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이후 ‘제3지대 정치’는 역사 속으로? 反민주당 야권통합 이후에도 ‘안철수의 중도실용정치’는 가능성 있을까 - 제 코멘트도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기사에 언급이 되어 있습니다.
통합논의에 대해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어떤 목소리가 나올까.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던 정중규 전국장애인위원장은 “내부에서는 6:3 정도의 비율이라고 보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30% 정도가 국민의힘에 흡수돼 ‘안철수의 정치’가 사그라들 것을 우려하는 편이라면 60% 정도는 따라가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정 위원장의 말이다. “60%도 엄밀히 말한다면 찬성이라기보다는 반대를 하지 않는다 정도로 생각하면 정확할 것 같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대표가 들어가서 할 역할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정치는 생물이다. 한국사회에서 진보와 보수를 굳이 나눈다면 진보는 친문이고, 보수는 지금의 국민의힘이 대표하고 있다. 이 구도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것 같다. 진보에서도 대표적으로 진중권 전 교수 같은 사람들이 떨어져 나오고 있고, 보수에서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같은 인사에 대한 기대가 올라가고 있다. 이번 서울시 재보궐선거에서도 보수 강경을 대변하는 나경원이 아니라 중도이미지의 오세훈이 당 후보가 된 것을 보면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중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같다. 호남도 마찬가지다. 윤석열의 지지세가 꽤 나온다는 것은 호남도 민주당에 거리를 두고 있는 세력이 형성되고 있다는 뜻이다. 10개월 뒤 이 사람들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알 수 없다. 그 과정에서 ‘호남 사위’인 안 대표도 살아날 수도 있다.” 그는 보수야권 통합전망에 대해 이렇게 덧붙였다. “물론 101(국민의힘 의원수):3(국민의당 의원수) 상황에서 당 대 당 통합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개별입당 형식은 안철수 쪽에서도 원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 제3지대에 빅텐트를 쳐 거기에 국민의힘, 국민의당 그리고 윤석열까지 들어와 경쟁하는 모델을 이야기하겠지만 현실적으로 ‘헤쳐 모여 식’은 어렵다. 결국 이번 대선만큼은 ‘제3지대’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적폐청산의 미명으로 문재인 정권은 반대진영에 너무 모질게 했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감정이 보수 쪽에는 꽉 차 있다.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정권재창출을 막으려면 결집해 1:1 대결이 될 수밖에 없다. 윤석열도 결국은 여기에 합류하리라고 본다.”
“금태섭 전 의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금 제3지대를 만든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만든다면 성공할 수 있을지, 누구와 함께할 수 있을지를 천착하고 있다.”
최근 기자를 만난 금태섭 전 의원 핵심측근의 말이다. 제3지대에서 정치를 한다는 것의 의미를 두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다.
야인(野人)으로 돌아온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 다음의 일이다. 금 전 의원이 SNS에서 밝혔듯이, 정치권 제3지대 논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행보라는 변수를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전에 정리해야 할 이야기가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행보다. 그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제3지대 정치를 대표하는 인사였다. 지금 논의대로 국민의당이 국민의힘과 합당한다면 제3지대 정치 유효성은 사라지게 되는 걸까.
이번 서울시장 보궐에서 야권의 오세훈 시장이 당선되기까지 결국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 다가오는 대선에서도 안철수가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당장 서울시에는 안철수 측 김도식 정무부시장이 들어가면서 ‘지자체 차원의 공동운영정부’가 어떤 모습이 될까 궁금증도 낳고 있다.
5월 8일 기자와 통화한 김도식 부시장은 “실제 서울의 상당수 민주당 당적의 구청장들은 안철수가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시절 공천했던 인사들”이라며 “서울시정이 어느 정도 자리 잡히면 과거와는 다른 협치의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안철수 제3정치 9년, 어떻게 평가?
“저에게 국한돼 말씀드린다면 저는 한국정치가 정당을 중심으로 중도와 실용의 노선이 중심이 되게 견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5월 3일, 한국정치평론학회 초청토론회에 참석한 안철수 대표의 발언이다. 그는 자신의 ‘중도정치’의 출발점을 자신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난 2012년 9월로 보고 있다.
