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민이 되고난 후 맞은 초파일 가운데 서울의 양대 사찰 봉은사와 조계사를 함께 했던 경우는 처음인 듯하다. 사실 나는 가톨릭 신자이지만, 종교성 자체는 어릴 적부터 불교에 왠지 끌리고 있었다. 가톨릭 신자가 된 것은 몇 대째 내려오는 신자 집안이라 운명적으로 모태 신자여서였다. 그런데 어릴 때부터 불교 관련된 것을 만나면 그리 마음이 편해질 수 없었다.
거기에다 우스갯소리지만 내 이름 가운데 글자가 하필 '중'이라 어린 마음에 (전생이 있다면) 내가 전생에 스님이 아니었을까 진지하게 고민하며 생각할 정도였다. 그뿐 아니다. 내가 존경했던 초등학교 6학년 담임선생님이 하필 신심이 깊은 불자라, 시간이 나면 불교 이야기를 하셨는데, 특히 어느날의 붓다의 출가 이야기는 나를 전율케 했었다. 그로부터 붓다라는 사람은 반세기 넘게 내 마음 속으로 들어와 함께 하고 있다.
하긴 한국에서는 또한 천주교와 불교가 영성적으로 공통적인 면을 많이 지니고 있어 그리 이질적인 종교가 아니라, 개신교와 불교만큼의 대립이 없는 것도 내게는 좋게 영향을 미쳐 내 안에서 두 종교는 아무런 갈등 없이 함께 하고 있다.
말하자면 내게는 영성과 불성이 하나로 만나고 있는 것으로, 그리스도교에는 익명의 그리스도인(Anonymous Christian)이라는 개념이 신학자 칼 라너(Karl Rahner)에 의해 규정되어져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익명의 불자(Anonymous Buddhist)인지도 모른다.