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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중규 Aug 15. 2023

‘왕의 DNA’ 특권 의식 청소할 때다

'민주화운동동지회' 발족 주목

[김종호의 시론] ‘왕의 DNA’ 특권 의식 청소할 때다


교육부 사무관만 그런 게 아니고, 형사피고인 조국의 ‘나를 고문하라’, ‘불법 돈 봉투’ 의혹의 송영길 등 586의 소영웅주의 극단화 양상 심각해

‘운동권’ 훈장 삼는 쓰레기 행태 해악 두고 볼 수 없다는 모임 '민주화운동동지회' 발족 주목


시대착오적 특권 의식의 소영웅주의가 사회 일각에서 극단화하는 양상이다. 교육부의 한 사무관이 교사에게 자행한 황당한 갑질도 가까운 예다. 전국초등교사노조에 따르면, 그는 자녀 담임교사에게 9개 항의 사적인 ‘지침’도 내렸다. ‘지시·명령투보다는 권유·부탁의 어조를 사용하라’며 ‘왕의 DNA를 가진 아이이기 때문에 왕자에게 말하듯이 듣기 좋게 돌려서 말해도 다 알아듣는다’고 했다. ‘인사를 두 손 모으고 고개 숙여 하도록 강요 말라’ ‘또래와 갈등 때는 철저히 편들어 달라’ 등의 요구도 했다.


그런 지침 편지를 다른 공무원들도 보는 ‘공직자 통합 메일’로 보낸 행태는 특권 의식이 도(度)를 넘어, 사리 분별력조차 잃은 결과일 것이다. 그 사무관뿐만이 아니다. ‘운동권 출신’을 훈장으로 삼는 정치권 소영웅주의도 심각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대표적이다. 딸 조민 씨를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등의 입시 부정 혐의로 검찰이 불구속 기소하자, 그는 페이스북에 ‘차라리 옛날처럼 나를 남산이나 남영동에 끌고 가서 고문하길 바란다’고 썼다. 공범으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으면서, 권위주의 정권 때 악명 높던 서울 남산의 국가안전기획부와 치안본부 산하 남영동 대공분실을 들먹여 정치 탄압의 희생양처럼 행세한다.


조민 씨가 기소된 다음 날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운동권 출신의 정청래 최고위원이 “조 전 장관 가족이 조선 시대 무슨 사화(士禍)라도 일으켰느냐. 멸문지화를 시키니 윤석열 정권은 시원한가. 하늘의 노여움이 국가 폭력을 심판할 것”이라며 엉뚱하게 조 전 장관을 감싼 것도 그 연장선으로 볼 수밖에 없다. 역시 운동권 출신인 서영교 최고위원이 MBC 라디오에 출연해 “검찰이 해도 너무한다. 브레이크 없이 질주한다”며 검찰을 매도한 것도 마찬가지다. 서울대 대학원 재학 당시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사건에 가담한 조 전 장관은 울산대 교수이던 1993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었다.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돼 6개월 수감 끝에 풀려났다. 그 직후에, 그는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그동안은 자본주의의 민주주의로만 간주해왔다. 그러나 민주적이라고 하는 개념에는 사회주의의 민주주의도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이제 딸의 기소에 직면해 “나를 고문하길 바란다”는 그에 대해, 야권에서조차 “독립운동이라도 하는 줄 아는 모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운동권 출신으로, “유엔군사령부는 족보가 없다. 남북관계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도 소영웅주의 행태가 조 전 장관과 유사하다.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시기의 ‘돈 봉투 불법 살포 몸통’ 의혹을 받는 송 전 대표는 소환 통보도 없는 상황에서 검찰에 출두하는 쇼를 하면서 “나를 구속하라”고 외쳤다. 이적단체인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의 사무처장을 지낸 민경우 씨는 송 전 대표와 조 전 장관을 싸잡아 “공안기관에 탄압당하는 희생양이라는 민주화 세력의 서사(敍事)를 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1980년대 운동권 학생들이 가졌던 망상(妄想)을 나이가 들어서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도 개탄했다.


‘왕의 DNA’ 식(式) 특권 의식에 빠진 운동권 출신의 소영웅주의는 청소를 서둘러야 할 ‘쓰레기’다. 방치하면 더 썩고, 주변도 더 오염시킨다. 다시는 공직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막아야 할 것임은 물론이다. 주대환·함운경·민경우 씨 등이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이 끼치는 해악을 더 두고 볼 수 없다. 운동권이 만든 ‘쓰레기’는 운동권이 치워야 한다”며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모임 결성에 나선 배경도 달리 없다. 조봉암기념사업회 부회장인 주 씨는 1974년 민청학련 사건과 1979년 부마민주항쟁 등으로 구속된 바 있다. 함 씨는 민족통일·민주쟁취·민중해방투쟁위원회 위원장이던 1985년 서울 미국문화원 점거 농성을 했으나, 현재 전북 군산의 생선횟집 네모선장 사장이다. “‘대한민국은 해방 후 친일파가 세운 나라’라는 운동권 출신의 빗나간 역사관과 세계관 등을 설거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민주화운동동지회 발기인 대회’가 광복절 제78주년인 오는 15일 열린다. 많은 국민이 주목하고 성원해야 마땅한 일이다.


문화일보 김종호 논설고문 2023.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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