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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중규 Jul 22. 2023

10년 전 日 오염수 채취한 캘리포니아···"무해"

국립해양대기청 “세슘 3개월 후 빠르게 소멸”

[단독] 10년 전 日 오염수 채취한 캘리포니아 사람들···사이언스지 “무해”

여성경제신문 최주연 기자 / 2023.07.18.


후쿠시마 사고 방사능 7000조Bq 방출 추정

국립해양대기청 “세슘 3개월 후 빠르게 소멸”

미 시민단체 우려 지속 구체적인 데이터 요구

펀딩 자금 마련···태평양 50개 지점 채취·분석

미 환경보호청 "식수 기준 방사능 0.0001배"

#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사고 후 미국 서부지역 주민은 공포에 떨었다. 방사능 오염 물질이 2년 반 동안 해류를 따라 떠돌다 캘리포니아 해안에 먼저 도달한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당시는 어떤 특수 처리 과정도 거치지 않은 오염 물질 그대로였다. 그러나 국립해양대기청 및 과학자들은 해안으로 퍼져 나가면서 방사능 농도가 미미한 수준으로 소멸한다고 발표했다. 시민단체는 믿을 수 없었다. 우즈홀 해양연구소(WHOI)의 해양 화학자 켄 부셀러(Ken Buesseler) 박사가 나서 수십 개의 태평양 바닷물 샘플을 채취해 분석하기 전까지 시민들의 우려는 계속됐다.


18일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후 미국도 현재 한국 여론과 같은 상황이었다.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 연안에 사는 사람들이 정부와 과학 분석 결과를 못 믿겠다면서 펀딩을 통해 자금을 모으고 직접 앞바다 샘플을 채취해서 민간에 분석을 맡겼다”라면서 “그러나 당시 후쿠시마발 방사성 물질이 나오긴 했지만 극소량이었고 이러한 사실은 사이언스지에도 보도됐다”라고 말했다.


미국과학진흥협회에서 발행하는 과학 전문 주간지 ‘사이언스(Science)’에는 “연구 결과 (후쿠시마) 발전소 붕괴로 인한 미국 내 위험은 거의 없다고 밝혀졌다”는 내용의 기사가 2014년 11월 11일 ‘캘리포니아 해안 근처의 후쿠시마 방사능, 무해한 것으로 판명됨’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당시 도쿄전력은 2011년 3월 14일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가 붕괴한 직후 방사능 물질이 7000조Bq(베크렐, 1초에 나오는 방사선량) 방출한 것으로 추정했다. 일본 환경성은 물 1㎥당 4550만Bq의 농도 수치를 보고했다. 사이언스지에 따르면 이는 물고기의 생식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을 정도의 높은 수치였다.


그러나 사고 발생 3개월 후 2011년 6월 해수 샘플에서는 유의미한 방사능 농도가 검출되지 않았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발전소의 방사능이 해안에서 퍼져나가면서 빠르게 소멸했음을 보여준다”면서 “후쿠시마 특유의 방사능 ‘지문’인 세슘-134를 측정해 이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사이언스지에 따르면 당시 세슘-134는 일본으로부터 600km 떨어진 해상에서 1㎥(1000L)당 325Bq(미 환경보호청 식수 기준은 1㎥당 최대 7400Bq)을 생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보건기구와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 알래스카의 공중보건부는 초기 측정치를 기반으로 모델을 구축했고 후쿠시마 방사능이 북미 사람들의 건강에 위험을 초래하지 않으리라 예측했다.


반면 원전 전문가와 과학자 집단의 결과 공개에도 시민단체는 지속적인 우려를 표명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메릴랜드의 시민단체 비욘드 핵(Beyond Nuclear)과 같은 반핵 단체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방사성 동위원소의 지속적인 방출에 대한 우려를 언급하며 (과학자들의) 이러한 예측에 의문을 제기했다”면서 “오리건주의 유역을 모니터링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틸라묵 강어귀 파트너십’(Tillamook Estuaries Partnership)과 같은 비영리 단체는 지역사회에 제시할 구체적인 데이터를 원했다”라고 적고 있다.


이에 우즈홀 해양연구소의 해양 화학자 켄 부셀러 박사가 태평양 50개 이상의 지점에서 물 샘플을 채취하고 방사능 농도를 분석하기에 이른다. 그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사고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주요 수역인 흑해에서 방사능 오염 물질을 추적한 인물이기도 했다.


부셀러 박사는 후쿠시마 오염수 분석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연구 자금을 모았고 많은 연구단체 및 환경 보호 단체, 정부 기관 등에 지원을 받았다. 그 결과 미국 연안에 유의미한 방사성 물질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논란은 마무리됐다.


이와 관련해 정 교수는 “안전은 과학의 영역이고 신뢰는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다”라면서 “과학적인 결과를 보여줘도 못 믿겠다고 하는데 우리도 후쿠시마 앞바다까지 갈 필요도 없고 우리나라 앞바다에서 직접 채취해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금해 직접 조사해 보는 방법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오염수였지만 미 연안에선 대부분 소멸

“치과 엑스레이가 더 큰 피폭량 가져”


10여 년 전 미 국립해양대기청 분석처럼 후쿠시마 발전소발 방사능은 해안으로 퍼져나가면서 ‘소멸’ 수준에 이르렀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부셀러 박사는 바닷물 샘플에서 1㎥당 8Bq의 방사능을 측정했다. 이 중 2Bq 미만이 후쿠시마에서 추적된 세슘-134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나머지는 대부분 스트론튬-90과 세슘-137로서, 20세기 중반 태평양에서 진행된 원자폭탄 실험의 낙진이고 일부는 후쿠시마에서 나온 것일 수 있지만 2011년 원전 사고에서 나온 ‘지문’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인체 건강에 무해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당시 부셀러 박사는 미국 환경보호청의 식수 가이드라인은 1㎥당 최대 7400Bq까지 허용한다면서 그의 분석에 근거를 들었다. 결국 미국 연안에서 채취한 방사성 물질 농도는 이보다 0.001배 농도가 낮은 수준이었다. 부셀러는 총방사능 수준은 걱정할 가치가 거의 없다면서 당시 환경 독성학 및 화학 학회 북미 연례 회의에서 최신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사이언스지는 기록했다.


우즈홀 해양학 연구소는 2011년 6월 해수 샘플을 통해 후쿠시마 방사능의 초기 확산을 설명했다. 위 그림에서처럼 흰색은 세슘-134가 검출되지 않았음을 나타낸다. 파란색은 낮은 방사능, 녹색은 보통, 노란색은 중간, 빨간색은 높은 방사능 수준을 나타낸다.


부셀러 박사는 “사람들은 불가사리 사망을 후쿠시마 탓으로 돌리는 등 비이성적인 결정을 내리고 있었다”며 “치과 엑스레이와 비행기는 우리가 측정한 그것보다 더 큰 피폭량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 정부는 30년간 한국 연안의 바닷물과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정부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방사성 물질에 대한 감시를 강화했다. 동해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예상되는 2013년 이후부터는 유출수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그러나 그동안 핵종별 방사능 농도에 변화는 없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2011년 일본의 세슘 방출 추정치에 비해 이번 후쿠시마 처리수는 다 합쳐도 방사성 물질이 그때의 0.0003~0.0005% 수준이다”라며 “과거보다 더 약한 농도로 희석된 물이 나간다고 할 때 지금 정치권이 주장하는 것처럼 우리 식탁에 위해한 수준일지 묻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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