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인이 말하는 ‘세계 1위 행복국가의 비결’ / 주카 사볼라이넨(Jukka Savolainen, 핀란드인) 미국 웨인주립대학교(Wayne State University) 사회학과 교수
편안하고 유쾌하고 아늑한 모든 것을 뜻하는 덴마크의 '휘게(hygge)’가 행복한 삶의 비결로 알려지면서 휘게 관련 책, 기사, 가정용품 판매가 급등했습니다. 전 세계 언론인들이 이 독특한 라이프스타일의 다양한 측면을 취재하기 위해 덴마크를 여행했습니다. 덴마크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명성에 힘입은 것입니다.
그러니 최근 몇 년 새 휘게산업이 침체기를 겪는 것은 핀란드가 <세계행복보고서>에서 4년 연속으로 덴마크를 능가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휘게보다 발음하기 어려운 핀란드의 깔사릿깻닛(kalsarikännit), 즉 팬츠드렁크(pantsdrunk, 집에서 속옷 차림으로 술 마시며 자기만의 파티를 즐기는 것 )를 이야기합니다. 이것이 정말 행복한 삶의 비결이라면, 비밀로 하는 게 좋겠습니다.
핀란드인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평가에 대해 핀란드인보다 더 회의적인 사람들은 없을 겁니다. 사실 행복국가 순위는 핀란드가 최근에 거둔 유일한 글로벌 랭킹이 아닙니다. 우리가 최고의 교육 시스템(사실이 아님), 가장 낮은 수준의 부패(아마도), 가장 지속가능한 경제(별로임)를 갖고 있다는 평판에 대해서는 그래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가장 행복한 나라요? 우리에게 생각할 시간을 좀 주십시오.
<2021 세계행복보고서>에서 4년째 1위를 차지한 핀란드
1993년 내가 뉴욕에 있을 때, <60분>(미국의 유명 시사 프로그램)에서 핀란드를 다뤘는데, 헬싱키 거리의 사람들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은 핀란드의 국가적인 애도 상황이 아닙니다. 이들은 자연 상태의 핀란드인입니다. 우울하고 사적이며, 지구상에서 가장 수줍은 사람들입니다.” 핀란드인들의 표정은 그후에도 많이 변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침착하고 우울합니다. 행복이 미소로 측정된다면, 핀란드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비참한 사람이 될 겁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세계행복보고서>는 미소와 웃음을 비롯한 외적인 기쁨의 표현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응답자들에게 0부터 10까지 단계의 사다리를 상상하도록 요청하는 갤럽 설문조사에 의존합니다. 맨 위 단계(10)는 상상 가능한 최상의 삶이고 맨 아래 단계(0)는 최악의 삶입니다. 설문 응답자는 현재 자신이 그 사다리의 어디쯤에 있는지를 수치로 표현합니다. 즉, 실제 자신의 삶이 스스로 상상한 가장 높은 삶의 기대치에 근접할수록 행복하다고 간주됩니다.
북유럽인들의 ‘상상의 사다리’는 크지 않다?
핀란드인들이 평균적인 삶의 만족도 평가로 측정되는 행복지수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하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핀란드의 객관적인 생활환경은 매우 좋은 편입니다. 빈곤, 노숙자를 비롯해 물질적 취약계층의 비율이 몹시 낮습니다. 세계적인 수준의 교육과 의료 서비스를 보편적이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육아휴직은 관대하고 유급휴가는 깁니다. 이는 핀란드와 덴마크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이 행복순위의 최상위를 차지하는 이유를 설명할 때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는 더 많은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우리는 <세계행복보고서>에 사용된 행복측정 공식의 또 다른 측면인 ‘기대’를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루터교의 유산을 상속한 북유럽 국가들은 가급적 최고의 삶을 향한 절제된 열망을 포용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 사고방식은 개인적인 성공에 대한 북유럽인들의 필수 덕목인 ‘얀테의 법칙’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당신이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보다 나를 더 우위에 두어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북유럽의 정신은 1930년대에 사회학자 로버트 머틴이 발견한 바와 같이 특히 “성공의 상징으로 부의 축적을 극도로 강조”하는 미국 문화와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북유럽 국가들은 시민들에게 양질의 삶을 제공하고 그들이 물질적 어려움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을 방지합니다. 아울러 그들이 좋은 삶에 대한 기대에 현실적인 한계를 설정하도록 장려하는 문화적 지향을 갖고 있습니다. 북유럽에서 가상의 10단계 사다리는 그리 크지 않고 첫 번째 계단은 몹시 높으며 계단 사이의 간격은 비교적 좁습니다. 이런 사고방식은 핀란드인들이 작은 아파트에 살고 적은 소득을 갖고 있음에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인 이유를 설명합니다. 높은 물가와 세금 때문에 구매력이 제한돼 있고 아이슬랜드 말고는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적도 없습니다!
‘적정 수준’ 장려하는 북유럽 사회… 당신의 생각은?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딘이 특정 행복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이유를 이해하는 데는 문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관련된 문화의 특성은 휘게도 아니고, (불행히도) 깔사리깻닛도 아닙니다. 북유럽 행복의 문화적 요인를 설명하기 위해 스칸디나비아 단어를 선택해야 한다면 스웨덴어이자 노르웨이어인 ‘라곰(lagom)’일 것입니다. 이는 ‘적정 수준’ 정도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너무 적거나 많지 않은 상태입니다. 라곰은 스웨덴뿐 아니라 북유럽 전체의 문화이며, 특히 핀란드에 확고히 자리잡고 있습니다. 좋은 삶에 대한 기대와 관련해, 라곰은 삶의 필수품에 대한 만족을 장려합니다. 이미 갖고 있다면 불평할 것이 없습니다. 당신은 이미 행복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진정 당신이 생각하는 행복의 의미입니까? 그렇다면 미국의 부모들은 자녀가 더 높은 목표를 달성하도록 격려하는 것을 중단하고, 더 현실적인 목표를 제안해야 할 것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이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여러분은 얼마나 동의할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