“지난 2012년 9월부터 정치를 시작했으니 8년 반 동안 제 소속과 상관없이 일관되게 추구하고 있는 그 방향입니다.”
말하자면 중도실용정치를 추구하는 동안 자신의 입장은 바뀐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주위에 있던 많은 사람의 생각은 다르다.
“분명 지금의 민주당은 과거 DJ나 정통민주당의 노선과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세대교체와 시대정신의 교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는 주장엔 반대하지 않는다. 지금의 민주당 모습에 반발해 실망 내지는 여러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국민의힘과 같이한다는 것이 맞을까.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전두환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그들과 함께한다는 건 과거 그와 같이 움직였던 의원들과는 생각이 다를 것이다.”
민주당 출신으로, 국민의당을 창당할 때 안철수와 행동을 같이했던 김유정 전 의원의 말이다. 계속되는 그의 말이다.
“지금의 민주당 모습은 분명 문제가 있지만, 안철수는 민주당 전체를 부인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분명 결이 달라졌다. 2016년 창당했을 때 안철수가 이야기했던 정치의 비전과 그때 이야기했던 시대정신, 국민의당이 가야 할 길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했는데 과연 그 뒤로 그때 주장했던 노선에 맞게 가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냐.”
국민의당 노선을 그대로 지켰다면 이야기할 명분이라도 있는데, 입장이 선회하고도 제3의 길이나 중도실용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기자는 2012년 대선 출마 이전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논의 때부터 취재하면서, 그와 함께했던 수많은 전·현직 정치권 인사들을 만나 물어봤다. 그러나 안철수와 함께했던 경험이 있는 인사들 상당수는 그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이었다. 그것도 극도로.
“안철수는 자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했고, 그와 함께했던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고통을 받는지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안철수 캠프 활동을 했던 인사의 이야기다. 그는 대선 후 안철수 대표가 낸 책들에서 “드루킹 일당의 여론조작으로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형성되었다”는 선거평가에 대해 ‘견강부회의 헛소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드루킹이 일조했을 수는 있다. 냉정하게 말해 본인이 헛발질해 자폭한 것 아니냐. 내가 아는 한 당시 캠프 안에서 ‘내가 MB 아바타입니까, 갑철수입니까’라고 말하라고 조언한 사람은 없다. 결국 모든 것은 후보책임인데, 안철수는 ‘내 탓이요’를 안 한다. 우리만 한배를 탄 동지라고 생각했지, 본인은 그런 의식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 인사는 안철수의 행보를 포함한 지금의 중도보수 야권통합 논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빅픽처를 생각한다면 안철수가 가서 국민의힘을 망가뜨리면 생큐이고, 그게 안철수의 마지막 소명이라면 오케이다. 그건 할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안철수 자신이 분열의 아이콘 아닌가.”
■ 안철수, 분열의 아이콘?
과거 국민의당을 함께했던 이상돈 전 의원은 “제3지대 정치는 이제 시효를 다했다”라며 “안철수는 새 정치를 말하며 정치에 뛰어들었지만 정작 그가 말하는 새 정치의 막연함에 대해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제대로 검증한 게 없었다는 것이 제일 허망하다”고 말했다.
“안철수가 정당보조금을 철폐해야 한다고 했을 때 정말 그래야 한다고 했지만, 원내 3당이 제일 많이 받았다. 의원수보다 많이 받아 바른미래당 때 서로 나가라고 삿대질했다. 이게 새 정치의 약속이었는지 모르겠다. 또 국회의원 숫자를 200명으로 줄이자는 것도 현실정치에 안 맞는 것이고.”
그는 안철수의 새 정치 주장이 실패한 것이 “주변이나 본인 모두 정치실무를 모르는 서생들이 그린 그림이었고, 능력이 있냐 없냐를 따지기 전에 그런 방향을 내걸었다면 그쪽으로 정치변화가 이뤄지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통합논의에 대해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어떤 목소리가 나올까.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던 정중규 전국장애인위원장은 “내부에서는 6:3 정도의 비율이라고 보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30% 정도가 국민의힘에 흡수돼 ‘안철수의 정치’가 사그라들 것을 우려하는 편이라면 60% 정도는 따라가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정 위원장의 말이다.
