국무총리, 초대 대법원장이 뽑히는 과정이 회의록에 고스란히 담겨 있고 이 책은 그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됐다.


그는 특히 신생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해 미국과 각을 세웠던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제헌국회의 행보에 집중했다. 미군이 남한에서 철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인 1949년 5월 제헌국회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세계는 공산당하고 민주주의 이 두 가지가 같이 기쁘게 평화롭게 살 수 없는 것”이라고 발언하며 미국에 경고했다. 1950년 1월 미국의 딘 애치슨 국무장관이 아시아 방어선에서 한국을 제외한다는 일명 ‘애치슨 선언’을 발표하자 제헌국회도 즉시 “공산주의와 싸우는 것은 우리 한국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다”란 성명을 발표하며 미국을 압박했다.


이 대통령의 제헌국회 연설도 흥미로운 점이 적지 않다. 이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할 때 총리는 의원들에게 “다들 일어나시오”라고, 발언이 끝난 뒤엔 “이젠 다 앉으십시오”라고 말했다. 대통령에 대해 국회가 존중의 의미를 표하는 관례가 제헌국회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제1회 제헌국회 회의 땐 “회의를 여기서 열게 된 것을 우리가 하나님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라며 종교적 색채를 드러내기도 했다.


국회 속기록을 핵심 자료로 삼아 제헌국회를 미시적으로 분석했다는 면에서 이 책은 분명 차별점을 지닌다. 특히 생생한 당시 정치인들의 발언들을 통해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공과를 비교적 균형있게 평가했다.


저자는 "이승만은 무엇보다 상황의 정치인이었다. 상황은 과거의 인간 행동의 기반 위에서 현재의 인간 행동이 빚어내는 산물이며, 미래의 다양한 가능성을 가리키는 많은 기미들을 보여준다. 이 기미들을 잘 포착하고 그것들이 가리키는 방향을 잘 파악하는 것이 예지력 혹은 선견지명이다. 이승만은 기미들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기미들이 가리키는 방향을 잘 읽었다"고 적었다.


이 책에는 △ 대한민국 대통령제는 왜 국무회의나 국회의원의 국회 출석과 같은 내각책임제 요소를 많이 가지게 되었는가 △ 제헌헌법은 왜 사회주의적 요소를 많이 가지게 되었는가 등 역사적 질문에 대한 답도 나름 되짚어 기술돼 있다.


헌법을 만들 당시 우리나라 명칭으로 '대한민국' 외에도 '고려', '한국', '조선'이 후보로 거론됐다는 것도 흥미로운 발굴이다.


저자는 "제헌국회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모태였다. 적수공권으로 대한민국의 미래사를 써나가는 역사적 과업을 떠맡았다. 헌법을 만들어 대한민국 억만년의 터를 닦는 것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절망적으로 거친 황무지에서 나라의 길을 내야 했다. 하나의 역경을 넘으면 또 다른 역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넘고 넘으며 나라의 길을 조금씩 열어나갔다. 제헌국회와 함께 오늘이 왔다. 제헌국회가 연 길의 한 굽이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서 있고 그 길은 앞으로도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제헌국회의원들께 나라의 길이 없는 곳에서 길 만드시느라 참 고생하셨다는 말씀을 해드리고 싶다"는 헌시도 책에 남겼다.


70년 넘은 사료를 지금 읽어야 할 이유는 뭘까. 그는 곰곰이 생각하다 답했다. “이 대통령은 집권 말기 독재를 한 건 분명하지만, 제헌국회 회의록을 보면 단순히 친미 인물이 아니라 한국의 생존을 위해 미국이 못마땅해할 행동도 서슴없이 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역사적 인물에 대한 공과(功過)를 명확히 알려는 노력이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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