“60%도 엄밀히 말한다면 찬성이라기보다는 반대를 하지 않는다 정도로 생각하면 정확할 것 같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대표가 들어가서 할 역할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정치는 생물이다. 한국사회에서 진보와 보수를 굳이 나눈다면 진보는 친문이고, 보수는 지금의 국민의힘이 대표하고 있다. 이 구도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것 같다. 진보에서도 대표적으로 진중권 전 교수 같은 사람들이 떨어져 나오고 있고, 보수에서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같은 인사에 대한 기대가 올라가고 있다. 이번 서울시 재보궐선거에서도 보수 강경을 대변하는 나경원이 아니라 중도이미지의 오세훈이 당 후보가 된 것을 보면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중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같다. 호남도 마찬가지다. 윤석열의 지지세가 꽤 나온다는 것은 호남도 민주당에 거리를 두고 있는 세력이 형성되고 있다는 뜻이다. 10개월 뒤 이 사람들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알 수 없다. 그 과정에서 ‘호남 사위’인 안 대표도 살아날 수도 있다.”
그는 보수야권 통합전망에 대해 이렇게 덧붙였다.
“물론 101(국민의힘 의원수):3(국민의당 의원수) 상황에서 당 대 당 통합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개별입당 형식은 안철수 쪽에서도 원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 제3지대에 빅텐트를 쳐 거기에 국민의힘, 국민의당 그리고 윤석열까지 들어와 경쟁하는 모델을 이야기하겠지만 현실적으로 ‘헤쳐 모여 식’은 어렵다. 결국 이번 대선만큼은 ‘제3지대’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적폐청산의 미명으로 문재인 정권은 반대진영에 너무 모질게 했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감정이 보수 쪽에는 꽉 차 있다.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정권재창출을 막으려면 결집해 1:1 대결이 될 수밖에 없다. 윤석열도 결국은 여기에 합류하리라고 본다.” 과연 그렇게 될까.
■ “제3정치 공간 커졌지만 사람 안 보인다”
허만섭 국민대 교양학부 교수는 “야권통합 판이 만들어졌지만 안철수는 들어가 당대표를 하려고 하진 않을 것”이라며 “여러 단계 복잡한 과정을 거치기는 하겠지만 범중도보수의 포지션을 대표하는 후보로 나오려는 것이 그로서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시장 선거 때 그랬듯 자당 후보가 아닌 제3의 인물이 국민의힘 후보가 되는 것에 대한 반발이 있지 않겠냐는 전망과 관련해 그는 “물론 경선단계에서는 안철수나 윤석열 말고 국민의힘 출신 후보도 나와 경쟁을 벌일 것”이라며 “서울시장 선거에서 연습한 것처럼 최종 후보 선발에서 진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이 돼 뛰는 형태가 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최근까지 한국정치 상황을 보면 10년 주기로 보수·진보 기득권이 전환돼왔는데 2016년부터 지난 보궐선거까지의 상황을 보면 4년 만에 국민의힘과 민주당 문제가 동시에 드러났다는 점이 특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시사평론가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의 말이다. 4년이라는 압축적 시간 동안 국민은 한 프레임 안에 기득권 문제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부패와 무능이다. 과거에는 보수가 부패하지만 유능하다고 봤는데, 박근혜 탄핵을 거치면서 보수는 부패하면서 무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진보는 무능하지만 깨끗하다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이번 정권 들어 LH나 조국 불공정성 문제를 거치면서 무능한데 부패하기까지 하다는 인상을 받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내로남불’ 프레임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쉽지 않다. 예전엔 잘못하면 반성은 했는데 지금은 ‘나는 괜찮다. 잘했다, 억울하다’고 말한다. 결국 국민의 시각으로는 같은 프레임 안에 있는 기득권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는 “윤석열이 앞으로 어떤 정치행보를 할지는 꺼내놓은 말이 없기 때문에 아직 판단할 단계가 아니다”라면서도 “좌우 프레임이 약해지고 기득권 대 국민 프레임이 강화되면서 제3지대라는 정치적 공간은 역사적으로 어느 때보다 크게 열렸는데, 그것을 책임지고 이끌어갈 제3지대 정치세력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한국정치의 비극이라면 비극”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